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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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상한 심리를 한 가지 가지고 있다. 책을 그렇게 읽어 대면서도 이상하게도, 베스트셀러라는 딱지가 붙은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작년에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나왔을 때부터, 이미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이 붙어 다녔지만, 이 책은 항상 나의 관심 밖이었다. 물론 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사실 지난봄엔가 리뷰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사무실 동료에게 책을 빌려 두고서 지난 6개월 동안 읽지도 않았었다. 뭐 그동안 읽을 책들은 항상 차고 넘쳤으니까.
 
그러다가 지난 주말을 이용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채 1년도 안된 사이에 백만 부나 팔렸다는 책의 힘을 정말 대단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읽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점점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이 있었다. 내가 읽은 책의 쇄는 5번째였는데, 어제 들른 교보문고에서 집어든 책은 무려 94쇄였다. 그야말로 초강력 슈퍼울트라 베스트셀러의 위력을 직접 느낄 수가 있었다. 그냥 엉뚱하게 든 생각인데, 무조건 많이 팔렸다고 해서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가 있을까?
 
그동안 워낙에 언론이나 수많은 리뷰들 그리고 입소문을 통해, <엄마를 부탁해>의 줄거리를 들어서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대강의 얼개가 그려졌다. 이 세상에 엄마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그건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기나 물처럼 그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면서 고마워할 줄은 모르는 배반 심리가 엄마에게도 존재하는 건 아닐까. 책은 그런 엄마가 자식들과 함께 아버지 생일을 지내기 위해 서울역에 상경했다가 실종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엄마가 실종됐다고! 이 놀라운 소식에 모든 가족이 엄마를 찾아 나서지만, 종적을 찾을 수가 없다. 그 가운데, 가족 개개인이 미처 모르고 있던 엄마에 대한 추억의 그림자 가운데서 미처 자신들이 모르고 있던 사실들을 하나씩 발굴해낸다. 작가인 큰딸, 엄마가 자식들 가운데서 가장 사랑한 큰아들(내 이름과 똑같아서 정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애증의 관계로 얽힌 지아비인 아버지의 이야기들이 차례로 이어진다. 그리고 실제 경험담인지 아니면 정말 순수한 창작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가운데 소설은 어느 순간, 실종된 어머니의 음성을 통해 판타지의 경계마저 아우른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장미 묵주>편은 사족이 아닐까 싶었다. 엄마에 대한 사랑을 재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우리 현실세계에서 동떨어진 로마 바티칸의 피에타상에 접목시키는 작가의 노력이 왜 이렇게 생소하게 다가오던지.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입맛이 써졌다.
 
십 전 IMF 위기 이후, 우리들의 삶이 가장 힘들었다는 지난 1년은 그 어느 때보다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엄마를 부탁해>는 참 시류를 잘 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본성이 항상 그렇듯이, 자신들이 잘 나갈 적에는 자신들의 울타리에 대해 그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법이 아닌가. 위기가 닥치고, 다시 일어서야 할 힘이 필요할 때 어김없이 찾게 되는 게 바로 가족 아니었던가 말이다.
 
신경숙 작가는 소설에 등장하는 자신의 아바타라고 할 수 있는 화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고백을 통해, 가족에 대한 그리고 엄마에 대해 변명을 하고 싶은 독자들을 철저하게 무력화시킨다. 도대체 엄마의 그 지고지순한 사랑 앞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고, 변명이 통하겠는가.
 
<엄마를 부탁해>의 정가는 만원이다. 그 만원이 백만 개가 모이면 백억이다. 신경숙 작가가 인세를 얼마나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끝을 모르는 출판계의 불황 가운데 이 책의 출간을 맡은 창비로서는 정말 효자 같은 작품이 아닐 수가 없다. 신경숙 작가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공지영 작가는 좀 배가 아프지 않을까 싶다. 규모(백만 부 판매)와 기록(최단기단 백만 부 판매 달성), 두 마리의 토끼 모두 이번 승부에서는 밀렸으니 말이다.
 
<엄마를 부탁해>는 작품 중에서 작가의 서술처럼 끝까지 타자의 시선을 고수한다. 우리는 모두 우리 스스로 자라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님의 특히 엄마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산다. 그러니 엄마를 보듬고 사랑하라, 잊은 채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만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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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연합 이원수 2009-12-30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엄마를 부탁해.. 라는 책은 우리들에게는 청량음료같은 갈증을 해소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출판업에서는 불황을 얼마나 견딜수 있을까 라는 우려의 말도 있을만큼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을때 엄마를 부탁해~ 라는 책이 나왔으니 말이다.
아마 영화계에서도 기획을 하지 않나 싶다. 목말라 하고 있으때 좋은책이라 아니할수 없다.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