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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항하는가 - 국가에 의한, 국가를 위한, 국가의 정치를 거부하라
세스 토보크먼 지음, 김한청 옮김 / 다른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이다, 세스 토보크먼. 그래서 바로 온라인 서점을 뒤져서 그의 다른 책이 우리나라에 출간된 적이 있는가 찾아봤다. 물론 헛수고였다. 세스 토보크먼은 다른출판사에서 나오고 있는 “다른 만화 시리즈”의 3탄 <나는 왜 저항하는가>의 작가다. 소위 말하는 급진적인 내용을 담은 만화를 주로 그리는 작가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언론 매체인 뉴욕타임스가 연재를 중단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그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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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세스 토보크먼의 판화가 세련된 맛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투박스러운 그의 판화로 찍은 만화에는 스타일과 더불어 뚜렷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난 바로 그런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나는 왜 저항하는가>를 통해 드러나는 그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반전, 평화 그리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빈곤으로 몰아넣는 세계화에 그는 반대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인간답게 세상을 세스 토보크먼은 그린다.
세스 토보크먼이 말하는 저항은 2000년 세계은행 반대시위를 하다가 연방교도소에 갇힌 학생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국가권력으로 상징되는 경찰은 학생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헌법에 엄연하게 보장된 자유인 집회와 시위, 결사의 자유를 억압한다. 뭐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 새로울 것도 없지만, 토보크먼은 그들의 연대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세계의 부유한 국가들이 자금을 대서 만든 세계은행이 빈곤한 나라들을 옥죄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현실을 지적한다. 독자는 세계은행의 존립 자체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우리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독점 자본의 모순에 대해서도 토보크먼은 신랄한 비난을 퍼붓는다. 죽어가는 한 남자를 실은 구급차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의 수도 한복판을 질주한다. 그를 받아줄 수 없는 병원을 찾지 못해 멀리 볼티모어까지 가다가 결국 환자가 죽고 말았다는 정말 어느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벌어지는 곳이 작가의 조국 미국이란다. 2000년 9월 11일,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은 뉴욕을 구하는 데 많은 공헌을 한 지역 소방서도 예산절감의 칼날은 피해갈 수가 없었다. 불이 나거나 혹은 긴급상황에서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소방서를 시민이 직접 나서서 지킨 실화를 토보크먼는 두터운 스타일의 판화로 담담하게 들려준다.
정경유착의 폐해를 유감없이 보여준 이라크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칼라일 그룹이었다. 전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이윤을 창출해낸 사실을 토보크먼은 촌철살인의 터치로 그려낸다. 21세기는 에너지의 시대라는 말처럼, 석유자원의 안정적 공급과 중동에서의 패권 유지는 미국이 이라크에 개입한 진짜 이유라는 것이 정설이다. 아울러 아프리카의 산유국 나이지리아의 이야기는 생소하지만, 다국적 석유회사의 횡포와 환경훼손 때문에 지역 주민이 입은 피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무분별한 개발이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작용하더라는.
<나는 왜 저항하는가>에서 세스 토보크먼의 마지막 저항은 다시 미국을 조명한다. 2005년 9월 미국 남부의 뉴올리언스를 물바다로 만든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온 바 있다. 계속되는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상상을 초월하는 자연재해가 있을 거라는 전망을 부시가 이끄는 연방정부는 가볍게 무시했고, 가공할 만한 수해가 뉴올리언스를 덮쳤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장 가난한 이들이 큰 피해를 입었고, 그들의 보금자리인 공영주택단지에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공영주택단지가 노른자 땅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그곳에 살던 빈민들을 내쫓고 새로운 주택단지 개발을 획책한다. 대대로 자신이 살아온 터전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도시빈민들은 결연하게 투쟁에 나선다. 공영주택단지가 범죄와 마약의 온상이라는 언론의 프로파간다에도 공영주택단지의 세입자들과 활동가들은 굴하지 않고 싸우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도대체 세스 토보크먼이 어떻게 생긴 사람인가 궁금해서 사진 검색을 해봤다. 나름대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작가인데, 뜻밖에 사진을 구할 수가 없어서 놀랐다. 반 세계화주의자, 반전주의자라는 타이틀로 미루어 볼 때, 정부에서 보면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지만, 세스 토보크먼의 메시지에는 휴머니즘이 짙게 깔려 있다. 시민에게 봉사하라고 주어진 권력이 올바르게 사용되지 못하는 현실에 작가는 연대하고 저항하라는 주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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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토보크먼이 그린 포스터가 말하는 것처럼 역설적으로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는 국민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국가권력은 무상급식 같은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대신 용돈이라 불리는 노령연금을 줄일 궁리를 하고, 합리적 경영 운운하며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구한다. 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들이 대명천지에 버젓하게 진행되고 있는 걸까? 그에 대한 작은 해답을 <나는 왜 저항하는가>를 통해 얻기를 바란다. 그리고 계속될 ‘다른만화’ 시리즈의 울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