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여운, 도쿄 - 일본의 감성을 선물하는 에세이&사진집
이송이 지음 / 하모니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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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여운, 도쿄]

 

이 책은 ‘1 In Korea’, ‘2 In Tokyo’, ‘3 Tokyo pictures’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도쿄[東京]에 취직하러 가기 전까지의 과정을 기술하고 있는데, 마치 자기소개서를 보는 듯해서 재미있었다. 2장은 도쿄에서의 에피소드를 간략히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3장은 저자의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사진들로 가득 차 있다.

 

 

일본과의 인연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문득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 하나쯤은 할 수 있어야지 좀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말 갑자기였다. 그렇게 마음먹은 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바로 뛰어갔다.

엄마! 나 일본어 할래!”

? 갑자기 무슨 바람이 나서 일본어래?”

그냥!”

엄마는 왜 많고 많은 외국어 중에, 중국어도 아닌 일본어인지 의아해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냥!’

무언가에 끌리게 되고 좋아하는 데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 머릿속에서 좋다라는 생각이 생긴 것이고 그 생각 자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나와 일본이란 나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p. 10]

 

걸그룹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

다가서지 못하고 헤매이고 있어

좋아하지만 다른 곳을 보고 있어

가까워 지려고 하면 할수록

멀어져 가는 우리 둘의 마음처럼

만나지 못해 맴돌고 있어

우린 마치 평행선처럼

라는 가사처럼, 인연은 바란다고 해서 맺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연이란 그냥이라는 말처럼 우연의 작용일 수도 있고, 수만 번의 생을 윤회(輪廻)하면서 쌓은 업()의 결과일 수도 있다. 저자가 일본어를 공부하고, 도쿄에서의 삶을 그리워하게 된 것은 어느 쪽의 작용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인연 때문이 아닐까?

일본에서의 추억

일본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 있나요?”

한국에 귀국 후, 주위 사람에게 종종 들었던 질문이다.

좋은 직원들과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일 좋았던 순간은 도쿄 타워를 보면서 회사에 출퇴근할 때입니다.”

도쿄 최고 관광지이자 어쩌면 동경하기까지 했던 도쿄 타워를 보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쌓였던 피로감이 없어졌었고 어떻게 보면 회사원에게 가장 힘든 출퇴근 시간을 가장 기분 좋은 순간으로 만들어 까지 했다. 퇴근 후,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도쿄 타워가 잘 보이는 공원에 앉아 한국에서 찍었던 사진이나 동영상들을 보다 집에 돌아가곤 했다. 한국에서의 나는 항상 친구들과 놀기 바빴고, 집에 있는 시간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타지에서의 지독한 외로움을 안겨준 도쿄가 있었기에 이제는 한국에서 외로움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하면 이겨 낼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코로나가 종식되어 다시 일본에 갈 수 있다면, 도쿄 타워가 가장 잘 보이는 그때 그 자리에 앉아 외로운 일본생활을 했던 나와 다시 한번 제대로 마주해보고 싶다. [p. 26]

 

사람들은 외로움에 지쳐 애완동물을 키운다는데, 저자는 도쿄 타워라는 애완 건축물을 가졌나 보다. ‘향수병(鄕愁病)’이라는 말은 낯선 곳에서 혼자 살다 보면 외롭고 쓸쓸함을 느끼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닐까?  ,

 

그렇다면 일본 생활 중, 가장 그리웠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두 번째로 많이 듣는 단골 질문이다.

너무나도 평범한 퇴근 후에 제 아지트 단골 술집에서 안주를 친구 삼아 술 한잔 기울이던 순간이요. [p. 33]

어쩌다 한두 번이면 몰라도 계속해서 혼밥, 혼술을 하는 것은 왠지 처량해 보인다. 그렇기에 혼술하는 순간이 가장 그리운 순간이라는 것은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든다.

 

딸랑딸랑

이랏샤이마세! (*어서 오세요!)”

큰 종들이 가득 달린 미닫이문을 열자마자, 엄청난 경력이 있어 보이는 주방장님께서 인사를 크게 외쳤고 나머지 직원분들이 주방장님을 따라 다시 한번 인사를 해 주셨다. 외국인이 거의 없는 작은 동네 술집이었기에 누가 봐도 일본인처럼 보이지 않는 나에게 시선 집중이 되는 게 피부로 느껴질 만큼 쉽게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여러 눈동자들과 눈 마주침이 있고 난 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메뉴판으로 시선을 옮겼다. 사실은 너무나도 오고 싶었던 곳이라 예전부터 인터넷으로 메뉴 조사를 다 끝냈지만 신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준 후 주문을 이어 나갔다. 테이블에 있는 1인석 자리에 앉아 안주를 저녁 삼아 먹으며 한국에서 찍었던 동영상을 보며, 회사에서 못 했던 업무를 하며, 주말에는 어떤 하루를 보낼지 계획하며 그렇게 그날 하루도 얼큰하게 마무리하였다.

 

늘 처음이 어렵다.

나에게는 내심 큰 용기가 필요했던 혼밥 혼술이란 도전을 해보고 나니 두 번째, 세 번째, 수십 번째 할 땐 너무나도 익숙하게 행동하게 된다. 첫 시도만 용기 내서 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이란 나와의 믿음도 생기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단골집이 된 이자카야에서는 처음처럼 큰 인사는 아니었지만, 사장님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인사를 알 수가 있었다. ‘왔어? 오늘 일 수고했어! 배고프지? 뭐 먹을래?’

이제는 익숙해진 큰 종들이 울리는 가게에 들어갈 때, 말하지 않아도 정이 가득 담긴 사장님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pp.31~33]

 

아마도 저자는 혼밥이나 혼술 그 자체보다 새로운 도전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게 해주었기에 혼술의 순간을 그리워했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저자에게 있어서 도쿄는 그저 일본의 도시가 아니라 바쁜 일상을 영위하면서 잠시 숨을 쉬는, 아니 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상징하는 것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을

한국에서는 하늘을 볼일도, 그런 잠시의 여유조차 없었다. 학교 다닐 때는 학교, 과제, 아르바이트의 반복이었고 하늘을 볼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다. 항상 핸드폰을 달고 다녔기에 고개가 아래로 향한 적은 대다수였지만 내 시선이 위를 향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퇴근길에 보이는 도쿄 타워와 인사를 하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려던 순간, 도쿄 타워 뒤로 보이는 빨간 노을이 나의 발걸음을 자석으로 이끌기라도 하는 듯 노을 쪽으로 끌어당겼다. 정신 차려보니,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 중략 ~

난 행복하고 즐겁게 지낸다.’

나 자신이 좋다.’

후회 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생각들을 수없이 하면 뭐하나. 잠시의 여유조차 즐기는 방법을 모르는데. 고장 난 생각을 가진, 모순덩어리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었다. 그날 이후로 결심하게 되었다. 아무리 바쁜 일상을 지내게 되더라도 시선을 빼앗길 만한 하늘과 노을이 있다면 잠깐이라도 좋으니 즐기고 감상할 시간을 나에게도 주자. 그때의 빨간 노을이 아니더라도 좀 더 넓고 다양한 풍경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하나 하나 카메라와 눈동자에 가득 담는 연습을 시작했다. [pp. 94~95]

라고 맺은 것이 아닐까?

 

 

옥의 티

 

Epilogue의 페이지가 206인데 목차에는 098로 되어 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저자(https://www.instagram.com/__songyi___/)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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