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더 마인호프 - The Baader Meinhof Complex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영화를 발표했던 울리 에델이 이번에는 6-70년대 서독을 뒤흔들었던 서독 적군파, 일명 바데르 마인호프 그룹의 실제 역사를 다룬 <바데르 마인호프 콤플렉스>라는 영화를 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지난 20년 동안 에델 감독은 영화보다는 텔레비전에 더 집중을 했었나 보다. <트윈 픽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니벨룽겐의 반지>를 통해 그와 만날 수가 있었다.

이 영화는 바데르 마인호프 갱의(일명 RAF로도 알려져 있다) 실질적인 리더인 세 명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우선 저널리스트 출신의 지식인 울리케 마인호프(마티나 게덱 분), 그룹의 리더인 안드레아스 바데르(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 분)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데르의 여자 친구이자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구드룬 엔슬린(조한나 워카렉 분)이 그들이다. 이 셋 중에 개인적으로는 구드룬이 가장 실제의 인물과 유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는 두 명의 딸아이들을 둔 울리케 마인호프가 방문한 누드비치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저널리스트로서의 그녀의 성공을 자축하는 파티와 더불어 1967년 6월 2일 서독을 방문한 이란의 전제군주 팔레비 샤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는 거리의 모습을 비춘다. 그리고 팔레비 샤를 지지하는 일단의 이란인들이 그의 독재에 반대하는 거리의 군중들을 공격하자 일순간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마치 1980년대 대한민국의 모습을 떠올리는 시위와 진압 과정 중에, 자유 베를린 대학의 베노 오네조르크가 칼 하인쯔 쿠라스의 총격에 의해 죽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쿠라스는 구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 출신이었다고 한다.

이어지는 영화는 구드룬 엔슬린이 독일 개신교 목사인 아버지와 언쟁을 벌이는 장면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나치의 망령이 여전히 남아 있는 독일에, 전후 세대인 젊은이들은 미국의 신제국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한편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그의 곁을 떠난 울리케. 구드룬과 안드레아스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경찰국가화 되어 가고 있는 국가에 타격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폭력적인 방법에 호소하기로 결정한다. 대형백화점에 폭탄 테러를 가하지만, 곧바로 경찰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1968년 봄, 베트남전의 수렁에 점점 깊숙이 빠져 들고 있는 미국에 반대하는 일단의 독일 청년들의 리더로 부상한 무정부주의자 루디 두취케가 당시 뉴스릴을 그대로 본뜬 필름으로 화면을 뒤덮는다. 하지만 루디 두취케는 어느 나치주의자 청년에게 저격을 당하게 된다. 이에 분노한 청년들은 루디 두취케의 암살을 조장한 것으로 지목된 보수적인 빌트(Bild)지를 발행하는 슈프링거 출판사를 공격한다.

이와 함께 승려들이 분신으로 정부에 항의를 하고, 즉결처형이 난무하는 베트남의 거리들이 그리고 볼리비아에서 미국 CIA의 지원을 받는 볼리비아 정부군에게 살해된 혁명가 체 게바라의 모습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흑인 공민권 운동의 지도자 마틴 루터 킹과 대통령 후보로 나선 로버트 케네디가 차례로 저격되는 뉴스가 숨 가쁘게 들려온다.

이런 일단의 움직임 가운데, 백화점 폭탄 테러를 계획한 바데르와 엔슬린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고 이 과정 중에 마인호프는 그들을 인터뷰하면서 친분을 맺게 된다. 이제 그들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정부 측 인사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서독 내무부 장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공판 과정에서 이탈리아로 도주한 바데르와 엔슬린은 자신의 변호사와 지속적인 접촉을 갖는다. 다시 독일로 돌아와 마인호프와 활동을 개시하지만 바데르가 불심검문으로 체포되고, 그를 구하기 위해 마인호프 마저 본격적으로 RAF 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아주 우연하게 말이다.

1970년 바데르 마인호프 그룹은 요르단의 파타 준군사조직 캠프로 가서 게릴라 훈련을 받는다. 물론 혁명을 꿈꾸는 이들과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던 파타 게릴라들의 이상은 너무나 달랐다. 훈련을 마치고, 서베를린으로 잠입한 RAF들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게 된다. 무장강도로 은행을 털며 자금을 조달하며 자신들의 목표와 이상을 사회에 알리기 시작한다. 울리케는 자신의 전문인 글쓰기를 통해, 프로파간다를 충실하게 수행해 나간다.

한편 정부에서 이들을 색출해 내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기에 이른다. 결국 새로운 신분증 제도를 도입해서, 소위 말하는 호수에서 물을 빼내 물고기를 띄우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그 결과 RAF 조직원들의 피해가 늘어나자, 이에 대한 보복을 주장하는 강경론자들이 서독내 주둔하고 있는 미군 기지를 폭파하고,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언론사들은 물론 고위 정부 인사들을 납치, 살해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서독 사회에 온통 혼란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던 1972년 6월 1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바데르의 비밀기지를 급습한 경찰과 총격전 끝에 바데르와 동료 홀거 마인스가 검거되기에 이른다. 바데르 마인호프 갱들에게 수많은 동료들을 잃은 경찰들의 잔혹한 보복이 수감자들에게 뒤따른다. 엔슬린은 함부르크에서 동년 6월 8일 부티크에서 옷을 고르다가 체포되었고, 같은 달 14일 울리케 역시 신분을 감춘 채 은거하고 있던 비트에서 체포되기에 이른다.

