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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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의 의의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는 중국의 루쉰[魯迅, 1881~1936]나 한국의 이광수(李光洙, 1892~1950)처럼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첫 소설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저자로도 알려져 있지만마쓰야마[松山]의 중학교로 전근해서 겪은 경험을 소재로 쓴 <도련님>으로 더 유명하다.

왜냐하면이 작품으로 나쓰메 소세키는 이미 봉건주의를 넘어 산업사회에 기반을 두고 사실주의를 구현한 찰스 디킨스의 선험적인 시선을 장착한 듯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도련님>은 그런 의미에서 유학 후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나쓰메 소세키의 첫 소설로 보아 무방하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어떤 문학적 호기심의 시도로 출발한 것이라면 <도련님>은 근대 작가가 매달렸던 체험적 소재를 통한 사실주의의 실현이 녹아 든 동양의 첫 작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p. 177]

 

 

도련님의 좌충우돌

 

도련님이라고 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귀하게 자라나서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였다부족함 없이 자라서 돈에 얽매이지 않는그냥 바라만 봐도 귀티 나고 훤칠한 부잣집 도련님 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 번역한 이가 제목을 잘 선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저자인 나쓰메 소세키가 대학을 졸업하고 도쿄 고등사범학교 교사를 거쳐일본에서도 오지라고 불리는 시코쿠[四國에히메[愛媛현에 있는 보통중학교로 전근해서 겪은 경험을 소재로 쓴 글이라고 한다그러니까 학교 선생님들 이야기인 셈인데왠지 욱하는 도련님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그렸다는 느낌이 든다.

 

사회의 물이 덜 든 애송이이기에 주인공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쉬쉬하며 덮여버리던 일들과 타협하는 대신 우직하게 충돌한다처음 숙직하는 선생의 이불 속에 메뚜기를 집어넣는 기숙사 학생서화나 골동품을 강매하려는 하숙집 아저씨나 끝물호박[고가영어교사]을 멀리 보내고 그와 결혼을 약속한 마돈나[도야마네 딸]를 수중에 넣으려는 빨간 셔츠[교감등과의 갈등은 어쩌면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하일라이트는 중학교 학생과 사범학교 학생간의 패싸움을 말린 일 때문에 산미치광이[훗타수학교사]가 부당하게 면직당하자주인공이 교장에게 가서 사직 의사를 밝히고 이력 같은 거야 아무래도 좋습니다이력보다 의리가 더 중요합니다.” [p. 165]라고 외친 일이 아닐까?

직장인의 필살기가 사직서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게 던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주인공의 도련님 같은 면모를 더 두드러지게 부각시키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짧은 교직 생활에 대한 스케치와 같은 이 소설이 그렇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이 소설 여기저기에 내비치는 주인공의 도련님다운 행위일지도 모른다.

현실에 존재하기 힘들기에 역설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그런 도련님이 아닐까그래서 이 책의 해설을 쓴 소설가 백가흠도 도련님은 외롭다정직하기 때문에솔직하기 때문에관대하기 때문에순응하기 때문에 외롭다지금의 세상은 정직하면 손해 보는 곳이고솔직하면 비난받는 곳이고관대하면 무시당하는 곳이고순응하면 빼앗기는 곳이다도련님은 세상에서 손해 보고비난받고무시당하고빼앗기면서도 관대하다이는 전혀 인간을 신뢰하지 않는 것의 다른 마음이다인간을 윤리나 도덕예의 안에서 믿지 않기 때문이다허나 이는 슬픈 일이면서 망가진 세상에서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p. 183]라고 말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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