기억을 파는 향기 가게 소원어린이책 6
신은영 지음, 김다정 그림 / 소원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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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날과 그 이후의 시간들은 생생하다는 표현을 넘어선다. 아직도 마음을 썰고 소금에 절이는 기분이다. 할머니가 내 꿈에 한번만이라도 나타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잠들지만, 자다 깨서 방문을 열고 나가면 할머니가 서있을까봐 무섭기도 했던 날들. 어쩌면 내게 눈물 아킬레스건 가장 예민한 곳에 할머니가 있다.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아흔이 넘도록 모든 자식들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서랍속에 넣어둔 것을 한번 까먹는적 없이 나를 만나면 장롱속 서랍장 마다 조금씩 숨겨둔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주시던 할머니가 마지막에는 함께 사는 증손주를 "우리지윤이, 우리지윤이"라고 찾았다는 이야기들 들은 것도 돌아가시고 난 이후였다. 뭐라도 할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엄마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외삼촌 식구들에게는 내가 찾아오는 것도 일이라며 할머니 댁으로 가는 차를 여러번 돌리게 했었다.

내가 할머니의 상황을 알고 기회가 주어졌다면 나는 #기억을파는향기가게 주인공처럼 할수 있었을까? 오히려 향기를 붙잡고 싶은건 내 쪽이다. 할머니의 냄새가 가득 담긴 스카프를 지퍼백 속에 넣어 할머니가 생각 날때에 꺼내어 맡았다. 정노환과 호랑이연고가 섞였고 할머니의 살결 냄새도 묻어 있다. 나는 어디서라도 그 향기가 나면 할머니를 찾을수 있을것 같다. 그리고 입관 직전에 만졌던 할머니 볼의 촉감도 말이다. 향기 속에 할머니를 가두어 두고 있는 내게 찾아온 따뜻한 책, 고맙습니다 #소원나무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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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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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마다 경비원 아저씨가 계시는 옛날 아파트에 살고 있다. 같은 이름이지만 다른 단지는 다 공동초소로 변경됐는데 내가 사는 동만 아직도 아저씨가 계신다. 처음 이곳에 이사왔을때 경비비 라는 항목에 6만원 가까운 금액이 고지된것은 좀 충격이었다. 관리비의 30프로를 차지하고 있으니 살림을 꾸리는 입장에서 부담되는 금액이다. 그래서인지 경비원들의 해고가 줄을 잇던 때, 각박하고 빠듯한 도시 생활 그럴수 밖에 없었던 입장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분들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갑도 을도 아닌 내가 야박한 목소리를 낼수가 없다. 우리 꼬마에겐 등원길에 웃으며 인사나누는 하루의 첫 인물이자 가장 따뜻한 인물인 경비원 아저씨, 편의점에서 하드를 살때도 떠올리는 경비원 아저씨가 휴가중일땐 어딜 가셨는지 노상 궁금하다. 날씨와 상관없이 매주 이틀은 꼬박 분리수거장에 계시고, 계절마다 참 할일이 많기도 하다. 늦은시간 귀가하는데 아저씨가 순찰을 돌고 계시길래 주무셔야 할 시간이 아니냐고 했더니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돌거라신다. 그 시간은 의무 휴게시간으로 정해진 새벽 2시었다.

#고양이해결사깜냥 의 #아파트의평화를지켜라 는 고양이가 경비원아저씨의 일을 깜찍하게 대신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이 출간 되기 전 가제본을 읽는 일은 참 설레는 일이다. 앞으로는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경비원 아저씨의 존재여부 조차 몰라 갸우뚱하는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며 사람 향기가 옅어져 가는 시대에 살고 있구나 싶었다.

이중주차 된 차도 함께 밀어주셔야 하고 초보운전 아슬아슬 주차도 감독해주느라 애쓰시는 경비원 아저씨. 감사합니다 #창비좋은책어린이책 #초등도서추천 #호수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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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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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흉을 본다. 그런데 내 남편을 흉을 보면서도 그래도 너의 남편보다 내 남편이 낫다는 마음도 함께이다. 흉을 보다가도 은근슬쩍 그이가 그럴수 밖에 없었던 이유, 어쩌면 흉을 보면서도 내 마음 한켠에 담아둔 그이를 이해하고자 하는 합리적 견해를 흘린다. 말이 흘리는것이지 대변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짚신도 제 짝이 있는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남의 남편과 안살고 내 남편과 살고 있는거겠지. 이런 감정에 조차 진솔한 문장들이 재미있다.

친구들간에 감춰놓고 느끼는 나만의 비교우위의 감정 혹은 어쩔수 없이 인정하는 못가진 것에 대한 담담함 같은 미묘한 내면의 소리 까지도 군더더기 없이 적어간 문장들이 100년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대한 괴리를 좁혀준다. 독립운동을 하는 시절에 사진으로만 만나 하와이까지 시집을 가고 내 의지로 돌아올수도 없는 이 모든 상황이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는 나와 100년전 그녀들의 감정이 섞인다.

