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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 ㅣ 다른만화 시리즈 1
마이크 코노패키 외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미국의 살아 있는 양심이라 불리는 하워드 진의 책과 만날 수가 있었다. 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의 <미국 민중사>와 마이크 코노패키 그리고 폴 불의 공동저작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만화란 매체는 글보다 훨씬 더 전부터 그림이란 형식으로 존재해 왔고, 그 파급력 또한 어떤 면에서 볼 때 글보다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바로 이 책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폴 불이 책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하워드 진의 명저 <미국 민중사>에서 많은 부분을 발췌해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형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1890년 운디드 니(Wounded Knee)에서 수우족 인디언들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로 미국의 대륙지배를 공고히 만든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책은 시작된다. 뒤이어 남북전쟁 후, 고도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비참한 일상과 자본가들의 착취의 현장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바로 뒤를 이어 쿠바와 필리핀을 미국식 제국주의의 전초기지로 삼기 위한 스페인과의 전쟁이 뒤따른다. 이것은 비등하는 국내의 불만을 해외로 돌리고, 대외의 적을 공동의 적으로 삼아 애국주의를 고취하기 위한 전형적인 제국주의 전략이라는 사실을 하워드 진은 지적하고 있다. 쿠바와 필리핀 내의 미국 자산과 인명의 보호라는 명분으로 내정에 개입한 미국은 철저하게 각국의 진보적 자주독립투쟁을 분쇄하고, 거대기업과 자본가들의 이윤을 보호하려는 제국주의적 속성을 숨기지 않는다.
전 세계적 자본주의 제국들의 충돌로 야기된 소위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으로 불린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 군수산업체들이 환영할 호재를 맞아 적극적으로 미국은 개입을 시도한다. 하지만 국내적으로 대대적인 양심적 징병거부 사태에 직면하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과정 속에서는 뉴욕 출신의 가난한 가정 출신의 저자인 하워드 진이 어떻게 반전과 미국의 제국주의적 본질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가에 대한 과정이 자세히 소개된다. 세계대전 당시 폭격수로 참전했던 그는 전쟁의 참혹성과 비인간적인 속성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이런 사적인 경험과 성숙의 과정이 훗날 대학교수로서 흑인 민권운동과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전시위에 나서게 되는 근원이 되었다.
미국이 개국 이래 처음으로 패배한 전쟁이었던 베트남전의 전개 과정은 2차 세계대전 후 세계의 패권국가로서의 미국의 명성을 실추시킨 최악의 사건이었다. 게다가 빈민들과 흑인들의 처우개선에 사용되어졌어야 할 국가의 모든 재원과 인력을 명분 없는 소모적인 전쟁에서 소진시키면서 국가적 동력을 상실했다는 것이 하워드 진의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그들의 제국주의적 속성을 떨쳐낸 것은 아니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사임한 후, 포드-카터 그리고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로 계승되는 동안에도 미국은 중앙아메리카의 니카라과에서 산디니스타 정권에 반대하는 콘트라 반군을 의회의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냉전 시기 CIA(미 중앙정보부) 공작정치의 최대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이란의 모사데그 정권의 전복과 1979년 이슬람원리주의 혁명으로 결국 미국의 지원을 받던 팔레비 샤의 정권이 전복되고 호메이니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이슬람권과의 고착상태에 대한 서술로 책은 끝이 난다.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는 그동안 자유민주주의의 보루로 자처해온 미국의 제국주의적 위선과 이중성을 남김없이 고발하고 있다. 타국의 자주독립과 그 나라 사람들의 인권 같은 요소들은 철저히 무시되고, 오로지 미국의 투자자본가와 다국적 기업이라는 이름의 거대기업들의 무제한적 이윤추구를 위해 그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입을 하는 제국주의 역사를 하워드 진은 폭로하고 있다.
아울러 콘트라 스캔들의 과정에서 초법적 불법행위들이 저질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관련자 중에서 수장인 레이건 대통령을 비롯해서 그 어느 누구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과연 미국이 법치주의 국가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베트남전에 대한 비밀문건의 기사화 과정에서 닉슨 행정부는 온갖 수단을 다 써서 그 정보의 보도를 막으려 했지만(실제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보도 금지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진실을 은폐할 수는 없었다.
마무리 말에서 그가 언급했듯이 “미래는 현재의 무한한 연속”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현재 상황이 암울하다고 하더라도,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는 것이 역사를 통해 이미 검증되었다. 가까운 미래에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