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 하지만 역사만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도 미래는 없다. 미래는 미래에 대해서 구체적인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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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마음대로 안될 때 - 나의 가을님에게
이경애 지음 / 인간사랑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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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 힘이 될 수 있을까?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답답하고 막막한 기분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누군가와 가볍게 대화라도 나누면 마음이 후련해지는 경우가 있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생겼다’라고 대나무 숲에 털어놓았던, 두건을 만드는 장인처럼 그저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울화가 가시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담자가 너무 적극적이어서 도리어 부담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전문가에게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한다.

 

누구나 살면서 막다른 길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궁리해도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이고, 애를 쓰고 발버둥 쳐봐도 제자리를 맴도는 기분, 미궁에 빠진 듯 막막하기만 합니다. 반복되는 가족과의 갈등, 대인 관계에서 느끼는 불편함, 직업이나 학업의 어려움, 우울감, 불안, 분노, 죽음 등 사연은 다양합니다. 주변에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으면 그래도 다행입니다. 그러나 가까운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렵고, 도움 받기 힘든 문제도 있습니다. 돕고 싶은 마음이 지나쳐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pp. 9~10]

 

 

심리 상담은 이런 것이다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심리 상담을 받으려고 상담실로 향하지는 않는다. 아직까지는 사회의 시선 때문에 상담실 앞에서 서성이다 돌아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렇게 상담실 앞에서 서성이는 우리에게 저자는 심리 상담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4장으로 나눠 보여주고 있다.

 

‘1장 우리의 만남 ? 당신을 알아가는 중입니다’에서는 심리상담을 처음 시작하는 이에게 상담소의 모습, 상담자의 역할, 심리검사로 알 수 있는 것, 상담에서 다루는 내용, 상담자와 내담자의 공감, 상담관계의 특수성 등을 얘기한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상담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돕는 보조자라는 점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nd, 1856~1939) 같은 “고전적 정신분석가들은 상담자가 ‘빈 스크린’이 되어 내담자의 경험을 비춰주어야 한다” [p. 23]라고 했는데, 이는 내담자 스스로가 문제의 본질을 통찰하고 변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가을님, 저[=상담자]는 당신을 고치거나 변화시키기 위해 여기 있는 게 아닙니다당신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잠시 손잡고 동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도 제 자신에 대해 배워갑니다. 저에 대해 잘 알수록 당신에 대해서도 명료하게 이해하게 될 겁니다. 우리 자신에 대해 알게 될수록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길을 잘 찾아갈 수 있을 겁니다.”[p. 71]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상담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깨진 그릇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처럼, 내담자가 꾹꾹 눌러왔던 이야기를 꺼내도록 하는 것이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일 테니까. 만약 상담자가 이를 잊어버리면 그 상담은 어떻게든 파국(破局)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 당신에게 무엇이 좋은지 내가 더 잘 안다’는 말도 안 되는 오만혹은 내 문제가 겹쳐 보여 흐트러진 마음에 헛다리를 짚을 때 상담자는 내담자의 문제에 조급하게 개입하거나 섣부른 조언을 하게 됩니다.” [p. 39]

 

물론 내가 나에 대해 전부 아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나의 눈을 가리고, 나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장애물을 걷어낼 수 있도록 돕는 상담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는 과정에서 생기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공감은 나도 모르는 나를 알게 해 줍니다.

깊은 공감은 ‘스스로도 미처 모르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지안이 동훈으로부터 들은 ‘내가 널 알아’라는 말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요.” [p. 42]

 

‘2장 고통의 이름 ? 마음을 이해하는 중입니다’에서는 심리적 어려움이 생기는 이유, 감정 일기를 쓰는 등의 방법으로 사건과 행동 뒤에 숨겨진 감정과 그 감정을 일으킨 원인을 드러내면서 ‘나’에 대해 알아가는 법 등을 얘기한다.

