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에 속지 마라>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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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 과학과 역사를 통해 파헤친 1,500년 기후 변동주기론
프레드 싱거.데니스 에이버리 지음, 김민정 옮김 / 동아시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오늘자 중앙일보에서 우크라이나에 있는 아랄 해가 거의 다 말랐다는 뉴스를 봤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로 그 넓이가 우리나라 면적의 2/3나 된다는 호수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큰 이유 중의 하나로 지속적인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늘어난 증발량을 꼽았다.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져 가는데, 우리의 상식에 반하는 주장을 이 책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를 통해 만날 수가 있었다. 미국출신의 프레드 싱거와 데니스 에이버리가 공동으로 쓴 이 책의 요점은 간단하다. 지구는 그 탄생으로부터 1,500년 주기로 기후 변동을 겪는다는 것이다.
21세기 온난화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화석에너지 소비와 공해물질의 배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 발생이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지구온난화는 태양 에너지에 의한 자연적인 현상이라는거다. 그러므로 모두가 우려하고 있는 전 지구적인 온난화가 막을 수 없는 대세라는 주장이 참 생뚱맞게만 들린다. 특히 예전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우주계획 특별고문이었던 프레드 싱거의 설명에 의하면, 작금의 지구온난화는 위험한 상태가 아니며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어쨌든 이 책의 저자들은 자신들의 주장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남극 대륙 빙하의 코어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고, 갖가지 인용문들을 갖다 붙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만 보면 예의 자료들이 자신들의 주장만을 위해 취사선택된 것이라는 점을 바로 알아차릴 수가 있다. 얼핏 들어도 과학적 사실들에 대한 근거가 빈약해 보이는 것도 치명적이다.
저자들은 지난 백년간 0.6도 밖에 온도가 상승하지 않았다는 사실들을 애써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 우리들은 여름만 되면 전년보다 더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만 해도 연근해에서 잡히는 어족들이 수년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아니 이래도, 온실효과와 공해배출, 과다한 화석에너지의 사용이 지구온난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주장을 한단 말인가?
게다가 마지막 장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인간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결의한 교토의정서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미국을 변호하기까지 한다. 이 정도가 되면 이 책은 과학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한 과학 서적이 아니라, 어느 특정 국가 혹은 이익단체를 위한 파렴치한 프로파간다(propaganda)다. 국제적 협약마저 무시하고, 이미 결의된 사항들을 뒤흔들려는 명백한 저의가 느껴졌다. 심지어는 지구온난화가 기회일 수도 있다는 식으로 호도하기에 이른다.
이 책의 대척점에는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쓴 <불편한 진실>이 서 있다. 개발과 성장이라는 미명 하에 이뤄지는 무지막지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온실효과 그리고 무절제한 화석에너지 사용에 대해 경종을 울렸던 <불편한 진실>이 참 불편하게 생각된 이들이 있었나 보다. 과학자가 썼다고 해서, 과학적 사실만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절실하게 체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