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잘재잘, 이야기 손그림 - 노래로, 수수께끼로, 이야기로 재잘재잘, 이야기 손그림
김혜린.박진성 지음, 홍미애 그림 / 예술놀이터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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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가 4살쯤 부터인가 형태를 원하기 시작하면서 막막했다. 퍼포먼스 미술처럼 물감을 풀어놓고 마구 놀거라! 식의 미술놀이가 끝나는 시점이었다. 강아지 한마리를 온전히 머리 몸통 다리 눈 코 귀 까지 다 그려내기 조차 버거운 망손 엄마는 그림그리기 책을 몇권이나 샀다. 책을 따라 그리다보면 나 혼자 책과 비슷하게 그려내기에 집중을 해서 아이는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채 비슷하지도 않은 그림을 그리느라 용을 썼다. 별별 노력을 해보았지만 내가 그려내는 사물을 꼬마가 알아보지 못하는 시간은 계속 흘렀고, 꼬마는 결국 미술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꼬마는 매일 같은 그림만 그려온다. 선생님께 당분간은 그리는대로 지켜봐달라고만 했다. 도구만 달라질뿐 같은 그림이다.

 

그런 나와 내 아이는 매일 그림일기를 쓴다. 햇님 하나를 그리거나 ㄱㄴㄷ 글짜 놀이를 하는 정도로 끝나버리는 그림일기라도 말이다. 그림 솜씨는 없지만  하루를 마감하는 것에 그것만한 것이 없었다. 나는 녀석 대신에 왼손으로 삐뚤빼뚤 네모칸을 글으로 채우고 꼬마가 그림을 그렸다. 우리 둘다 머릿속의 일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웁지만 꽁냥꽁냥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정리하다 보면 그 시간 자체가 즐거웠다. 그 와중에 #재잘재잘이야기손그림 이라는 책을 만났다. 책의 아래에 노래로, 수수께끼로, 이야기로 라는 말이 더 궁금했고 책이 배송되어 왔을때에 함께온 워크북과 시리얼 넘버를 통해 받을수 있는 그림 영상은 이 책을 완벽히 활용할수 있게 되어 있었다. 꼬마는 워크북의 점선을 따라 그림을 그리고 나는 본책의 그림을 보며 따라그린다. <노래로>테마에서는 QR코드를 통해 음악을 듣고 흥얼거리고 <이야기로>테마에서는 그림마다의 히스토리를 들을수 있다.

 

그 이야기들과 함께 꼬마의 이야기가 뿌려지면 더욱 재미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우린 개인적으로 <이야기로> 테마를 좋아하는데, 원래 오디오로 이야기 듣는것을 원하는 아이의 특성이기도 하겠다. 내가 육체적 놀이를 좋아하고 창의적 놀이를 못하는 사람인데, 엄마가 되었다고 그 기질을 아이에게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나는 가끔 이런책을 만날때에 책속에 길일 있다는 말을 몸소 느낀다. 상세하고 성실하며 친절하고 쉬운 그림책을 만나 꼬마와 그림일기 쓰는 시간이 훨씬 풍요로워졌다. 고맙습니다 #예술놀이터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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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해 개의 별, 단 하나의 나
세스 피시만 지음, 이저벨 그린버그 그림, 최순희 옮김 / 다섯수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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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는 20까지 쓸수 있는 정도라 숫자만을 가지고 접근할수 없는 책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다르게 읽어보았다. 요즘 꼬마들은 확진자라는 말을 알고 "오늘은 확진자가 몇명이래" 라는 대화 속에서 숫자를 듣는다. 아마 역사 속에 코로나19의 확진자가 몇명, 사망자가 몇명이 숫자로 남을거다. 오늘도 빛나는 별들이 지고 있다. 단 하나의 별로 반짝이는 모두가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인류가 놓인 이 상황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사람이 은둔하면서 경제는 멈추었지만- 비행기 운행 감소에 따라 줄어든 온실가스 배출량의 수치만큼 우리는 몇개의 별을 더 볼수 있게 되었을까. <인간이 격리되자 가려졌던 지구 모습이 복원됐다_한겨레> 의 기사제목이 종일 맴돌았다. 내 꼬마는 1660일째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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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파는 향기 가게 소원어린이책 6
신은영 지음, 김다정 그림 / 소원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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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날과 그 이후의 시간들은 생생하다는 표현을 넘어선다. 아직도 마음을 썰고 소금에 절이는 기분이다. 할머니가 내 꿈에 한번만이라도 나타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잠들지만, 자다 깨서 방문을 열고 나가면 할머니가 서있을까봐 무섭기도 했던 날들. 어쩌면 내게 눈물 아킬레스건 가장 예민한 곳에 할머니가 있다.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아흔이 넘도록 모든 자식들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서랍속에 넣어둔 것을 한번 까먹는적 없이 나를 만나면 장롱속 서랍장 마다 조금씩 숨겨둔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주시던 할머니가 마지막에는 함께 사는 증손주를 "우리지윤이, 우리지윤이"라고 찾았다는 이야기들 들은 것도 돌아가시고 난 이후였다. 뭐라도 할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엄마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외삼촌 식구들에게는 내가 찾아오는 것도 일이라며 할머니 댁으로 가는 차를 여러번 돌리게 했었다.