우리가 살면서 받은 크고 작은 상처들이 마음에 흔적을 남깁니다. 어떤 경우엔 그 흔적이 잘 아물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때로는 제대로 아물지 않은 채 남아있다가 비슷하게 느껴지는 사건을 다시 경험할 때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p. 78]

 

 

킨츠키’ 기법 같은 심리 상담

 

‘2장 고통의 이름 ? 마음을 이해하는 중입니다’에는 앞에서 언급한 심리 상담에 대한 부분 외에도 Case별 상담 처방이 섞여 있다. ‘3장 관계의 법칙 ? 따로 또 같이 나아갑니다’,  ‘4장 마음의 발견 ? 나 사용 설명서를 만듭니다’ 역시 상담자가 상담을 했던 내용 등을 기반으로 한 Case별 상담 처방에 관한 얘기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다양한 상황에서 생기는 마음의 상처들을 엿볼 수 있다. 나무에 못을 박으면, 그 못을 빼더라도 흔적이 남는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받은 크고 작은 상처들도 심리 상담 등을 통해 치유되더라도 마음에 흔적을 남깁니다. ‘흔적’보다는 ‘흉터’가 더 어울리는 말이라고 해야겠죠.

킨즈키를 아세요? 특별한 물건을 깨뜨려서 그걸 다시 금으로 붙이는 예술 기법이죠. 당신의 흉터는 당신이 깨졌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니라, (킨츠키[Kintsugi, 金繼]) 기법에 의해 수복된 작품처럼) 치유되었다는 증거” [p. 168]라는 얘기를 들으면 다른 느낌이 든다.

 

어쩌면 낯설 수도 있는, ‘킨츠키’라는 기법은 그저 깨진 그릇을 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심리 상담과도 비슷한 측면이 많다.

처음 단계인 ‘깨진 부분을 정성껏 닦아내기’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숨겨왔던 아픔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도록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음 단계인 ‘마스킹테이프로 그릇을 임시로 고정하기’는 REBT(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 인지적/정서적/행동적 상담방법) 등을 통해 내담자에게 깊이 뿌리 박힌 정서적, 행동적 변화를 유도하는 행위와 비슷한데, 자칫 잘못하면 이 과정에서 상담자가 내담자의 문제에 조급하게 개입하거나 섣부른 조언을 하기 쉬워 보인다.

그 다음에는 옻칠을 하고 건조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단계인데,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 과정에서는 두더지 잡기를 하는 것처럼, 한 문제가 해결되면 숨어 있던 또 다른 문제가 불쑥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를 헤매는 기분을 느끼고 있을 내담자의 멘탈을 케어해주는 상담자의 역할과 존재감이 돋보이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덜 마른 상태의 옻에 금가루를 뿌려 장식하면 깨진 그릇은 이전과 다른 가치를 담은 새로운 그릇으로 거듭나게 된다. 마음에 남은 흔적이 당신이 아팠다는 증거가 아닌 치유되었음을 확인하는 훈장으로 변화하는 것처럼.

 

 

이 리뷰는 도서출판 인간사랑으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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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클리즈의 유쾌한 창조성 가이드 - 아이디어 탐색자를 위한
존 클리즈 지음, 김평주 옮김 / 경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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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클리즈는

 

존 클리즈(John Cleese, 1939~ )는 영국의 코미디 배우이자 작가, 영화제작자로 ‘코미디계의 비틀스’로 일컬어지는 영국의 전설적인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선(Monty Python)’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는 아내인 코니 부스와 함께 영국 영화협회가 선정한 ‘최고의 영국 텔레비전 프로그램 100선’에서 1위를 차지한 BBC의 시트콤 “폴티 타워스(Fawlty Towers)”(1975~1979)을 제작, 출연해서 성공을 거두었고, 1988년 아카데미상과 BAFTA의 최우수 각본상 후보에 오른 영화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1988)를 공동 집필하고 제작을 총 지휘했을 뿐 아니라 출연까지 했다.

 

 

창조성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학습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저자가 ‘전설’라고 불릴만한 코미디 배우이자 작가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창조성’ 혹은 ‘아이디어 개발’이 천재(天才)의 영감(靈感)처럼 타고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창조력을 발휘할 만한 환경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는지” [p. 12]를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창조성은 간단히 말해 “새로운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의식은 아이디어를 선사한다.

 

저자는 케임브리지 대학시절, 교내 연극 클럽 ‘풋라이츠(Footlights)’에 가입했다. 이 클럽에서 매달 공연하는 ‘스모커(smoker)'라는 쇼에 모든 멤버가 참여해야 했다. 그래서 저자도 공연을 위한 코미디 대본을 쓰고 연기에 참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내내 머리를 쥐어짜다가 결국 포기하고 잠이 들어야 했던 문제가 아침에 일어나 다시 책상 앞에 앉으면 저절로 확 풀리는 기적이 일어났다.