친정엄마와 가까이 지내며 육아하는 누구 혹은 누구에 누구 이야기만 들어도 부러워했던 내게, 마을의 크고 작은 인맥들은 타지에서의 삶을 즐겁게 지내는 원동력이었다. 지금의 내 직장도 그런 마을공동체에서 시작되었고 나의 크고 작은 살림살이들도 꼬마의 살림들도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며칠전에도 포장도 뜯지 않고 언젠가 쓰겠지 하고 고이 싸놓았던 키티머리띠를 발견했는데 우리 꼬마를 줘도 되겠냐는 문자를 받았다.

연속성이 전혀 없게 느껴질 위 세 문단이 내가 책을 읽는 포인트였다. 민족, 나라, 친구, 가족 이 모두를 꾸리는 여성 그리고 그 여성들의 이야기를 몇문장으로 표현하기에 아쉬워 말이 길었다. 나는 가엽거나 딱한 마음도 깊이를 헤아릴수 있을때 가능한 감정이구나 알게됐다. 그 모든 이름표를 달고 있는 그녀들의 깊이를 알 수 없으니 나는 그저 내 나름의 응원의 마음을 보탤뿐이다. 나와 다른 주인공이 되어 이입했을 독자의 서평이 궁금해지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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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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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라디오의 끝은 라디오천국이었다. 한동안은 빠져나오질 못하고 다시듣기를 오래했다. 김성원 작가님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은 <그녀가 말했다> 라는 책이 나왔었던 그 시절 속으로 나는 보냈다. 무려 10년전이다. 라디오천국 마지막 방송을 들으며 펑펑 울던 그 시점부터 묘하게도 에세이를 거의 읽지 않았다. 남의 삶을 듣고 내 삶을 투영하고 위로 받는 것이, 은근한 힐링이었던 내게-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산문을 읽는 것과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내 일상이 신나서 인지 혹은 평범해서 인지, 에세이를 읽으며 타인의 속을 엿보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렇게 강산 하나를 넘어 마주한 #넘어져도상처만남진않았다 는 내 마음에 깊숙히 와서 닿았다. 지금보다 젊었을때는 회사를 다녀보지 않아서, 결혼을 안해봐서, 출산을 안해봐서, 아이가 하나라서, 아직 젊어서, '경험해보지 않아서' 라 식의 말들이 거슬렸다. 그런데 맞다. 가보지 않은 길을 이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별것도 아닌 상처를 더더 깊이 후벼파던 나도 이제는 상처를 내버려두는 방법을 알게 된걸 보면 가본 길들이 모여 하나의 경험치 지도를 만들며 깊어진 탓인가보다.

내가 파도를 타고 있을동안은 함께 동굴을 팠을지도 모르는 타인의 삶과 마음일지 모르겠다. 헌데 그저 끄덕거리며 옅은 미소와 약간의 미간의 찌푸림 만으로 책을 마쳤다. 내게도 얼굴의 주름보다 마음의 나이테가 그어졌구나 싶게 편안히 읽히는 글들이었다. 에세이의 매력이 이런거였지! 하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김영사 #호수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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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 힘을 빼고 감동을 줍는 사계절 육아
전지민 지음 / 비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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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와 다퉜다. 본인이 머리를 묶고 삔을 찌르겠다고 하더니 마음처럼 되지 않자 징징 짠다. 그 짜는 소리 앞에 의연해야 하는데 오십개월을 넘게 들어왔지만 참 적응이 안된다. 나는 문을 닫고 안방에 들어와 책을 펼쳤다. 문 너머에서 계속 징징 궁시렁 하더니 본인도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닫는다. 그렇게 우리가 #육아가한편의시라면좋겠지만 을 다 읽을때까지 우리는 각자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문을 열고 나가 녀석의 방을 노크했다.

녀석이 한지붕 다른 공간에 시간을 가질만큼 자랐다. 본인이 먼저 문을 닫고 들어가서 들어오지 말라고 말하는 날이 머지 않음을 요즘들어 자주 느낀다. 그땐 엄마 존재의 이유인 육아라는 단어를 들먹일수 없게 되겠지. 책을 읽을수록 나도 임신소식을 들었던 2015년 2월부터 매일 적어내려가는 일기인데 푸념이나 반성으로 채워두고 있었다는걸 느낀다. 내 감정에 젖어 일상의 흘려보냈다. 그런 내게 - 일상들을 잡아둔 문장들이 눈을 반쯤 가린 눈물 앞에 일렁인다.

내 하루는 전쟁터 같아도 남의 하루는 드라마 같아 보인다. 아마도 육아의 중간에 놓인 엄마라면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대리만족 여행에세이를 읽는 동안의 감정이 들지 않을지 모른다. 나도 그랬는데, 비슷한 감정을 느껴봤는데, 맞아맞아. 그런 생각을 나도 했었는데- 자꾸 끄덕거리게 된다. 공감되고 알법한 상황들과 내가 다 표현해내지 못했던 감정이 유려한 문장 속에 녹아있어서 더 섬세히 느껴진다.

#육아가한편의시라면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악악 질러대는 라임만이 난무하는 내 육아흐름 앞에 - 시보다 더 절절하기도 담담하기도 아름답기도 한 음률로 채워진 책을 만났다 #비타북스 #호수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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