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스쿨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잭 리처가 돌아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탐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영화 버전의 주인공이 잭 리처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것 같다. 뭐 캐스팅이야 일개 독자가 정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서 개인적으로 영화 버전의 잭 리처는 <원 샷> 이후로 포기해 버렸다. 대신 책을 선택했다 나는.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기 전인 1996년으로 리 차일드 선생은 독자를 인도한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헌병대 소령 잭 리처는 발칸 반도에서 벌인 성공적인 작전 덕분에 수훈장까지 받았다. 그들은 마치 임무에 굶주린 늑대들처럼, 옛 임무가 끝나자 마자 보상으로 새로운, 그리고 도전할 만한 프로젝트가 주어지길 기대한다. 금속 쪼가리로 만든 훈장 따위랑은 관심도 없다는 듯이. 그리고 그가 보내진 곳이 바로 사단법인 교육해법 연구소란다.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철저한 보안을 위한 위장 일 뿐, 그곳에서 잭 리처가 만난 다른 교육생들 역시 비슷한 임무를 마치고 다시 새로운 임무에 투입된 FBI 요원 케이시 워터맨 그리고 중동문제 전문가라는 CIA 요원 존 화이트다.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좌관 알프레드 래트클리프와 중년의 실질적인 프로젝트 책임자 마리안 싱클레어가 등장해서 조국이 지금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고 선언한다. 독일 함부르크의 모처에 있는 사우디 인과 이란 인으로 구성된 테러 조직이 움직이고 있다. 아, 깜빡한 게 있었지. 이십년 전부터 테러의 위협에 우리는 시달리고 있었구나. 이란 인의 밀고로 싱클레어들은 미국 안보의 심각한 위협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느 미국인이 끼어들어서 테러리스트들에게 자그마치 1억 달러를 주면 자신이 가진 것을 제공하겠다는 사실은 덤이다. 자, 이제 아리송하긴 하지만 문제가 제기되고, 그 문제는 미래래의 점증하는 위협으로 바뀔 것이니 유능한 FIB, CIA 그리고 헌병대 삼총사가 투입될 시점이지 않은가. 엄청난 오퍼를 한 미국인의 정체를 밝히되, 우리 편인 테러 조직에 침투한 이란 청년의 안전을 보장하라. 어때 서로 모순된 임무처럼 보이지 않는가. 아, 그리고 아무도 믿지 말라. 어쩌면 이미 적은 그들 사이에 침투해 있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삼총사의 사령부가 차려진 미국 버지니아 맥린, 모종의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현장 독일의 함부르크 그리고 테러가 계획되고 있는 아프간의 잘랄라바드를 연결하며 전개되는 속도가 마음에 든다. ‘협동심 배양 학교’ 출신들의 실력은 출중했다. 그것이 정보가 됐든, 무기가 됐든 간에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 조직에게 그것을 팔려는 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국인의 신분을 20만에서 획기적인 숫자로 줄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놀랍군,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가 유통되는 시대의 개가라고 해야 할까.

 

지구상에서 20초마다 한 권 씩 팔린다는 리 차일드 소설의 흡입력은 역시나 대단했다. 이번 소설의 무대는 독일의 함부르크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도시라고 했던가. 어마어마한 물동량이 넘나드는 도시에서, 누군가 아프간 테러조직에게 무엇을 팔려고 한다는 정보를 미국 국가안보위원회가 포착했다. 볼 것도 없이 경찰국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려는 것이겠지. 항상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처리한다는 규칙에 따라, 군과 FBI 그리고 CIA까지 동원된 ‘나이트 스쿨’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물론 철저하게 존재는 감춘 채로. 다양한 채널의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잭 리처와 그의 부관 프랜시스 니글리 상사는 독일 미군기지에서 4개월 전에 탈영한 병사가 테러조직에게 자그마치 1억 달러를 받고 장물을 넘기려고 한다는 사실에 도달한다. 도대체 그 물건은 무엇일까? 소설에서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중요한 단서 중의 하나인 “데비 크로켓”이라 불리는 H-912가 바로 잭 리처 그룹이 애타게 찾는 물건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더 이상 밝히면 스포일러가 되니 나머지는 알아서 찾아 보시면 될 것 같다. 참고로 H-912는 실제로 존재했다.

 

전 세계에 미군을 파견해서 운영하고 있는 기지국가 미국은 냉전 시절 나치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연합군이었던 붉은 군대가 언제라도 서방으로 진격해 올 것을 두려워 했단다. 그 시절에 있었음직한 가설을 바탕으로 해서 리 차일드는 정교하게 짤 자인 플롯을 구사한다. 위조문서가 난무하던 통일 독일 시대에 극우 비밀 조직의 등장도 낯설지 않다. 이웃 아베 정권이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국가로 발돋움하려는 것처럼, 독일에서도 패전의 상처를 딛고 독일 민족만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망상에 젖은 무리들이 있다는 것이 이번 독일 총선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던가.

 

탈영병의 정체와 그가 훔친 무시무시한 무기로 돌변할 수 있는 장물에 대한 미스터리를 리 차일드는 메트로폴리스 함부르크를 배경으로 해서, 캐릭터들이 근접조우하는 방식으로 아슬아슬하게 교차시키는 방법으로 독자의 염통을 쫄게 만든다. 냉전 시대 비밀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아르헨티나에 슈거 랜드 목장을 건설하겠다는 망상에 젖어 위험천만한 장물을 다루는 삼십대 탈영병 그리고 그들을 저지하려는 35세 12년차 잭 리처 소령의 활약상은 정말 최고였다. 잭 리처를 어쩔 수 없기 돕게 되는 함부르크 경찰서의 형사과장 그리즈만의 비중도 적지 않았다. 뛰어난 독일 경찰의 검시와 요즘으로 치면 디지털 포렌식에 해당하는 수사기법 등도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1996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21년 전이라는 점도 감안해 주시길. 너무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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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0-27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 재밌는 소설이긴 하는 모양이네요..20초당 1권씩 팔리다니..작가 리 차일드는 떼돈을 벌었겠는데요? 20달이나 20년만에 1권씩 팔리는 작가들은 엄청 부럽겠습니다.ㅋㅋ

레삭매냐 2017-10-27 14:07   좋아요 1 | URL
네 500쪽이 넘어서 이걸 언제 다 읽나 싶었
는데 3일 만에 다 읽었네요.

잭 리처 역은 아무래도 탐 크루즈에 어울리
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 35세로 나오
는데 탐 크루즈 이제 50줄 아닌가요 ㅋ

하긴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들도 이번에 노벨
문학상 수상 전까지만 해도 서너권 정도 팔
리다가 단박에 베.셀.이 되었으니 말이죠.

stella.K 2017-10-27 1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책을 정말 열심히 읽으세요.
그러신 줄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시리즈 재밌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그 운명이 저에게까지 올지 모르겠어요.

탐 크루즈 이젠 할아버지 테가 슬슬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옛날에 정말 잘 생겼었는데...
니콜 키드먼도 세월을 비껴가지 않더만요.
이제부턴 곱게 멋있게 나이들어가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 해요.
그러므로 전 이들의 나이들어 가는 걸 응원합니다.ㅎ

레삭매냐 2017-10-27 14:43   좋아요 1 | URL
최근 오픈하우스에서 나오는 책들을
자주 만나게 되네요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이언 랜킨 그리고 리 차일드까지!

니콜 키드먼, 정말 나이가 들었더라구요 :>

많은 분들이 좋다고 극찬한 개브리엘 제빈
의 <섬에 있는 서점> 읽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