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반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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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작가의 책들을 꾸준하게 모아왔다. 하지만, 문제는 읽지 않았다는 거.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에 바르가스 요사의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가 들어 있다는 소식에 이번에는 꼭 그의 작품을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지난 금요일에 드디어 시리즈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어제 주문을 해서, 하루 만에 다 읽어 버렸다. 마치 그동안 추앙해 오던 이와의 첫 만남 같았다고나 할까, 그야말로 짜릿한 독서 경험이었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페루 출신의 작가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카를로스 푸엔테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더불어 1960년대, 197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붐 문학을 주도한 작가로 유명하지만, 콜롬비아 출신의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마르케스에 비해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다. 젊어서는 쿠바혁명에 동조하기도 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신자유주의를 예찬하는 정치적 변신을 하기도 했다. 문학 작품은 물론 정치적 활동도 활발해서 1990년에는 페루 대통령 선거에 나서, 후지모리에게 패한 전력도 있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1973년에 발표된 바르가스 요사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그의 조국 페루의 동부에 있는 로레토주의 수도 이키토스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1956년, 아마존 정글에 배치된 자랑스러운 페루의 육군 병사들은 숨 막힐 듯한 무더위와 습한 분위기 때문에 용솟음치는 남성적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고 인근 마을의 부녀자들을 습격하는 패악을 저지른다. 리마에 자리 잡은 육군 본부에서는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라는 사관생도 출신의 청교도적 품성을 지닌 매우 유능한 젊은 장교를 이키토스에 파견하여 예의 급한 문제를 처리하도록 한다. 병사들의 난행을 막기 위해 비밀리에 그 임무가 모호한 특별봉사대를 조직해서 운영하라는 명령이 하달된다.

이미 3대째 군인 집안으로 자란 판탈레온 대위는 조국과 군대를 위해 봉사하라는 철저한 군인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 금주, 금연 그리고 금욕이라는 삼금(三禁)을 삶의 철칙으로 삼는 판탈레온은 이키토스로 부임하자마자 특별봉사대원들을 선발하기 위해 지역 민간업자들과 관계 형성을 위해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먹게 된다. 이런 판탈레온의 일탈적인 행위로 신혼의 아내 포치타와의 가정생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한편, 판탈레온의 비밀 임무 수행과 더불어 아마존 밀림 지역에 프란시스코 형제가 이끄는 ‘방주의 형제단’이라는 이단적인 신흥종교가 발흥하면서 기존의 가톨릭 교회와 충돌하면서 갈등을 고조시킨다. 그들은 십자가에 각종 곤충과 동물들을 못박는 만행을 저지르는데, 군중은 묘하게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게 된다. 어쨌든 육군의 유능한 행정장교 판탈레온은 아마존 지역에 근무하는 병사들의 본능적 욕망을 시간과 횟수로 수치화하면서, 수국초특(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 초소를 위한 특별봉사대)를 드디어 가동시키기에 이른다. 모든 일탈적인 행위를 배제한 ‘단순하고 정상적인 봉사’를 모토로 삼은 판탈레온과 그의 협력자들은 부패한 지방 경찰의 착취에 시달린 미래의 봉사대원들을 순조롭게 스카우트한다.

수국초특의 임무수행은 순조로워 보이지만, 아마존 오지에 흩어져 근무하는 수많은 병사의 욕망은 무한하다. 판탈레온은 지역 책임자인 스카비노 장군과 끝없는 마찰을 빚으면서 수국초특의 증원과 예산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왜 병사들에게만 특혜를 베푸느냐는 민간인들의 항의는 물론, 부사관과 장교들에게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라는 압력에 놓이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방주의 형제단은 멀쩡한 사람들을 십자가에 순교시키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경찰과 군의 주의할 대상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런 난장판 가운데, 과연 판탈레온 대위의 기상천외한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아마존 정글이라는 오지에 떨어진 병사들의 은밀한 욕망과 군에 의해서 비밀리에 인가된 특별봉사대라는 조직의 만남을 블랙 코미디라는 형식을 통해, 해학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가톨릭 신앙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페루 사회이지만, 그 사회구성원의 저속한 성적 욕망의 폐해에 대한 작가의 냉소는 신랄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조직된 특별봉사대에 대한 시민의 시선은 시기와 비난으로 뒤범벅되어 있다. 글을 쓰던 도중에 필요악(necessary evil)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아, ‘죽은 사람 깨우기’(109쪽)와 분홍돌고래 기름에 대한 아마존 사람들의 미신과 판탈레온의 실제 체험보고서에서는 그만 웃겨서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다.

청교도적인 바른 생활 사나이 판탈레온 대위의 추락은 특별봉사대의 조직과 더불어 어쩌면 예기된 사태일지도 모르겠다. 곧은 대나무일수록 더 잘 부러진다고 했던가. 상명하복의 철저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판탈레온은 임무의 효율적 달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매진하지만, 수국초특 조직이 커질수록 그에 따르는 비난의 수위 역시 높아져만 간다. 그의 임무에 대한 갈등을 더하게 하는 요소로 <신치의 소리> 방송의 해설가 신치 역시 자신의 몫을 요구하면서 판탈레온을 곤경에 빠뜨린다. 공정한 방송 대신 사리사욕에 빠진 부도덕한 신치의 모습은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서의 언론에 대한 작가의 예리한 일침이다. 





작가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야기의 본질에 다가선다. 사실 첫 장을 읽으면서, 몇 개의 대화가 뒤죽박죽으로 섞인 구성과 연속성의 부재로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읽다 보니 금세 적응이 됐다. 판탈레온이 작성한 군인 스타일의 보고서와 회신 그리고 포치타의 장문의 편지 등으로 이루어진 구성이 아주 신선했다. ‘미스 브라질’ 올가와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지게 된 판탈레온을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그의 ‘봉사’를 비난했지만 결국 그들 역시 특별봉사대원의 ‘봉사’를 받고 있었더라는 에필로그가 무척이나 씁쓰름하게 다가왔다.

촌철살인의 블랙 유머와 사회의 위선에 대한 통렬한 냉소가 곳곳에서 작렬하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재밌고, 심지어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타고난 이야기꾼인 바르가스 요사의 블랙 유머만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한 개인의 고독, 분노 그리고 두려움에 대한 망상도 엿볼 수가 있다. 처절한 고독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이들이여, 환상의 나라 판티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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