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미풍 속을 걸으며 공기 냄새를 맡을 때면 나는 언제나 이 세계의 거대함을 느끼곤 한다. ... 만약 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절대적인 무한 속에서 고독을 이겨낼 수 없는 불안과 무능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마냥 제자리걸음을 하며 하찮은 일에 정력을 쏟다가는 내 자신을 잃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비아냥거렸지만 나는 설사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내 길을 가고 싶었다. 안부를 묻고 악수를 청하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아사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아무리 칭찬을 받는다 해도 그것으로 삶에 대한 나의 허기진 욕망이 채워지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