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파는 향기 가게 소원어린이책 6
신은영 지음, 김다정 그림 / 소원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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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날과 그 이후의 시간들은 생생하다는 표현을 넘어선다. 아직도 마음을 썰고 소금에 절이는 기분이다. 할머니가 내 꿈에 한번만이라도 나타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잠들지만, 자다 깨서 방문을 열고 나가면 할머니가 서있을까봐 무섭기도 했던 날들. 어쩌면 내게 눈물 아킬레스건 가장 예민한 곳에 할머니가 있다.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아흔이 넘도록 모든 자식들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서랍속에 넣어둔 것을 한번 까먹는적 없이 나를 만나면 장롱속 서랍장 마다 조금씩 숨겨둔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주시던 할머니가 마지막에는 함께 사는 증손주를 "우리지윤이, 우리지윤이"라고 찾았다는 이야기들 들은 것도 돌아가시고 난 이후였다. 뭐라도 할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엄마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외삼촌 식구들에게는 내가 찾아오는 것도 일이라며 할머니 댁으로 가는 차를 여러번 돌리게 했었다.

내가 할머니의 상황을 알고 기회가 주어졌다면 나는 #기억을파는향기가게 주인공처럼 할수 있었을까? 오히려 향기를 붙잡고 싶은건 내 쪽이다. 할머니의 냄새가 가득 담긴 스카프를 지퍼백 속에 넣어 할머니가 생각 날때에 꺼내어 맡았다. 정노환과 호랑이연고가 섞였고 할머니의 살결 냄새도 묻어 있다. 나는 어디서라도 그 향기가 나면 할머니를 찾을수 있을것 같다. 그리고 입관 직전에 만졌던 할머니 볼의 촉감도 말이다. 향기 속에 할머니를 가두어 두고 있는 내게 찾아온 따뜻한 책, 고맙습니다 #소원나무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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