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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가득한 심장
알렉스 로비라 셀마.프란세스 미라예스 지음, 고인경 옮김 / 비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읽었다. 전후 부모님의 얼굴도 모른 채 고아원에서 구김살 없이 생활하는 미셸이 우리의 주인공이다. 이 아름다운 동화의 시공간적 배경은 1946년 전쟁의 상흔이 스치고 간 프랑스의 작은 마을 슬롱스빌이다. 이 작은 마을에 누군가가 옷을 훼손하는 사건이 잇따른다. 그것도 별 모양으로! 소문에 의하면 9살 먹은 “가위 소년”이 범인일거라는 추정이 난무한다.
아마 눈치 빠른 독자라면 바로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마을에서 이런 옷을 자르는 망나니짓으로 분노와 공포를 불러일으킨 주범이 바로 미셸이다. 어떤 행동에는 반드시 원인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미셸은 왜 가위 소년이 되어야 했을까? 이유는 바로 미셸의 소울메이트 에리가 원인을 모르는 병으로 병원에 실려 가면서부터 시작된다. 심장병으로 사경을 헤매는 에리를 위해 미셸은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나선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에르메니아 할머니로부터 에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민간 치료법을 듣고 바로 행동에 착수한다.
수년간의 고아원 생활로 사랑결핍증 때문에 심장병을 앓게 된 에리를 위해 슬롱스빌 마을에서 서로 다른 9가지 사랑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그이들 몰래 별 모양의 옷조각을 가져오면 별 심장을 만들어 주겠다고 에르메니아 할머니는 제안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동화는 전래의 신화의 법칙을 따른다. 주인공 영웅에게 시련이 닥치고, 그 시련을 극복해야만 영웅은 사랑이든 아니면 그가 원하는 성공을 얻게 된다는 기본 법칙 말이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 미셸이 그런 영웅급 주연은 아니지만 어쨌든, 9살짜리 꼬마 소년에겐 쉽지 않은 임무다.
어려운 일이라고 포기한다면 <별이 가득한 심장>의 존재 이유가 없겠지. 우리의 주인공 미셸은 바로 절친 에리를 구하기 위해 겁 없는 사랑의 항해를 개시한다. 미셸의 에리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그가 온갖 난국을 헤쳐가게 만드는 순수한 에너지의 근원이다. 아홉 가지 사랑의 비밀은 책을 읽어 보시면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단 한 가지도 말해주지 않으면 아쉬울 테니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에 대한 사랑”은 짚고 넘어가자.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책 한권 읽기를 사람들에게 적절한 맞춤 처방을 해주는 메르시에 부인과 별 심장을 위한 옷조각 모으기에 절박한 미셸의 대화는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메르시에 부인의 잠언은 많은 독서가들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다.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읽은 걸 사랑해야 한다고.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 행위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란다. 그리고 부인은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창조하는 모든 아름다운 것에 접근”해야 한다는 말로 자신의 주장을 마무리한다. 참으로 멋지다 멋져!
고대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처럼 어려운 임무를 마친 미셸은 에르메니아 할머니의 도움으로 에리를 무사히 구해내고 행복하게 잘 살게 되었다는 그야말로 동화스러운 결말이다. 바로 뒤따르는 갖가지 사랑에 대한 명언과 바르셀로나 출신 작가 알렉스 로비라 셀마의 실제 체험기는 소설의 감동을 120%로 증폭시킨다. 소설 <별이 가득한 심장>은 그렇게 재미와 교훈이라는 이야기가 이룰 수 있는 두 가지 타깃을 모두 명중시킨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찾은 다음의 격언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나도 알렉스 로비라 셀마에게 한잔 사고 싶어졌다.
좋은 책이란, 다 읽고 나서 저자에게 한잔 사고 싶은 마음에 드는 그런 책이다.
- 마틴 에이미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