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를 흉내내보고서야 나는 우리 사이 이름을 가진 게 늘 나뿐이었다는 걸, 언니가 그 이름을 부르며 소망을 걸었다는 걸 알게 되었지. 자신을 마지막으로 어떤 서사가 영원히 종결되기를 바라는 소망, 누군가 온전한 제 이름으로 살길 바라는 소망... 지지대를 가지게 된 식물처럼 나는 언니의 소망에 기대 이만큼 자랐어. 이제는 전보다 더 많은 여자들이 나를 언니라 부른다. - P160

저는 이 모든 게 우연이고, 나에게 이런 삶이 주어져야 할 이유가 없듯 이런 삶이 주어지지 말아야 할 이유도 어뵤다는 결론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피할 수도 없는 과정이었어요.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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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가파르바트라는 세계에서 9번째로 거대한 산. 여기에 오르는 경험은 일반적인 일은 아닐것이다. 오지, 험지, 벽지를 탐험하는 일이 다 그렇듯. 이런 특별한 이야기에는 언제나 당면한 하나의 여정을 넘어서는, 인생 자체를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
역시 인생의 목적은 무의미에 있는 것일까. 집을 떠나는 일, 길에서 온갖 것을 만나는 일, 만난 것들에 일별하는 일 같은.
책의 첫 문장이 계속 맴돈다. ˝사람들은 낭가파르바트를 ‘운명의 산‘이라고 부른다.˝ 낭가파르바트로 떠날 용기가 생기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탐험가들의 이야기에 계속 매혹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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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독 흰 고독 (리커버 개정판)
라인홀트 메스너 지음, 김영도 옮김 / 필로소픽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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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의 나는 온갖 일에 머리를 쓰며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추한 대로, 광기 어린 대로, 운명의 장난 그대로 살기로 했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몸에 집중하며 이렇게 혼자서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은 자를 사용하지 않고 발과 눈으로 거리를 재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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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독 흰 고독 (리커버 개정판)
라인홀트 메스너 지음, 김영도 옮김 / 필로소픽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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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미풍 속을 걸으며 공기 냄새를 맡을 때면 나는 언제나 이 세계의 거대함을 느끼곤 한다. ... 만약 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절대적인 무한 속에서 고독을 이겨낼 수 없는 불안과 무능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마냥 제자리걸음을 하며 하찮은 일에 정력을 쏟다가는 내 자신을 잃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비아냥거렸지만 나는 설사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내 길을 가고 싶었다. 안부를 묻고 악수를 청하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아사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아무리 칭찬을 받는다 해도 그것으로 삶에 대한 나의 허기진 욕망이 채워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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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독 흰 고독 (리커버 개정판)
라인홀트 메스너 지음, 김영도 옮김 / 필로소픽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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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이 말하는 고독, 뭔가 본질적 것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무엇 때문에 이러한 공포에 휩싸였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오랜 시간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곳에 있다는 두려움,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 어느 그보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 그 자체에서 오는 공포가 나를 짓누른다. 내 몸에서 힘을 앗아간 것은 추락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그것은 이 고독 속에서 내 자신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였다.

불안하다. 이것은 고독을 이기지 못한 데서 오는 불안과 자신의 일을 해결하지 못한 데서 오는 불안이다. 나는 불안과 열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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