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1 터널 시리즈 1
로더릭 고든.브라이언 윌리엄스 지음, 임정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전 세계의 엄청난 팬을 가진 해리 포터 시리즈의 뒤를 이을 판타지 소설이라는 광고 문구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소설은 다음과 같은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선과 악의 대립이 뚜렷해야 한다. 이런 대립구조는 판타지 소설의 주요 소비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할 것이다. 다음으로 판타지의 세계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마법학교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걸출한 주인공들의 존재다. 역시 해리 포터 그 자체를 생각하면 된다, 해리 포터가 없는 시리즈를 생각할 수 있겠는가.

자 그럼 본격적으로 <터널>의 세계에 들어가 보도록 하자. 이야기의 배경은 영국 런던 교외의 하이필드(물론 가상의 공간이다)다. 왜 하필이면 그 많고 많은 도시 중에서 런던을 골랐을까. 건국 200년이 남짓한 미국을 배경으로 하기에는 이후에 등장하게 되는 지하도시의 건설을 설명하기에 시대적 연륜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영어를 쓰는 곳 중에 런던보다 더 적합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로저 버로스와 그의 아들 윌은 발굴 마니아다. 버로스 박사는 하이필드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그는 그전에도 로마에서 역사 유적지를 발굴한 적이 있지만, 다른 팀에게 그 공헌을 빼앗기는 통에 아들과 단 둘이서 비밀스러운 발굴을 계속해 나간다. 윌에게 발굴은 무엇일까? 아마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윌은 유명해지기 위해 발굴을 한다고 말한다. 이 14살 먹은 소년은 벌써부터 자본주의적 성공주의에 중독이 된 모양이다.

버로스 박사는 우연히 발광구체를 기증받게 되고, 어둠 속에서 더욱 더 빛을 발하게 되는 이 물체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한편, 아들 윌은 새로 사귄 친구 체스터와 더불어 자신이 발견한 사십혈 발굴 작업에 나서게 된다. 윌의 가족은 윌보다 두 살 어린 여동생 레베카와 하루 종일 텔레비전에 매달려 사는 엄마가 있다. 이런 와중에 버로스 박사는 ‘모자 쓴 남자’라는 수상한 이들을 대면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버로스 부인과 대판 싸운 후 버로스 박사는 그야말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경찰에 신고도 하고 사방으로 조사를 해봤지만 종무소식이다. 결국 아들 윌이 아버지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가장 먼저 아버지가 일하는 박물관으로 몰래 잠입해서 아버지의 일지를 찾아 단서를 얻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제는 절친이 된 체스터와 더불어 자신의 집 지하의 ‘터널’을 파내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윌과 체스터는 상상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지하세계와 만나게 된다. 족히 200년 전의 모습 그대로 살고 있는 지하세계를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윌과 체스터는 바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게 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된다.

하지만 윌이 원래는 지하 세계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본래 가족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제롬 가족과 함께 살게 된 윌은 홀로 감옥에 갇혀 있는 체스터에 대해 자책감을 느끼게 되고 반드시 그를 구해내리라는 다짐을 한다. 윌의 지하세계에 대한 탐험이 계속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 들게 된다.

인디아나 존스는 숨겨진 고대의 보물을 찾아 정글과 사막을 헤집는 모험을 하고, <반지의 제왕>에선 주인공 프로도가 악의 근원을 없애기 위해 위험천만한 원정에 나서며, 네모 선장은 심해의 바닷속을 누비며, 해리 포터는 마법의 세계에서 자신의 부모를 해친 악당과 한판 대결을 펼친다. 자, 이제 판타지의 세계에 어떤 미지의 공간이 더 남아 있는가. 바로 지하세계다. 우리네 삶의 대부분은 지상에서 벌어지지만, 그동안 지하세계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었다.





바로 이 점에 <터널>의 공동저자들인 로더릭 고든과 브라이언 윌리엄스는 착안해서 신비하면서도 미스터리로 가득한 새로운 스타일의 판타지를 독자들에게 선보여 준다. 가브리엘 마르티노라는 18세기 하이필드에 살았다는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지하세계에 대한 희미한 복선을 준비한다.

그리고 표토인(Topsoilers:지상에 사는 사람들)과 콜로니라는 지하세계에 속해 있는 사람들과의 이분법적 구조를 통해 마르티노 경이 썼다는 <대재앙의 화>란 묵시록적인 책을 언급하면서 스틱스(Styx)들은 콜로니 인들을 자신들이 만든 법으로 통치를 한다. 물론 표토인들과의 접촉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고, 스틱스들은 경찰국가의 우두머리 행세를 한다. 그리스어에서 온 스틱스는 “증오”를 뜻한다. 콜로니 사람들은 그들의 통치를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을 증오한다, 바로 윌의 삼촌 탐이 대표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터널>의 주인공인 윌은 자신의 사이드 킥으로 체스터와 칼(윌의 콜로니 세계의 동생) 그리고 바틀비라는 덩치 큰 고양이와 일행을 이룬다. 이들은 지하세계에서는 물론이고, 표토 세계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그 어느 세계에도 속하지 못한 청소년들의 자아를 대표하는 캐릭터들이다. 물론 시리즈를 통해 계속해서 캐릭터의 발전이 이루어지겠지만, 조금은 냉철한 사고보다 행동이 앞서던 윌은 다양한 위기들을 경험하면서 리더로서의 존재감을 정립해 나간다.

버로스 박사는 지상세계에서 실종된 후, 존재감이 희미해지지만 계속해서 윌의 정신적 지주로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다음으로 정말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레베카가 있다. 원래부터 버로스 가족에서 이질적인 요소처럼 보이던 레베카는 이야기의 진행과 더불어 놀라운 변신을 하게 된다.

이런 매력적인 이야기에 당연히 할리우드가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미 영화화 작업에 들어간 <터널>은 2010년 개봉예정이라고 한다. 이야기 막 시작되는 순간에 급작스럽게 끝이 나서 아쉽지만, 윌과 체스터 그리고 칼의 계속되는 지하세계 탐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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