뿐만 아니다. 친구 그레이엄 채프먼과 함께 교회 설교를 패러디 해서 써둔 작품을 그만 잃어버렸는데, 친구의 질책이 두려웠던 클리즈는 어쩔 수 없이 모든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다시 썼다. 나중에 잃어버린 원본을 찾아, 두 대본을 서로 비교해봤더니, 놀랍게도 기억에서 끄집어내 만든 것이 훨씬 나았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그는 “무의식이 항상 뭔가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p. 25]을 확신하게 되었다.

 

 

무의식이 선사하는 아이디어를 포착하려면

 

문제는 우리가 무의식에게 질문을 던질 수도 없고, 무의식의 언어로 대답한 것을 제대로 해석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이 클랙스턴(Guy Claxton, 1947~ )의 <토끼의 두뇌, 거북이의 마음(Hare Brain, Tortoise Mind)>는 두 가지 생각의 길을 제시한다. 하나는 토끼처럼 빠른 두뇌가 수행하는 또렷하고 분명하고 능률적인 생각[토끼의 두뇌]이고, 다른 하나는 거북이처럼 느린 마음의 명상적인 생각[거북이의 마음]이다. 토끼의 두뇌가 선종(禪宗)에서 얘기하는 ‘점수(漸修)’와 유사하다면, 거북이의 마음은 ‘돈오(頓悟)’와 유사하다.

 

여기서 저자는 창조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거북이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무의식이 선사해주는 아이디어를 포착하기 위해 놀이와 명상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놀이의 경우에는,

어린아이들이 놀이하는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아이들은 지금 하는 일에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한눈 파는 법이 없습니다. 그저 …… 탐험을 하는 중이죠. 어디로 가는지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놀이하는 아이들은 몹시 즉흥적입니다. 실수를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규칙을 지키지도 않죠. 아이들에게 “아냐, 그러면 안 돼.”라고 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도 없습니다. 게다가 이런 놀이에는 목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아무 걱정도 하지 않습니다.” [pp. 49~50]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실수를 저지를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 휩싸이는 것이다.

여러분이 창조력을 발휘할 때 결코 실수 따위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떤 길을 잘못 가고 있는지 아닌지는 다 가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아이디어가 하나 있다면, 그 생각의 흐름을 끝까지 따라가서 그게 정말로 유용한지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탐험을 하면서 자기가 어디로 향하는 건지 꼭 알 필요는 없습니다. 일찍이 아인슈타인도 꼬집은 바 있지만, 뭔가를 조사하는 사람이 자기가 뭘 하는 것인지 알고 있다면 이미 그것은 연구가 아닙니다.” [pp.56~57]

 

명상의 경우에는

“무의식은 우리에게 힌트와 자극을 아주 살며시 보내줍니다. 바로 그 때문에 고요함을 유지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일종의 명상을 실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p. 67]

 

이런 과정을 통해 무의식에서 불쑥 떠오른 새 아이디어를 포착해도 끝이 아니다. 방금 튀어나온 새로운 관념이 천천히 조금씩 명확해지도록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그 후에 토끼의 마음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평가하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가의 시점이다. 농작물의 싹이 빨리 자라지 않는다고 잡아당겨 늘여놓으면[발묘조장(拔苗助長)] 죽어버리듯이, 새로운 아이디어도 명확해지기 전에 너무 성급하게 평가하면 압살(壓殺)당한다.

 

 

창조성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요령

 

첫째, 자신이 아는 것을 가지고 쓴다.

여러분이 이미 잘 알면서 관심을 쏟는 분야에서 창조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p. 82]

 

둘째, 동경하는 사람의 아이디어를 빌려라.

초보자가 훌륭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서 창조적인 작업을 시작하기는 어렵다. 그럴 때는 먼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놀면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다른 이가 해놓은 것을 맹목적으로 똑같이 베끼라는 것이 아니라 ‘모작(模作)’을 통해 실력을 키우고 ‘창작(創作)’을 하라는 얘기다.

 

셋째, 차질이 생겼다고 의기소침하지 마라.

