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상처받고, 인간에게 위로받는




문득 진짜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어.
 인간한테,질려버렸다 해놓고 언니가 보고 싶다는 글을 적고 있는 게 말이야. 
결국 나도 인간 속에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일 뿐인가 봐.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사람을 보지만
정작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은 한 명도 만나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 길어져.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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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놀자˝


박원순 시장은 한 고위간부를 향해 "앞으로 인공지능이 다 한다는데 그러면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나요"라고 의견을 물었다.
그 간부는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노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 P45

김상욱 교수가 예전에 페이스북에서 했던 일은 인공지능에게 시키고 우리는 놀자" 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였다.
이제 힘들고 복잡한 일은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맡기고 우리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 바로 ‘놀이‘에 매진할 일이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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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역시 김영민작가님 말처럼 아침이 좋을 것이다.


물론 의사는 환자를 위해서 이 방법을 권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 ‘환자에게 있어서 최선의 죽는 방식은 무엇인가 까지는 고려하지 않을 때도 많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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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없고 읽을 것은 쌓이고
그게 또 좋고

물론 저자, 독자, 편집자 모두 언젠가 뿌연 눈으로 간신히 글자를 읽을 날이 올 것이다.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에서 하드리아누스가 자신의 늙은 육체에 대해 ‘체액들의덩어리, 림프와 혈액의 슬픈 혼합물‘일 뿐이라고 읊는 내용은누구에게나 해당되기 때문이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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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직업 - 독자, 저자, 그리고 편집자의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이은혜 지음 / 마음산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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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좋아하게 되면서 책 곁에 오래 있고 싶었다. 여가시간만으로는 좀 부족한 느낌이다. 몸과 정신이 멀쩡할 시간은 제한적인데 읽어야 할 것들은 매일 쌓여간다. <읽는 직업>이라는 제목에 단박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다.


* 책의 세계가 있다.

책 세계의 일원으로서 저자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고, 행한 것들을 전해준다. 글쓰기의 힘과 글쓰는 일을 밥벌이로 할 때의 난처함과 책 만드는 사람들의 치열함과 각양각색의 독자들. 너무나 매혹적인 세계다.


"... 글쓰기란 곧 "수행성의 과정"이며 이는 외부로부터 자율성을 지켜나가는 "삶의 형식과 그 품위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163p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작가가 캐낸 삶의 가치 일부를 자기 삶의 자원으로 삼는 것이다." 182p


"책을 읽으면서 내 삶을 쓴다. 그처럼 사적인 독서는 의료 시스템, 종교 권력, 장구한 역사를 지닌 가족이 껴안지 못한 자기 문제를 거울을 들여다보듯 꿰뚫어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66p



*치열한 책읽기

책읽기에 정도란 없다고 생각해왔다. 손에 잡히는대로, 읽고 싶은 순서대로, 읽히는 만큼 멋대로 읽으면 전부라 여겼다. 읽은 책 권수에 집착하고 취향과 재미 위주로 읽었다. <읽는 직업>을 통해 처음으로 치열하게 읽는 방법을 접하고 놀랐다.


"어쩌면 독서의 유용성이란 현실적인 필요에 따라 읽기보다 오히려 자기 취향과 욕구를 억누르고 작가의 대표작으로 직진해서 들어갈 때 더 크게 발휘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취향이란 대부분 좁기 마련이라 자기 발목을 스스로 잡을 때가 많다." 179p


발간 해서 1000권만 나가는 책. 대중성보다는 원고를 보고 만드는 책. 기존 사고를 뒤흔들 힘이 있는 책. 나는 그 중에서 얼마를 읽어봤나. 공부하듯 열심히 읽는 태도는 책 만드는 치열함에서 나온 것일까. 작가가 그린 편집자는 외국어 공부, 학계 논문, 사회이슈, 작가의 전작 등등 끊임없이 학습하는 사람이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 능통해 에이전시로부터 수많은 원서를 받아 상당 분량을 읽어본 뒤 A4 8장짜리 기획서를 작성한다. 난도, 오퍼 적정액, 평가 및 감상을 적고, 본격적으로 책 소개 5쪽, 해외 서평 2쪽을 작성한다." 132p 


물론 작가님은 독자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해주신다.

"읽고 싶고,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해서 독자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지는 않는다. 보통의 독자들은 책을 읽으려면 삶의 일부를 잘라내야 하고, 스스로 책 읽는 훈련을 해야 하며 돈까지 지불해야 한다. 물론 책의 가격은 책이 담고 있는 가치에 비하면 턱없이 저렴하지만, 여타의 욕구는 언제나 지적 욕구를 쉽게 이긴다." 30p


내가 동의할 의견을 가진 책만 골라서, 내 감정에 들어맞는 부분만 편집해 감상하면서 나는 얼마나 편협한 독서를 해 왔던가. 그저 읽은 책 목록에 올리려 다급하게 책장을 넘겼던 무수한 책들. 성찰을 곧장 반영할 순 없지만, (읽고 있는 책들과 읽으려고 쌓아둔 책들이 산더미다.)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순간이 있기에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삶이 나아질까. 여기에는 "꽤 그럴 것이다."라고 답하고 싶다. ... 이렇게 책 한가지만 이야기하며 마치 책 바깥의 삶은 없다는 듯이 말하는 것을 싫어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 안에 완전히 들어오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세계가 있다. 책이 바로 그런 세계다." 225p

책을 쓰거나 읽거나 만드는 이들은 이처럼 부의 세계에서 한발 떨어져 나와 자신들만의 빽빽한 밀림을 만든다. 그 밀도가 일상을 구성할 때 편집자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가 말한 ‘이 땅 위에서의 저렴한 삶‘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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