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시공사에서 나온 카릴 필립스의 신간 <강을 건너며>를 읽기 시작했다. 바티스트 보리유의 <불새 여인>을 다 읽지도 못했는데, 어제 받은 새 책에 대한 유혹을 이길 수가 없더라. 그런데 이 책 재밌다. 그래서 카리브해의 섬나라 세인트 키츠 출신의 흑인 작가 카릴 필립스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에 대해 알아낸 대부분의 정보는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 바이오그래피와 위키피디아, 그리고 아마존 등의 해외 사이트에서 알게 됐다. 그리고 보니 현재 재직 중인 예일 대학교 레쥬메도 참고했구나.

 

1958년 생으로 올해 우리 나이로 58세인 3월 13일에 태어난 카릴 필립스는 생후 4개월 만에 영국으로 이주하게 됐다. 요크셔 지방의 리즈에 둥지를 튼 필립스는 1976년 옥스퍼드 대학 퀸즈 칼리지에 진학해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1979년 학사 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옥스퍼드 대학 진학 중 많은 수의 연극 대본들을 연출했고, 여름 방학 동안에는 에딘버러 축제에서 일했다고 한다. 졸업 후, 에딘버러로 이주해서 일년 가량 살면서 첫 번째 연극인 <스트레인지 프루트>(1980)를 발표했다. 다시 런던으로 거처를 옮겨 두 편의 연극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마 소설을 쓰기 전 연극 대본 작업에 주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22세가 되던 해에 카릴 필립스는 1958년 고향 세인트 키츠를 떠난 후 처음으로 그 섬을 다시 방문했다. 이 여행은 필립스에게 자신의 첫 번째 소설인 <마지막 여정>(1985)의 영감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듬해 두 번째 소설인 <스테이트 오브 인디펜던스> 발표 후, 유럽여행을 나서기도 했는데 이 여행은 이후 <유럽 부족>이라는 에세이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필립스는 세인트 키츠와 영국을 오가며 살았는데 이 기간 동안 <하이어 그라운드>(1989)와 <케임브리지>(1991)를 연달아 발표했다.

 

영국에 머무는 동안 카릴 필립스는 라디오에 텔레비전에 방송된 수많은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작품을 쓰기도 했다. 자신의 소설인 <마지막 여정>의 대본도 직접 썼다. 1986년에는 <플레잉 어웨이> 대본을 그리고 V.S. 나이폴의 원작소설 대본을 2001년에는 쓰기도 했다.

1990년 필립스는 미국 매사추세츠 소재 앰허스트 칼리지에 방문작가로 하다가, 8년간 그곳에 머무르며 최연소 영문학 교수가 되는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 1995년에는 종신교수의 자리에 올랐다. 그 기간 동안, 그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이번에 국내에서 출간된 <강을 건너며>를 발표했는데 수많은 상을 받으면서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의 미국 생활은 기존의 세인트 키츠와 영국에 더한 삼각편대를 이뤘다.

 

이렇게 복잡한 생활을 보내던 중, 필립스는 결국 세인트 키츠에서의 생활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후에도 주기적으로 자신의 생물학적 고향을 방문하고 있다. 1998년 컬럼비아 대학 바너드 칼리지로 옮겼다가 다시 2005년부터 예일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카릴 필립스는 지금까지 모두 10편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가장 최근작은 2015년에 발표된 <로스트 차일드>다. 그 외에도 넌픽션인 <외국인들>(2007)를 비롯해서 네 권의 에세이 모음집도 발표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궁금한 책 중의 하나는 2011년에 나온 <컬러 미 잉글리쉬>라는 작품이다. 선데이 타임즈는 카릴 필립스를 1992년 젊은 작가로, 그리고 1993년 문예지 그란타에서는 그를 최고의 젊은 영국 작가 중의 한 명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카릴 필립스는 영국과 미국 외의 가나, 스웨덴, 싱가포르, 바베이도즈 그리고 인도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지금까지 모두 13개 언어로 번역되기도 했는데 이제 14번째 언어로 한국어가 추가되게 되었다. 카릴 필립스는 대서양 양안을 자신의 소설에서 공간적 배경으로 삼으면서 노예 무역과 흑인 디아스포라라는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강을 건너며>도 미국 흑인 노예 출신 내시 윌리엄스가 라이베리아 포교 도중 연락이 끊기자 그의 옛 주인인 에드워드 윌리엄스가 그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로 이 디아스포라 소설은 시작된다. 19세기 여전히 노예거래가 횡행하던 시절, 개화된 백인 농장주 에드워드 윌리엄스는 자신의 노예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자신들의 원래 고향으로 돌려 보내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을 지원한다. 이게 소설의 한축이라면, 시에라리온을 거쳐 신생국 라이베리아에 도착한 내시 윌리엄스의 비극과 고난의 행군을 기록한 편지들이 한 축을 구성한다. 일단 여기까지 읽은 부분을 대충 정리해봤다.

 

<강을 건너며>를 발굴한 출판사가 하필이면 뻐꺼형의 아들이 발행인(지금은 바뀌었나)으로 출판사라 좀 꺼림칙하긴 하지만, 어쨌든 NFF(New Face of Fiction) 시리즈로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세계 작가들의 멋진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아울러 카릴 필립스의 다른 작품들도 번역으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배송료 무료하는 북디파지토리로 카릴 필립스의 신작 <로스트 차일드>를 살까 고민 중에 있다.

카릴 필립스 비블리오그래피

1. 마지막 여정 - 1985

2. 독립 상태 - 1986

3. 하이어 그라운드 - 1989

4. 케임브리지 - 1991

5. 강을 건너며 - 1993 - 국내출간 / 부커상 숏리스트 선정작

6. 핏빛 자연 - 1997

7. 먼 바닷가 - 2003 - 부커상 롱리스트 선정작

8. 어둠 속의 춤 - 2005

9. 인 더 폴링 스노우 - 2009

10. 로스트 차일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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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11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낯선 작가의 소설들을 관심 있게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예요. 저도 그렇고, 아무리 책을 좋아해도 익숙한 작가의 책을 선호하는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까요.

레삭매냐 2016-03-11 22:0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
아무래도 익숙한 작가의 글들이 눈에 더 잘 들어오죠.

이 블로그 저 블로그 떠돌다 보면, 잘 알지 못하던
작가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는데 하나의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읽어대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