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스바루>를 읽고 리뷰해주세요.
굿바이, 스바루 - 뉴욕 촌놈의 좌충우돌 에코 농장 프로젝트
덕 파인 지음, 김선형 옮김 / 사계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물론 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덕 파인이라는 이가 누구인지 몰랐다. 뉴욕 토박이로 도미노 피자와 맥도널드의 세례를 받으면서 십수년간 신문기자로 세계를 누비며 활약하던 저자가 어느 날 갑자기 친환경, 탄소 중립 시민으로 유기농 농사를 짓겠다고 뉴멕시코의 깡촌 펑키 뷰트 목장에 등장했을 때 조금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기름 잡아먹는 하마인 자신의 애마 스바루 대신 탄소 시민에 제격인 폐식용유로 가는 자동차를 타겠다고 결심한 순간은 더더욱!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자동차인 스바루는 미국식 생활방식의 상징이다. 게다가 덕 파인은 대형할인점인 월마트에서 파는 전기구이 통닭에 환장한다. 다시 말해, 화석 연료를 태우며 도로를 질주하고, 패스트푸드 음식의 길들여진 온라인 세대가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깡촌에 내려가서 국가가 친절하게도 제공하는 전기 송전을 거부하고, 유전자 조작으로 풍성한 식탁 대신 갖은 고생 끝에 자신이 직접 재배한 유기농 식품들을 먹을 궁리를 했단 말인가. 아 참, 홍수와 우박 같은 자연재해도 빼먹지 말아야겠다.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을 미국식 유머에 갖가지 텔레비전 드라마의 소스들을 동원해서(번역하면서 친절하게도 주해를 달아준 김선형 씨에게 감사드린다), 어떻게 보면 전혀 낭만적이지 않고 문명의 이기가 주는 편리함 대신, 불편함과 경제적 효용에 대한 제고 사이에서 고민하는 도시문명인의 고뇌를 적절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게다가 기초대사에 필수적인 단백질마저 자급자족하겠다고 어렵사리 수배해서 구한 판 시스터즈(염소 두 마리)는 호시탐탐한 덕 파인이 애지중지하는 장미 넝쿨에 눈독을 들인다. 공중에서는 이웃에 둥지를 튼 빨간꼬리매가 작가의 달걀 공급책인 닭과 병아리들을 채가고, 육상에서도 포식자 카이요리(코요테)가 방심한 틈을 타서 그의 닭들을 노리는 위기상태가 계속된다.

이런 난관 가운데, 앞으로 2년간 자급자족 경제를 이루겠다는 작가의 노력은 가상하기만 하다. 이 책 초반부의 키워드는 ‘배움’이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이가 어떻게 해서 농촌경제 공동체에 일부가 되는가, 그것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시행착오와 비용을 써가면서, 그렇게 덕 파인은 한 가지씩 차례로 배워 나간다. 아무 생각 없이 입에서 아삭거리는 칠레산 사과들이 뉴멕시코까지 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과정과 화석 연료의 연소가 필요한 걸까. 게다가 유전자 조작으로 재배된 토마토는 수천 마일을 날아 혹은 달려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물러지지가 않는다. 우리는 왜 이런 본질적인 현상에 대해 무관심하고 그저 손쉽고 싼 먹거리들의 구매에만 관심을 두는 걸까.

태양열이나 풍력 혹은 지열 같은 대체 에너지원들이 있음에도, 우리의 화석연료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만 지고 있다. 어느 순간, 그 에너지 공급이 차단되거나 혹은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우리보다 한발짝 앞서 이런 여러 문제에 심각성을 깨달은 덕 파인은 자신이 직접 친환경적이면서도 탄소 시민으로서의 의무에 눈을 뜨고, 뉴멕시코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선구자적인 삶의 표본이라고나 할까.

좌충우돌 덕 파인의 펑키 뷰트 목장 체험기는 계속되고 있다. 책 뒷부분에 수록된 웹사이트 목록에서 가장 먼저 그의 개인 홈피에서 현재진행형인 그의 모험을 훑어 봤다. 에필로그를 통해 덕 파인은 여러 가지 친환경, 유기농 탄소 시민의 5가지 실천적 과제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그의 6번째 교리로, 다음 세대에게 우리가 왜 자연을 보호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면서 탄소 배출을 억제하며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반드시 절대적으로 숙지하고 이해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우리는 아주 가끔 친환경주의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인식은 하고 있으면서도, 편리함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부터라도 승용차를 타고 출근하는 대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야겠다. 이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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