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시간 -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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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점심을 먹고 나서는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시게 됐다. 오늘 점심에는 판모밀을 먹겠다고 가게를 찾아 나서 봤지만, 의외로 판모밀을 파는 가게가 없었다. 대충 냉모밀로 끼니를 때우고 카페를 찾았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시원한 카페가 절실했다. 평소 즐겨 마시는 아이스 카페라떼는 주문했는데, 돈을 조금만 더 내면 디저트를 준다고 해서 바로 주문했다. 우리만의 즐거운 “차의 시간”을 가졌다 오늘도.


중년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마스다 미리 작가의 나이를 검색해 봤다. 우리 나이로 49세, 그러니까 이제 1년만 더 있으면 반백년을 돌파하게 되는 나이다. 솔직담백한 매력적인 이야기를 구사하는 마스다 미리 작가의 그림에는 소녀 감성이 물씬 풍겨난다. 국경을 넘어 디저트로 대동단결하는 여성 동지들의 단합이 바다 건너 우리나라에서까지 일어났다는 사실도 빠지지 않고 그려준다. 딸기 케이크 뷔페라니,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다. 그럼 뷔페에 가서 케이크로 배를 채운다는 말인가. 문득 예전에 옆지기와 함께 용인 죽전에 즐비한 애프터눈 티 카페에 들러 실컷 디저트를 즐긴 기억이 났다.


중년 여성이 느끼는 소녀 감성 중에는 25세 여성의 대화를 엿듣는 에피소드도 있다. 30세가 되면 세상이 끝날 것처럼 말하는 자신만만한 시절이 모두에게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 당시에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어느새 그 시절이 되고 그 이상의 시절도 맞이하게 되어 있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지 않은가. 스타벅스 카페에서 30세가 되면 세상 끝장이라고 말하던 이들이 과연 30세가 되었을 때, 그리고 40세가 되었을 때 뭐라고 말할 지 궁금해졌다.


도쿄 시부야의 잘 나가는 카페에 갔더니 젊은 점원이 자신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후진 자리를 준 기억을 기억하는 마스다 미리 작가. 다른 곳에도 자리가 많은데 굳이 자신이 앉은 자리를 탐내는 시선이 느껴지면 심술을 부리고 싶은 그런 마음도 여과 없이 솔직 담백하게 그려내는 용기가 은근 부럽기도 하다. 배가 부른 데도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슈크림을 주문했다고 고백하는 장면도 귀엽다. 그것은 마치 남자들이 라면 국물을 들이키는 것하고 뭐가 다르냐며 되묻는 장면에서는 슬쩍 미소가 떠오르기도 했다.


예전에 한동안 밥배와 디저트배는 다르다며 즐겨 찾는 디저트 카페에 우르르 몰려가 나폴레옹 페이스트리를 실컷 먹으면서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 기억이 난다. 우리 수다에 특정한 목적이 있었던가? 그저 그전날 본 드라마에 대해 논하고, 최근에 본 영화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며 시간을 보내던 시절의 추억이 마스다 미리 작가의 그림과 묘하게 중첩됐다. 작가가 경험한 또다른 스타벅스 스토리에서는 여성 트리오가 등장해서 의미 없는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이 모두 듣게 하면서, 진짜 하고 싶은 말들은 속닥속닥 다른 이들이 알아 듣지 못하게 그렇게 소곤댔다고 했던가. 수다의 진수가 아닐 수 없다.



고급 호텔에서 우리 돈으로 3만원 짜리 슈퍼 엑스트라 쇼트케이크를 그리고 신칸센에서 파르페를 즐기는 주인공의 그림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 정도 투자해서 행복할 수 있다면 작은 일탈은 허용되지 않을까. 문득 오늘 저녁 나도 맛있는 디저트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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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6-24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드신 거에요, 디저트^ㅁ^)? 남 뭐 먹었나 물어보는 거 참 없어보이지만 궁금한 게 먼저!

레삭매냐 2017-06-24 23:08   좋아요 1 | URL
저녁 때는 못 먹고,
어제 낮에 먹은 것으로 해야할 것
같습니다.

간만에 정말 맛있는 디저트 먹고
싶네요.

cyrus 2017-06-24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만 봐도 행복하게 살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

레삭매냐 2017-06-24 23:09   좋아요 0 | URL
ㅎㅎ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그 유명한 톨스토이의 문구를
이용해야 하나요?

해라 2017-06-30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역시 레삭매냐 님 :)
못 뵌지 백만년이지만 글로만 만나도 이렇게 반갑고 좋은.

레삭매냐 2017-06-30 10:2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

오래전 문동 파뤼가 아마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시절이 그립네요 참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