내가 할머니의 상황을 알고 기회가 주어졌다면 나는 #기억을파는향기가게 주인공처럼 할수 있었을까? 오히려 향기를 붙잡고 싶은건 내 쪽이다. 할머니의 냄새가 가득 담긴 스카프를 지퍼백 속에 넣어 할머니가 생각 날때에 꺼내어 맡았다. 정노환과 호랑이연고가 섞였고 할머니의 살결 냄새도 묻어 있다. 나는 어디서라도 그 향기가 나면 할머니를 찾을수 있을것 같다. 그리고 입관 직전에 만졌던 할머니 볼의 촉감도 말이다. 향기 속에 할머니를 가두어 두고 있는 내게 찾아온 따뜻한 책, 고맙습니다 #소원나무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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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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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마다 경비원 아저씨가 계시는 옛날 아파트에 살고 있다. 같은 이름이지만 다른 단지는 다 공동초소로 변경됐는데 내가 사는 동만 아직도 아저씨가 계신다. 처음 이곳에 이사왔을때 경비비 라는 항목에 6만원 가까운 금액이 고지된것은 좀 충격이었다. 관리비의 30프로를 차지하고 있으니 살림을 꾸리는 입장에서 부담되는 금액이다. 그래서인지 경비원들의 해고가 줄을 잇던 때, 각박하고 빠듯한 도시 생활 그럴수 밖에 없었던 입장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분들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갑도 을도 아닌 내가 야박한 목소리를 낼수가 없다. 우리 꼬마에겐 등원길에 웃으며 인사나누는 하루의 첫 인물이자 가장 따뜻한 인물인 경비원 아저씨, 편의점에서 하드를 살때도 떠올리는 경비원 아저씨가 휴가중일땐 어딜 가셨는지 노상 궁금하다. 날씨와 상관없이 매주 이틀은 꼬박 분리수거장에 계시고, 계절마다 참 할일이 많기도 하다. 늦은시간 귀가하는데 아저씨가 순찰을 돌고 계시길래 주무셔야 할 시간이 아니냐고 했더니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돌거라신다. 그 시간은 의무 휴게시간으로 정해진 새벽 2시었다.

#고양이해결사깜냥 의 #아파트의평화를지켜라 는 고양이가 경비원아저씨의 일을 깜찍하게 대신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이 출간 되기 전 가제본을 읽는 일은 참 설레는 일이다. 앞으로는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경비원 아저씨의 존재여부 조차 몰라 갸우뚱하는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며 사람 향기가 옅어져 가는 시대에 살고 있구나 싶었다.

이중주차 된 차도 함께 밀어주셔야 하고 초보운전 아슬아슬 주차도 감독해주느라 애쓰시는 경비원 아저씨. 감사합니다 #창비좋은책어린이책 #초등도서추천 #호수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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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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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흉을 본다. 그런데 내 남편을 흉을 보면서도 그래도 너의 남편보다 내 남편이 낫다는 마음도 함께이다. 흉을 보다가도 은근슬쩍 그이가 그럴수 밖에 없었던 이유, 어쩌면 흉을 보면서도 내 마음 한켠에 담아둔 그이를 이해하고자 하는 합리적 견해를 흘린다. 말이 흘리는것이지 대변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짚신도 제 짝이 있는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남의 남편과 안살고 내 남편과 살고 있는거겠지. 이런 감정에 조차 진솔한 문장들이 재미있다.

친구들간에 감춰놓고 느끼는 나만의 비교우위의 감정 혹은 어쩔수 없이 인정하는 못가진 것에 대한 담담함 같은 미묘한 내면의 소리 까지도 군더더기 없이 적어간 문장들이 100년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대한 괴리를 좁혀준다. 독립운동을 하는 시절에 사진으로만 만나 하와이까지 시집을 가고 내 의지로 돌아올수도 없는 이 모든 상황이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는 나와 100년전 그녀들의 감정이 섞인다.

친정엄마와 가까이 지내며 육아하는 누구 혹은 누구에 누구 이야기만 들어도 부러워했던 내게, 마을의 크고 작은 인맥들은 타지에서의 삶을 즐겁게 지내는 원동력이었다. 지금의 내 직장도 그런 마을공동체에서 시작되었고 나의 크고 작은 살림살이들도 꼬마의 살림들도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며칠전에도 포장도 뜯지 않고 언젠가 쓰겠지 하고 고이 싸놓았던 키티머리띠를 발견했는데 우리 꼬마를 줘도 되겠냐는 문자를 받았다.

연속성이 전혀 없게 느껴질 위 세 문단이 내가 책을 읽는 포인트였다. 민족, 나라, 친구, 가족 이 모두를 꾸리는 여성 그리고 그 여성들의 이야기를 몇문장으로 표현하기에 아쉬워 말이 길었다. 나는 가엽거나 딱한 마음도 깊이를 헤아릴수 있을때 가능한 감정이구나 알게됐다. 그 모든 이름표를 달고 있는 그녀들의 깊이를 알 수 없으니 나는 그저 내 나름의 응원의 마음을 보탤뿐이다. 나와 다른 주인공이 되어 이입했을 독자의 서평이 궁금해지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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