인류학자 그레고리 베이튼슨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낡은 아이디어를 버리기 전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다.” 베이트슨의 통찰 덕분에 저는 불모의 시기를 풍작을 위한 준비 기간, 더 나아가 전체 창작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흐름이 막혀 있다고 해서, 자책하면서 차라리 머리 깎고 산속으로 들어가 버릴까 고민하지는 마세요. 그냥 빈둥거리며 놀이를 하다 보면 무의식이 뭔가를 토해 낼 수 있을 겁니다. 의기소침해져 있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pp. 94~95]

 

넷째, 지나친 자신감을 경계하라.

대체로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며 자신만만해하면 창조성이 무너지더군요. 그런 사람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확신을 가지면 자연히 배우기를 그만두고 기존의 패턴만 고수합니다.” [p. 104]

 

다섯째, 아이디어에 집착하지 마라.

창작 과정을 시작할 때 작가는 마음에 꼭 드는 대단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이 아이디어가 바로 ‘애인’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글을 전개하다 보면 이야기가 조금씩 바뀌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 ‘애인’이 새 내러티브(narrative)에 어울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죠.

훌륭한 작가라면 애인을 버릴 겁니다. 그보다 좀 뒤처지는 작가는 애인에게 매달리면서 이야기가 탈바꿈하는 것에 훼방을 놓겠죠.” [p. 110]

 

여섯째, 자신의 생각이 명확해졌을 때, 다른 의견을 구하라.

경험이 풍부한 작가라면, 자기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 줄 때 던져야 할 질문이 네 가지 있습니다.

1. 어떤 대목이 지루했는가?

2.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은 어디였는가?

3. 설득력이 부족한 대목은 어디였는가?

4. 감정을 헷갈리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는가?

이 질문 들에 대한 답을 듣고 나서는, 한발 물러서서 과연 그런 지적이 타당한지 판단하고…… ‘직접 고치세요’.” [pp. 112 ~113]

처음 초고를 쓰고 4~5명에게 위의 질문을 던져 피드백을 받고, 두 번째 초고는 새로운 독자 2~3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 피드백을 받는다. 이런 과정을 사람들의 반응이 만족스러워질 때까지 계속한다.

 

 

[아이디어 탐색자를 위한 유쾌한 창조성 가이드]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사람들은 창조력 하면 순전히 예술 쪽에 있다고만 생각합니다. 음악이라든가 그림, 연극, 영화, 춤, 조각 같은 분야만 떠올리는 거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창조성은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서 드러납니다. 과학을 연구할 때도 발휘되고, 사업을 벌이거나 스포츠 활동을 할 때도 나타납니다.” [p. 9]

라고 말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주로 글쓰기 분야다. 모든 분야를 다루지 못한 것은 아마도 이 책이 제목 그대로 아이디어 탐색자, 그 중에서도 글 쓰는 창작자를 위한 창조성 가이드 북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쉽지만, 저자가 코미디 배우이자 작가이기 때문이 나온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창조성이 누구나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고, 창조력을 발휘할 만한 환경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는지를 얘기하려면, 저자의 말처럼 잘 알면서 관심을 쏟는 분야여야 할 테니까.[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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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1만 년 나이테에 켜켜이 새겨진 나무의 기쁨과 슬픔
발레리 트루에 지음, 조은영 옮김 / 부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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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연대학이란?

 

낯설게 들리는 ‘연륜연대학(Dendro-chronology)’이라는 학문은 나이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나이테를 연구한다고 하면 단순히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연대를 측정하는 것만 떠올리기 쉬운데, 나이테는 나무뿐 아니라 빙하, 석순, 산호, 조개, 그리고 물고기 귀뼈[이석(耳石)]에도 생긴다. 그런 나이테를 통해 기류(氣流)와 해류(海流)의 변화, 나아가 “생태학, 기후학, 인류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인간과 환경의 역사 사이의 상호 작용을 밝힐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 [p. 20]의 학문이다.

 

하지만,

“나는 연륜기후학자이다. 나이테를 이용해 과거의 기후를 연구하고 기후가 생태계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 지난 20년간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과거와 미래의 기후 변화에 대해 생각하고 쓰고 이야기하며 보냈다. 그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매년 우리는 기후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태운 화석 연료가 기후에 초래한 대혼란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지구 차원에서 인간이 만든 이런 기후 변화가 인간 사회에 가져온 결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해를 거듭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억제하거나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가 가져올 최악의 결과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심지어 196개국이 모여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야심 찬 노력을 기울이기로 약속한 2015년 파리 기후 협약 이후에도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 [pp. 18~19]

라는 저자의 한탄을 보면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드러냈지만, 현실 사회에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연륜연대학으로 할 수 있는 일

 

그렇다면 이 연륜연대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과거의 기후를 알 수 있다.

