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에이지 3:공룡시대 - Ice Age 3: Dawn of the Dinosaur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개인적으로 3D 애니메이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 한 번 만들어 본 경험 탓일까? 물론 거의 습작이긴 했지만 모델링에서부터 시작해서, 모델에 애니메이션을 주고 렌더링 그리고 포스트프로덕션 등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스토리도 만만치 않았지 아마?

20세기 폭스 사에서 꾸준하게 나오고 있는 <아이스 에이지>(빙하시대) 3편이 나왔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오나 싶었는데, 부제에 달린 것처럼 공룡이 나온단다. 아이들에게 공룡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이 왜 그렇게 매력적인 걸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여튼 대단한 시리즈다. 




언제나 그렇듯이 다람쥐 스크랫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토리를 찾아 나섰다가 우연하게 예쁜 날다람쥐 스크레티와 도토리를 두고 사투를 벌이게 된다. 이 귀여운 녀석들이 아웅다웅 다툼을 벌이는 모습이란 정말!

이번에도 역시 매니와 엘리 맘모스 부부와 우리의 말썽꾸러기이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수다꾼 나무늘보 시드, 사납지만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호랑이 디에고,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주머니쥐 크래쉬와 에디 그리고 송곳니가 아주 인상적인 다람쥐 스크랫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아이스 에이지>를 빛내 주었던 애니메이션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1편과 2편은 하도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잘 나는데, 3편에서의 키워드를 골라 보라고 한다면 아마 가족애와 역시나 진한 우정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출산을 앞둔 엘리와 매니 부부는 태어날 주니어를 위해 놀이동산도 준비하고 부모가 될 준비에 분주하다. 너무나 안락하고 평화롭지만 따분한 삶에 지친 디에고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떠난다는 선언을 한다. 한편 나무늘보 시드는 우연한 기회에 알 세 개를 구하게 되고 애지중지하며 친구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자기도 부모가 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런데 그 알의 주인이 누군지 아나? 바로 티라노사우르스(이하 티렉스로 호칭)다! 자기 자식들을(?) 잃은 엄마 티렉스는 분노에 차서 시드네 마을에 들어선다. 새끼 티렉스들을 보호하려고 하다가 결국 시드마저 엄마 티렉스에게 잡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자, 이제 시드의 친구들이 행동에 나설 타이밍이 아니던가. 위험천만한 정글을 지나, 죽음의 계곡과 용암폭포를 거쳐 말썽쟁이 시드를 찾아 나선다. 점점 더 진정한 우정이 휘발해 버리는 세상에 역시 관계와 우정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20세기 폭스 사는 친절하게도 알려 주고 있다. 그런 우정을 찾아볼 수가 없으니 영화로라도 대리만족하라는 계언일까? 





항상 시리즈마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에서 이번에도 역시 빠지지 않고 멋들어진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건 바로 캡틴 잭 스패로우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의 외눈박이 족제비 벅이다. 영국 출신 배우 사이먼 페그가 보이스를 맡아 영국식 악센트로 다른 녀석들에 비해 훨씬 더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하 공룡세계를 휘잡고 있는 알비노 수코미무스 “루디”에게 오른쪽 눈을 잃는 대신 녀석의 이빨을 하나 얻어 칼로 삼아 가지고 다니는 외로운 캐릭터다. 매니와 디에고 일행을 식충식물로부터 구해내고, 길라잡이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그야말로 감초 같은 녀석이다. 물론 말미에 시드 구출에 있어서 결정적인 공헌을 한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하나 같이 교훈적인 내용들을 필히 담고 있다. 정상적인 가족사랑은 말할 것도 없고, (시드와 디에고 같은) 외톨이들도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선 두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3D 애니메이션 기법의 발전은 하루가 다르게 놀라워져서, 이젠 정말 실사 영화는 저리가라할 정도의 디테일까지도 가능하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보통 동물들의 털 묘사가 참 어려웠었는데,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는 것을 장면에서마다 느낄 수가 있다. 리플렉션과 그림자 같은건 두말할 것도 없다.

확실히 좋은 장편 애니메이션이 되기 위해서는 기승전결의 멋들어진 구조를 제대로 갖춘 스토리라인의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아이스 에이지> 3탄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전후로 해서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이야기 구조가 절로 아하~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기발한 아이디어들로 가득 차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재밌으면서도 멋진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첫 번째로 스크랫과 섹시 날다람쥐 스크레티가 도토리를 사이에 두고 격렬한 탱고를 추는 장면 하나, 두 번째로는 족제비 벅이 크래쉬와 에디를 데리고 익룡을 잡아채서 시드 구조에 나서는 공중전 장면이다. 지난 2탄에서 수중전의 묘미를 보여 주었다면 이번 3탄에서는 업그레이드된 공중전의 재미가 쏠쏠치 않다.

촌철살인의 유머로 가득 무장한 <아이스 에이지>의 빙하시대를 보면서 이 무더운 여름날을 보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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