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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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속도보다 무지의 속도가 항상 먼저였다. 한 줄 미명이 되어 나의 무지를 조금쯤 쫓아내준 책. 몰라도되는 권력이 나에게도 있었음을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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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시오랑, 발터 벤야민, 헤밍웨이, 모리스 알박스, 한나 아렌트 등 당대의 지식인과 교류하는 곳, 저녁 식탁에서 라틴어 시구을 암송하는 분위기, 파리의 전경과 음악, 미술, 문학이 가득한 유년시절의 장면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성장기의 혼란에 더하여, 그가 겪은 스페인 내전이라는 전쟁과 피난, 이방인으로서의 소외, 수용소의 악몽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누린 면면이 부러워진다.

호르헤 셈프룬이라는 낯선 이 인물은 100년전인 1923년 스페인의 정치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비극적 상황에서도 삶을 놓지 않았던 그는 마흔이 되어 작가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이 책은 그가 파리로 망명 온 유년기의 회상이다. 성장하며 겪어낸 생각과 책들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읽을 책 목록이 걷잡을 수 없이 길어진다.

그의 연혁도, 글도 놀랍고 매력적이다. 그가 쓴 다른 책들이 어서 출판되기를 매우 고대하게된다.

"책을 읽게, 계속해서 읽어, 시의적절한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간에, 자네가 이미 그렇게 해 왔던 것처럼 말일세! 그것이 내가 요청하는 바네."

세계의 중심이며 출발기지였던 팡테옹 광장에서부터, 매번 탐험이 시작되었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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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3-05-18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있는데 이런 내용을 담고 있군요 ㅎㅎ 사다만 놓고 만족하고 있었네요.

호두파이 2023-05-18 11:06   좋아요 0 | URL
저도 꽂아두고 만족하고 있는 칸이 있어요ㅎㅎ coolcat님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찬란한 하루 보내시길 🙂

그레이스 2023-05-18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로 들어갑니다.
너무 좋을듯요

호두파이 2023-05-19 09:16   좋아요 1 | URL
와-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ㅎ
 

<파르카이>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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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우리는 기묘한 세상과 접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통상적인 상식이 뒤집히는 세계이다. 병리 상태가 곧 행복한 상태이며 정상 상태가 곧 병리 상태일 수도 있는 세계이자,
흥분 상태가 속박인 동시에 해방일 수도 있는 세계, 깨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몽롱하게 취해있는 상태 속에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 말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187p

올리버 색스, 인문학적 시각을 지닌 신경학 의사인 그의 저작들은 사람들의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신경학적 장애들을 그만의 독특하고 따뜻한 시각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병리는 정상이고 행복이라는 그의 말은 정상성에 대한 집착과 강자의 논리 반복에 빠져있는 유약한 사람인 나에게 특히나 크게 와 닿는다. 그래서 생각한다. 선함은 말 잘 듣는 착함이 아니라는 것을. 차별적 논리에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는 힘이라는 것을.

과학전문 저널리스트 피아마 루자티가 올리버 색스에게 바치는 오마주인 <남편을 모자로 착각한 여자>라는 책도 흥미롭다. 두 권을 같이 본다면 즐거운 독서와 즐거운 독후독서가 된다. 어떤 독후활동은 책으로 만들어진다니, 감탄스럽다. 한 권의 책을 풍부하게 읽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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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 사상이 내 안에 알코올처럼 녹아들 때까지. 문장은 천천히 스며들어 나의 뇌와 심장을 적실 뿐 아니라 혈관 깊숙이 모세혈관까지 비집고 들어온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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