나무는 식량과 물이 풍부할 때, 그리고 남과 경쟁하거나 공격받지 않을 때 행복하다. 행복한 해에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넓은 나이테를 만든다. 반면 가뭄이나 한파를 겪었거나 허리케인이 잎과 가지를 죄다 꺾어 놓는 바람에 행복하지 않은 해에는 생장에 투자할 에너지가 많지 않아 좁은 나이테를 만든다. 따라서 나무의 행복은 날씨에 크게 좌우된다. 나무는 계절적 정서 장애는 물론이고 (어두운 계절에는 아예 동면하고 생장을 멈추니까) 연례 정서 장애도 겪는다. 즉, 날씨가 나쁜 해에는 나무가 우울해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나쁜 날씨’는 지역에 따라 추위가 될 수도 있고 가뭄이 될 수도 있다.” [p. 79]

 

둘째, 과거의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

우리가 유럽의 초기 정착민들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다. 인구는 얼마나 되었을까? 무슨 언어를 사용했을까? 어떻게, 그리고 왜 스톤헨지 같은 거석을 세웠을까? 그러나 연륜연대학 덕분에 그들이 6,000년 전에 참나무와 소나무를 잘라 호상 가옥, 수상 도로, 우물을 지은 정확한 연도와 계절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연륜연대학은 역사적으로 지상 목조 건축물이 보존된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한다. 중세 시대 이후 ‘마른’ 건축물에 사용된 목재는 연륜연대학자들이 갖고 놀 수많은 퍼즐 조각을 제공했다. 나이테를 이용한 연대 측정은 성과 대성당, 대학과 시청 건물은 물론이고 소박한 역사 건축물의 연구에도 크게 한몫 했다. 독일의 바이킹 정착촌, 베네치아의 팔라치(Pallazzi), 영국의 솔즈베리 성당, 이스탄불의 소피아 대성당까지 연륜연대학은 전 세계 문명의 건축물뿐 아니라 문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했다.” [p. 99]

 

셋째, 과거의 기후변화가 인간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과거는 현재의 기후 변화를 인정하고 미래를 예측, 계획하는 가장 실질적인 기초 자료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기준점 이동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 새로운 세대는 자신이 현재 경험하는 환경을 기준으로 삼아 판단하기 때문에 실제적인 변화의 규모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인 과거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현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고 그 일에 나이테만 한 것이 없다” [p. 307]

예컨대, 인류는 과거 화석 연료를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켰다. 하지만, 수세기에 걸친 과학적 발견과 연구에 기반한 연륜연대학 덕분에,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가 과거 인간사회에 끼친 영향을 확인하고, 지구 온난화 가속에 따른 인류의 미래, 나아가 지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나이테 측정기를 가지고 서로 다른 수종, 수령, 토양, 기후의 나무에서 얼마나 많은 목질부가 자라고 얼마나 많은 탄소가 저장되었는지 조사할 수 있다. 우리는 길어진 생장기가 어떻게 목질부 생장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가뭄, 극한의 날씨, 상승하는 기온이 어떻게 생장에 영향을 미쳤는지, 기후가 변화하면서 이러한 영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산불과 곤충으로 인한 발병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숲 생장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나이테는 우리에게 기후 변화가 어떻게 과거 사회에 영향을 끼쳤는지 가르쳐 주었다. 과거 한 문명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기후 변화는 사회 붕괴를 이끄는 사회생태학적 그물망의 일부가 되었다. 또한 창의성과 적응력이 정의하는 한 사회의 복원력에 따라, 그 사회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시적인 퇴행을 겪더라도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 아니면 완전히 무너져 해체될 지가 결정된다.” [p.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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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의 정치학
박성원 외 지음 / 인간사랑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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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와 정치적 인간의 미래’, ‘알고리즘 민주주의: 가능성과 한계’, ‘인공지능 거버넌스: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어떻게 govern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시대 정치과정의 변화: AI후보자의 선거출마와 AI정책결정이 가져온 변화’, ‘AI알고리즘 패권경쟁의 세계정치: 기술-표준-규범의 3차원 경쟁’이라는 5편의 논문을 엮은 책이다.