영화는 이제 한 숨 고르면서, RAF 지도자들의 감옥에서의 투쟁을 그린다. 1972년 9월 뮌헨 올림픽 도중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극좌파 집단인 “검은9월단”이 올림픽에 참가한 이스라엘 선수단을 인질로 잡고, 수감된 PLO 조직원들과 RAF 지도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다시 한 번 세계는 RAF에 주목을 하게 된다.

바데르와 함께 체포된 홀거 마인스가 1974년 11월 9일 단식투쟁 끝에 사망하게 된다. 이 때 정부에서는 그에게 외부 의료진의 진료를 허가하지 않으면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거의 백차례에 달하는 RAF 그룹의 공판 과정과 그들을 감옥에서 빼내려는 바데르 마인호프 그룹의 조직원들의 노력이 계속된다. 하이라이트는 1977년 10월 13일에 발생한 루프트한자 여객기 납치사건이었다. 하지만 납치사건이 실패하게 되자 스탐하임 감옥에 갇혀 있던 대부분의 RAF 지도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우선 이런 대작 영화를 연출한 울리 에델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사실 우리에게는 극악한 테러 조직으로만 알려져 있는 서독 적군파(벌써 이름부터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바데르 마인호프 그룹의 태생과 리더들의 죽음으로 맞이하게 된 몰락에 이르기까지 있는 그대로의 사실들을 전달하는데 에델 감독을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데르 마인호프 그룹이 한창 활동하던 시절의 뉴스릴과 사진들을 통해 울리 에델 감독은 RAF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온전하게 관객들에게 맡기고 있었다.

스스로 공산주의 도시 게릴라 그룹이라고 지칭한 RAF는 가능한 무고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억압받는 민중들을 위해 투쟁한다는 이상적인 이념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그런 이유로 해서, 68혁명 이후 청년 세대에게 많은 지지를 이끌어낼 수가 있었다. 보수언론과 우파들은 그들의 대척점에 서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가장 잘 이해했던 이는 바로 극중에서 연방범죄경찰국의 국장이었던 호르스트 헤롤드(브루노 간스 분)이었다.

호르스트 헤롤드는 RAF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왜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지 그 원인과 이유를 분석하라고 휘하 부하들에게 지시를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적인 RAF를 가장 잘 분석하고 파악하고 있던 이는 바로 호르스트 헤롤드였다. RAF와 연방경찰의 수장 호르스트 헤롤드는 마치 한 판의 체스경기를 하듯이 그렇게 공격과 방어 전술을 펼치고 있었다.

극중 캐릭터 간의 갈등 역시 볼만하다. 바데르 마인호프 그룹이 경찰에게 쫓기면서, 안드레아스는 점점 동료들에게 화를 내고 거친 성격을 들어내기 시작한다. 특히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인 울리케 마인호프에게 여성차별적인 발언과 폭언도 마다하지 않는다. 같은 여성이지만 안드레아스의 여자친구인 구드룬은 애써 이런 사실들을 외면한다. 혁명과 투쟁을 위해 같은 이념으로 뭉친 이들이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이런 미묘한 갈등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에델 감독은 세밀하게 잡아내고 있다.

극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훗날 극좌파 RAF 출신 조직원에서 극우파로 변신한 특이한 인물이 있는데, 초반 변호사로 등장하는 호르스트 말러다. 그 역시 체포되어 14년형을 선고받고 10년을 복역한 후 출소해서, 극우파로 전향을 하게 된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부인하고, 반유대주의자로 인종차별적 선동으로 6년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바데르 마인호프 콤플렉스>는 나에게 마치 한 편의 텍스트처럼 다가왔다. 그동안 내가 전혀 모르고 있던 분단 독일 시절의 독일 국가를 뜨겁게 달구었던 어느 조직의 연대기였다. 그 연대기를 수놓아 간 주연들의 삶은 영화로 다루어질 만큼 극적이면서도, 많은 사회적 담론들을 담고 있었다. 영화에서 필수적인 요소들 역시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았다. 과연 이 영화가 우리나라 극장에 걸릴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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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8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국에서 상영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끝나지? 이 영화를 굳이 찾아서 볼 정도면 남들보다 이런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보인다. 그런데 보고 나서 쓴 감상문들을 보면 하나 같이 "상영이 될까"라고 묻고 있다. 상영하도록 만들어야지 될까라고 자문하고 있다니..

2008년 촛불부터 지금까지 주되게 보이는 경향 가운데 하나는 제3자 관찰자 시점이다. 웹뉴스로 보며 흥분하고, 댓글달고, 폭력시위는 안되는데...

블로그 주인장님, 이 영화 상영하게 만듭시다.


2009-06-18 14: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습관대로 그냥 댓글 달아서 하나 더 남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