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언어철학 관련 도서 중에서는 가장 정치하다. 데카르트 등의 프랑스 철학은 노골적으로 경시하면서 독일 철학을 우대하고 있는 것은 단점. 한문 투성이이고, 한국어 문법에 어긋나는 문장도 많고, 낡은 편집인 것도 그렇다.
하이데거 철학의 이정표가 아마도 가장 쉽게 드러나 있는 책이 아닐는지. 심지어 본인이 자기 강의를 반복까지 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단점은 절마다 번역 수준의 편차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뒤로 갈수록 한국어 문법에는 완전히 어긋난 문장이 수두룩하게 등장한다. 하이데거가 새로운 개념어를 많이 썼을지라도 문법자체를, 스스로가 아무리 불편해 했을지라도, 비틀지는 않았을텐데 이해되지 않는다.
이 책의 치명적 한계는 조중걸이 비트겐슈타인 독일어 원서 영역본을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곳곳에 독일어원문 대신 영어 번역이 있다. 독자 입장에서는 중역이다. 이미 독일어 중역 시대는 벗어난지 오래되었는데, 이 책이 큰 가치가 있을까. 학술적으로는 거의 가치를 찾기 힘들다.
이렇게 묻히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한국에서는 아주 귀한 철학 근간 개념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상세하게 고찰하는 책이다. 쉽게 읽을 입문서는 아니다. 제목이 말하듯이 후설의 시간론에 대한 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