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인 이야기 - 서양문명을 탄생시킨 12인의 영웅들
칼 J. 리차드 지음, 박태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서양문명의 근원을 어디에서 찾아야할까? 이 책은 바로 이런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건네준다, 바로 그리스와 로마에 그 근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서양문명의 시초를 이루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를 고찰해 보는 좋은 경험을 했다. 그 유구한 세월 동안 많은 영웅과 호걸 그리고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등장했던가. 그 중에서 고르고 골라 뽑은 당대 12명의 삶을 통해 당시 시대상들을 조명해 본다.

가장 먼저 신화시대에서 역사시대로 넘어가는 기점이라고 할 수 있었던 트로이 전쟁과 그 후의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그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로 시작을 해서,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탈레스와 여러 철학자들로 거슬러 올라가는 그리스 철학의 기원을 찾는다.

다음으로는 동방세계를 제패하고 서방의 아테네와 스파르타로 대변되는 그리스 문명권에 대한 침략을 개시한 페르시아 제국에 맞서, 그리스 폴리스들의 저항을 다루고 있다. 우리에게는 영화 “300”으로 널리 알려진 페르시아의 침공에 대항해서 그리스를 이끌었던 테미스토클레스가 주역으로 등장하게 된다.

서양 철학의 시조로 불리는 플라톤과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 그리고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 편에서는 직관론과 사물에 대한 인식론 그리고 윤리학 등 현대 철학의 근본이 되는 분야는 물론이고, 혼합정체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준 고대 철학의 정수들이 소개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로 서구 최초의 대제국을 건설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기에 이은, 한니발과 스키피오가 벌이는 제국의 명운을 건 투쟁이 로마시대로 넘어 오면서 이어진다. 로마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주요 스타들로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마르쿠스 키케로 그리고 제정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 3명을 통해 격변하던 로마 공화정 말기의 역사가 펼쳐진다. 대미를 장식한 바울과 아우구스티누스는 서양 문화의 한 축을 맡게 되는 기독교의 핵심 인물들이었다.

장점인 동시에 단점일 수도 있었던 구성에서 특이할만한 점은 각 장마다 한 개인에 맞춰진 역사가 아닌, 그 인물이 등장하기까지의 역사적 배경들을 자세하게 다루면서 그 장의 주인공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8장의 율리우스 카이사르 편에서 보이듯이, 포에니 전쟁 이후 치열했던 계급간의 갈등 양상과 그라쿠스 형제들의 개혁 이후의 전개과정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필연적이었던 제정으로의 이행 과정이 멋지게 묘사됐다. 그런 상황에서 로마시대 최고의 불세출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카이사르의 등장은 그야말로 화룡점정 격이었다.

보통의 경우에 통사적으로 다뤄지는 정치적인 부분들뿐만 아니라, 철학과 신학의 정신세계까지 아우르는 편집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새로이 그리스 로마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 아주 유익한 입문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로마사 쪽보다는 아무래도, 그리스사 쪽이 더 유익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천년 이상의 역사들을 다루려다 보니 넓이에서 만큼 깊이 있게 다양한 부분들을 다루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적 배경과 그 전개 과정에 대한 부분들이 도움이 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주인공에 해당하는 인물들에 대한 약사나 디테일 면에서 취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그전에 시오노 나나미 선생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읽어서 그런 진 몰라도 나름대로 로마사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알고 있는 독자로서, 후반부에 해당하는 로마사 부분은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거시적인 측면에서 다루려다 보니 많은 사실들이 나열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에 흥미를 더하기 위해서였는진 모르겠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전설이나 혹은 야사 같은 일화들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걸출한 인물들을 다룰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 이해가 가긴 하지만, 조금은 소외되거나 평민계층을 대변한 스파르타쿠스나 혹은 그라쿠스 형제들과 같은 이들을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나 주류 일색의 인물 선정은 아무래도 다른 그리스 로마사를 다룬 책들과 변별력 면에서 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어느 사료를 근거로 삼았는진 모르겠지만, 10장 아우구스투스 편에 나오는 2대 황제 티베리우스 황제는 폭군으로 묘사가 되고 있다. 이것은 종래의 사관을 따른 것으로, 좀 더 객관적인 측면에서 다루어 주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공화주의자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이야기가 등장을 하는데 이 부분 역시 매우 주관적인 것으로 역사적 담보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최근에 불고 있는 고전에로의 회귀 경향에 안성맞춤인 책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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