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뒤적여보고, 전시를 보며 한 작가를 깊이 사귀는 경험을 했다. 떠올랐던, 그러나 바쁜 일상에 일별해버리고 마는 어떤 질문들을 놓지않는 사람을 보았다. 자신의 질문을 조각, 사진, 그림...그러니까 예술로 세워두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작품들이 그러한 질문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전문가들의 혜안을 엿보아 알게되었을 뿐이지만.) 특히나 예술의 질문하는 힘을 적은 문장이 인상깊었다.
˝‘절하는 여자‘의 깊이 숙인 몸은 화살표처럼 보였다. 그것은 다른 생각의 방향을 암시하는 듯했다. 나는 예술작품이 주는 이런 충격의 순간들을 사랑한다. 여러 생각과 감각이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마침내 새살이 돋는 듯한 순간 말이다.˝ 31p
- ˝나의 많은 작품이 공적 공간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치욕에 관한 것이다. 우리 젠더에는 엄청난 치욕이 첨부돼 있다. 문화의 아무것도 우리의 경험을 논하지 않기 때문이다.˝ 245p
- 그에게 동물은 동료이자 짝이다. 여성이 남성/여성 이항대립의 희생자이듯 동물이 문화/자연 이항대립의 희생자라는 의미에서의 동료일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있기 위해, 살아 있기 위해 분투하는 물질성을 가진 동등한 존재라는 의미에서의 동료이다. 249p
예술 속 여성, 세계의 구성원 동물, 삶의 연장으로서의 죽음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글로 풀어내도 인상깊게 읽었을 주제였다. 그런 내용을 한 순간으로 편집해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전시회가 내내 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다른 방식으로 전시를 진행하고 만들었던 도록도 접할 수 있었다. 전시장에서 보지 못한 많은 작품들을 새로운 순서와 시각으로 접할 수 있었다. 전시와 연계해서 보니 이렇게나 풍부해질 수 있구나 싶었다.
- How can one define Kiki Smith‘s contribution to contemporary art? The desire to classify, to come up with terminology for phenomena of artistic production is inherent to any criticism, and ˝feminist aesthetic˝ seems to meet such a need for categorization and description. ˝Kiki Smith is an American artist classified as a feminist artist˝ ˝˝[she] is recognized as a feminist, politically oriented artist˝; ˝her work falls in the lineage of artists such as Lee Bontecou, Louise Bourgeois, Eva Hesse, Carolee Schnee-mann, and Nancy Spero, all of whom advanced feminist ideas in their work.˝ 23p<kiki smith, petra gilroy-hirtz)
- 처음에 도록을 열심히 읽고, 전시는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작품의 사진과 전문가들의 해설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아차 싶었다. 전시장의 공간, 작품의 배치, 학예사들의 스토리텔링이 작가의 작품에 더해져서 관람자에게 주는 새로운 시각이 있었던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이런 사실일텐데, 이제야 새삼 깨달았다는 게 창피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많이 배운 전시경험이었다.
(이미지, 1푸른소녀 2.키키스미스의 작품 daphne <kiki smith>11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