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크
존 버거 지음, 셀축 데미렐 그림,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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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중고서점에 존 버저의 책이 있다는 걸 알고선 그야말로 한 걸음에 달려가 책을 사왔다. 제목은 <스모크>. 무슨 내용의 책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도, 오로지 존 버저의 책이라는 사실 때문에 샀다. 그리고 읽었다. 그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려고 했으나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니 사서 읽는 수밖에 없었다.

 

책을 정말 얇았다. 그리고 그림이 많았다. 제목처럼 스모크, 담배 연기 그러니까 흡연에 관한 아주 짤막한 글이었다. 한참 금연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던 무렵, 유럽에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그야말로 아무데서고 담배를 피워 대는 거였다. 작가에 의하면 기차는 물론이고 심지어 비행기에서도 담배를 피웠단다. 놀랍군.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예전에 교무실에서 남자 선생님들이 피워 대는 담배연기로 자욱할 지경이었단다. 지금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나는 흡연가가 아니라 그네들의 심정을 잘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흡연자들을 악마로 만드는 전투적인 캠페인이 시작되었고 그들은 코너에 몰린 소수자가 되었다. 자신만의 건강을 해치는 게 아니라 타인의 건강까지 해치는 이들로 지탄받게 된 것이다. 아, 그리고 보니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담뱃세를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려 그들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사용한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저 가난한 보통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부족한 세수확보를 위해 정책이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어쩌면 흡연자들은 조국의 재정을 위해 오늘도 비흡연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 가며 구석지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존 버저 작가에 의하면 예전에 사람들은 인심 좋게 나눠 담배를 나눠 피우며 서로의 견해를 나누며, 여행에 대해 그리고 계급투쟁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보니 모르는 이들하고 술 마시는 경우는 드물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라도 흡연하는 소수자들의 끈끈한 그런 유대가 있었던 게 아닐까.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로 지구가 뜨끈뜨끈해졌지만 그런 거대한 차원의 담론보다 당장 내 호흡을 불쾌하게 주변의 흡연자들을 악마로 만들었다는 거다. 한 때 재떨이는 호의의 상징이었지만, 이제 흡연은 공공의 적이자 사회악이 되었다.

 

어쩌면 바로 이 점에 착안해서 하나의 멋진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해서 흡연자들은 악마가 되었고, 흡연은 사회악이 되었는가에 대한 하나의 고찰 대충 뭐 이런 제목으로 말이다.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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