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앨리스에 대한 새로운 비평 혹은 앨리스를 통한 새로운 언어학적 성찰을 기대한다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하지만 ‘놀이‘ 그리고 ‘생활‘이 언어학을 얼마나 흡습하고 있는지, 언어학의 기본 개념들을 훑으면서 알아가기에는 좋은 책이다. 일단 프랑스 언어학개론서가 몇 없는 실정에서는 반갑지만, 저자가 야심만만하게 제시하는 언어 ‘놀이‘가 당연하지만 프랑스어라, 우리가 그네들처럼 즐길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적어도 2000년대 까지의 진화언어학(linguistique evolutioniste)의 최신 동향이 실린 책이다. 다소 상투적인 사례들도 있지만, 최대한 친절하게 통틀어서 검토하는 저자의 수고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이다. 언어철학적 고찰 보다는, 진화언어학의 여러 보고들을 수렴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러한 수종 조사가 식물학적 지리지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이책은 의미가 매우 깊다. 우리 땅은 단지 관념이 아니라, 실질 생물들의 터전이다. 그래서 땅에 대한 지성적 사랑은 이러한 식물지의 보고일터, 그래서 구입했다. 나뭇잎, 씨앗 등등 식물 부속의 표본이 따로이 크게 실린 것은 이 책만의 장점이다. 하지만 도판들이 너무 조밀하게 책에 실려 지면 배치의 아름다움은 다소 놓치고 있다.
철학자 개인의 관점을 내세우기보다, 시몽동 이론을 꼼꼼하게 독해하고 있다. 이 점은 시몽동 책과 병행하여 읽어야 독법이 극대화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목에 딱 어울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