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의 위대한 선각자들>을 리뷰해주세요.
신비주의의 위대한 선각자들 - 비밀스러운 종교의 역사
에두아르 쉬레 지음, 진형준 옮김 / 사문난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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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의 뒤표지에 적혀 있는 “신비주의의 바이블”이라는 카피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이 책의 저자 에두아르 쉬레는 1889년 프랑스 파리에서 이 책을 발간한 후, 대학과 교회에서 이단으로 몰렸었다고 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21세기에 한국에서 출간된 책에는 “신비주의”와 “바이블”(교권주의)이라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코드들을 상충하고 있었다.

프랑스 출신의 철학자이자, 시인, 작가 그리고 음악비평가 등의 다양한 경력의 보유자인 에두아르 쉬레는 유사 이래 인류가 구가한 영혼의 본질적인 모습들과 초월을 경험한 선각자들의 자취를 추적한다. 물론 방법론에 있어서 역사적 사실 뿐만 아니라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들에도 관찰과 탐구의 시선을 아끼지 않는다.

모두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신비주의의 위대한 선각자들>에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각국의 종교와 신비한 제의들을 대표하는 경전, 신화 속의 주인공, 선지자, 철학자와 메시아를 내러티브 구조로 서술하고 있다.

전승되어지는 동양의 성서들에 나오는 라마는 고대 인도의 왕이자 정신적 지주로 등장하는 라마가 그 첫 번째 주자이다. 한편, 첫 번째 장은 고대 인도 아리안족의 경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 중의 하나로 꼽히는 베다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되어진다. 산스크리트어로 지혜 혹은 지식을 의미하는 베다에서는 고대 종교의 핵심을 말하면서, 이후 철학사를 양분하게 될 관념론(정신주의)과 유물론의 원형을 제시해 준다.

훗날 타종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희생 제의를 통한 예배와 기도라는 형식성에 있어서도 베다는 경전의 선도적인 입장에 서 있었다고 에두아르 쉬레는 지적하고 있다. 역시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의 비교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부활과 재생의 원리를 통해 철학의 근간에도 도전을 하고 있다.

다음 장의 크리슈나 편에서는 종교와 비교(秘敎)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두 가지 개념인 불멸의 영혼이 재생한다는 것과 신의 삼위일체가 인간에 내재한다는 주장이 돋보인다. 브라만교의 신으로 추앙받는 크리슈나의 일대기를 통해, 인간이면서 동시에 신인 크리슈나야말로 인간 영혼의 신성성의 현현을 공명시키고 있다.

신비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신의 존재론, 초월적인 존재와 만남, 깨달음 그리고 돌연한 소멸이라는 순환구조를 바탕으로 헤르메스와 오르페우스의 속죄, 디오니소스의 추락 그리고 율법의 입법자로서의 모세에 대한 이야기들이 차례로 나열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었던 부분은 철학자로서 피타고라스가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내세웠던 관찰과 추론 그리고 직관이라는 가르침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도 전에 진리를 위한 합리적인 방법들을 생각했던 선각자들의 존재가 새삼 위대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예수 그리스도 편에 대한 쉬레의 해석이 그가 19세기말 이 책을 펴냈을 당시, 이단으로 몰리게 된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독교 신앙에 근간을 이루는 부활을 쉬레는 신비주의적 측면에서 접근을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후 부활을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닌, 자연 가운데 알려지지 않은 현상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지극히 신비주의적인 태도다.

에두아르 쉬레의 시도는 100년 전의 시대정신으로 바라보았을 때, 참신하면서도 획기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하지만 종교적 혹은 신학적 접근보다는 지나친 접신론(theosophy) 방법론이 눈에 거슬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긴 신화나 고대 종교에 과학적 접근론이 어울리지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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