 

첫 번째 글인 ‘인공지능 시대와 정치적 인간의 미래’는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거의 동등한 능력의 지능적 존재로서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미래에, “인간은 어떤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간주할 것이며, 정치적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 것인지 예상” [p. 11]하고자 하는 글이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 기자가 존재하면 이들에게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기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이고. 이처럼 글쓴이는 인간, 기술을 적극 활용해서 신체의 변형/확대/증강을 이루는 다양한 형태의 트랜스휴먼인공지능인공지능이 만든 인공지능까지 네 종류의 지적 존재가 공존할 여러 가능성을 얘기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가치를 정상으로 판단하고, 이를 우선시할 경우 조직과 주체 사이의 대립은 불가피하다는 점도 언급한다. 결국 이를 해결하려면 정치적 인간이 여전히 필요한 존재임을 역설하는 셈이다.

 

두 번째 글인 ‘알고리즘 민주주의: 가능성과 한계’는 가치중립적인 인공지능 기술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알고리즘에 대해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통제하는 것이 권력 지배의 새로운 원천” [p. 38]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보통신의 기술의 발달로 의사결정을 위한 물리적, 공간적 제약이 완화되면서 미래 지향적인 열린 참여민주주의가 다가온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알고리즘에 의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가치 판단이 개입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알고리즘 민주주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밖에 없다. 알고리즘의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 또 그렇다면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따라 인간의 미래는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글인 ‘인공지능 거버넌스: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어떻게 govern해야 하는가?’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술(알고리즘, 데이터, 로봇)의 고도화와 이에 따른 기존 질서의 파괴적 혁신과 불확실성의 증대를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기술이 상호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어느 한 영역에 대해서만 규범체제를 구축하기 보다는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수평적으로 협력하여 사회적 제도를 형성하는 거버넌스(governance) 또는 협치(協治)가 요청된다고 주장한다.

 

네 번째 글인 ‘인공지능시대 정치과정의 변화: AI 후보자의 선거출마와 AI 정책결정이 가져온 변화’는 먼저 “정치인이나 관료의 비효율성, 편파적인 정책결정을 극복하여 정치적 효율성 추구, 공정한 배분, 투명한 정치적 의사결정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pp. 111~112] AI(인공지능) 정치가를 개발하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2018년 AI 후보자가 선거에 출마했고, 뉴질랜드에서도 2020년 AI 후보자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AI가 보다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정치분야는 정책결정 분야다.

정치과정에서 AI활용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선거과정뿐만 아니라 정책결정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인공지능(AI)는 미래사회의 ‘지속 가능한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지역이 보유한 다양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제언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중략 ~

지방자치단체가 생산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지역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들을 고려하여 예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도출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지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pp. 142~143]

이러한 AI 후보자의 선거출마와 AI 정책결정은 현행 대의민주주의 정치체제의 한계를 AI기술로 극복하자는 정치적 실험이다. 동시에 “정치과정의 투명성, 합리성, 효율성, 시민들의 실시간 참여를 확장하는 새로운 민주주의 플랫폼 구축이기도 하다.” [p. 146]

 

다섯 번째 글인 ‘AI 알고리즘 패권경쟁의 세계정치: 기술-표준-규범의 3차원 경쟁’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양자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이른바 ‘신흥기술’을 안보의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즉, AI 알고리즘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가지는 성격을 설명해주는 글인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AI 알고리즘 경쟁은 ‘권력성격의 변환’을 야기하고 있는데, 좁은 의미의 기술경쟁이라기보다는 기술-산업-안보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디지털 패권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둘째, AI 알고리즘 경쟁은 ‘권력주체의 변환’을 야기하고 있는데, 알고리즘 권력을 행사하는 민간 AI 기업들이 주요 주체로 부상했으며, 이들의 활동을 지원 또는 규제하는 정책, 제도 환경을 둘러싼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끝으로, AI 알고리즘 경쟁은 ‘권력질서의 변환’을 야기하고 있는데,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산업과 서비스, 무기체제 등을 규제하는 국제규범의 형성을 놓고 국가 및 비국가 행위자들의 의견대립이 불거지고 있다.” [pp. 152~153]

다시 말하면, 군사안보의 시각에서 AI 알고리즘 등 신흥기술을 해석하지 말고, 이들 신흥기술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세계정치의 변환을 이해하고, 새로운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리뷰는 도서출판 인간사랑으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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