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그래픽노블 1
프랭크 허버트 지음, 라울 앨런 외 그림, 진서희 옮김, 브라이언 허버트 외 각색 / 황금가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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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시즌이 돌아왔다. 사실 프랭크 허버트 작가의 원작 <>을 보고 나서 아이맥스로 영화를 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코로나로 엎어져 버렸다. 책은 다 봤던가. 아마 읽다 말았나 어쨌나. 그리고 영화도 봤다. 정말 대단한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올해 11월 파트 2가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참에 그래픽노블로 다시 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주말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어제 순삭했다. 폭염 속에서.

 

서기 2만년은 우주여행이 보편화된 시절이었나 보다. 21세기 지구별에서 석유 에너지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한다면, 당시에 가장 중요한 자원은 바로 스파이스였다. 그러니까 우주여행에 필수적인 스파이스를 지배하는 자가 우주제국을 지배한다는 거다.

 

2년 전에 <>에 입문하면서 듄의 방대한 세계관을 소개하는 다양한 너튜브 정보들을 숙지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같이 덜렁이 독서인에게 그런 디테일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적대적인 하코넨 가문이 빚어내는 인간 드라마에 더 관심이 갔다. 스파이스가 나는 아라키스 행성의 실질적 지배자인 블라디미르 하코넨의 맞수 레토 아트레이데스 공작이 코리노 가문의 황제 샤담 4세의 명령에 따라 아라키스의 새로운 지배자로 현지 영지인 칼라단을 떠나 아라키스로 향한다.

 

15세기 대항해 시기를 연상시키는 도전이 아닌가. 그들은 동방의 향신료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에 나섰다. 레토와 레이디 제시카 그리고 그들의 아들 폴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아라키스는 대부분이 사막으로 이루어진 황량한 물부족 행성이다. 현지인들에게 물은 너무나 소중한 자원이다. 한 방울도 낭비해서는 안된다. 부족과 결핍이 상수인 공간에서,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하코넨 가문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한편, 폴의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는 베네 게세리트라는 비밀결사 조직의 일원이다. 초반, 레이디 제시카의 대모 모히얌이 등장해서 폴이 과연 퀴사츠 해더락인지 아닌지 그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장면은 <스타워즈>에서 마스터 요다가 루크 스카이워커의 가능성을 보는 장면이 연상되기도 했다. 어떤 이야기도 창세 이래, 정말 새로운 것은 없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트레이데스들이 아라키스 행성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그들은 독살과 암살 같은 방법으로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하코넨 가문과 싸워야했다. 사실 샤담 4세와 블라디미르 하코넨은 아트레이데스들을 아라키스로 유인해서 몰살시킬 계획이었고, 내부 조력자인 닥터 웰링턴 유예의 도움으로 그들을 거의 파멸 위기로 몰아 붙였다.

 

하지만, 레이디 제시카와 폴 아트레이데스가 하코넨 가문이 동원한 정예 사다우카 군단의 기습에서 사막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하고 사막부족인 프레멘들과 합류하면서 죽은 레토 공작을 위한 복수의 시간을 마련하게 된다.

 

2부 영화에서는 사막이 주요한 서사의 공간이 될 것을 예고한다. 레토 공작의 아들 폴 아트레이데스는 아라키스 행성의 생태학자 카인즈 박사의 딸로 나오는(원작에서는 아버지다) 차니와 로맨스가 나오는데 소설이나 그래픽노블에서는 그런 로맨스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영화적 재미를 위해 도입한 하나의 장치가 아닐까 싶다.

 

스파이스 채취를 위해서는 정말 가공할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데, 채굴장에 나타나는 거대한 모래벌레 샤이 훌루드라는 무시무시한 존재와 싸워야 한다. 아직 자신의 능력을 적대적인 프레멘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폴이 2부 트레일러에서 갈고리 두 개로 샤이 훌루드에 올라 모래사막을 누비는 장면에서는 바로 영화 <아바타>에서 주인공 제이크 설리가 토루크막토를 길들이는 시퀀스가 연상됐다. 프레멘들은 폴을 미래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원할 마디(Mahdi)로 생각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타인을 압도하는 어떤 능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렇게 폴은 보잘 것 없는 소년에서 세상을 구원할 지도자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 듄 세계관의 시발점이 아닐까.

 

하코넨 가문의 기습과 웰링턴 유예의 배신으로 죽은 레토 공작은 귀중한 스파이스 보다 그것을 채굴하던 인부들의 목숨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장면을 연출한다. 곁에서 그 모습을 본 카인즈 박사는 그런 레토 공작의 인품이야말로 지도자다운 모습이라고 인정하고, 아트레이데스 가문에 충성하는 거니 할렉이나 던컨 아이다호 그리고 투피르 하와트 같은 가신단이 충성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우주에서 펼쳐지는 스페이스 오페라 서사에 이런 봉건적 질서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와 함께 사막이라는 냉혹한 공간에 내던져진 미래의 공작이자 퀴사츠 해더락이 될 수도 있을 폴은 이제 자신만의 성장서사를 써나가야 한다. 아버지의 가신들에게 배운 무예 실력도 당장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었다. 모든 영웅서사가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만의 노력으로 영웅이 될 수는 없다. 타인을 능가하는 개인의 초월적 능력도 필수적이지만, 그들을 부릴 수 있는 뛰어난 지도력 그리고 일단의 충성스러운 서브 캐릭터들의 존재도 필요하다. 영화에서는 조시 브롤린이 연기한 거니 할렉과 하비에르 바르뎀이 맡은 스틸가의 활약이 기대된다.

 

아라키스 행성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막이라는 공간에 대한 설정도 인상적이다. 나도 오래 전, 황량한 모래사막을 기대하고 호주를 찾았지만 호주의 사막은 붉은 흙사막이었다. 물론 모래사막도 있었겠지만 미처 거기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오래 전, 젊은 시절의 나는 끝없는 황량함 그리고 절대 고독을 느껴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그랬던 것처럼, 마디 혹은 퀴사츠 해더락일 지도 모를 청년이 사막에서 무앗딥(사막 생쥐)로 거듭나는 장면이야말로 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2023113, <> 파트 2가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에야말로 아이맥스 관람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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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8-03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듄 티셔츠를 왜 갑자기 주나 했더니 파트 2 개봉이더라구요. 레삭매냐님이 잘 요약해주셨으니 보러가기 전 이 글을 한 번 더 읽어야겠습니다 :)

레삭매냐 2023-08-03 11:22   좋아요 1 | URL
제가 이 책을 몇 번이나 도서관
에서 빌렸다가 이번에야 다 읽었
네요.

그런데 글자가 너무 작아서리...

복습 차원에서 고고씽 ~

고양이라디오 2023-08-03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서관에서 빌려봐야겠어요! 11월까지 어떻게 기다리나요ㅠㅋㅋ

<듄>은 아이맥스 관람각입니다!

레삭매냐 2023-08-03 11:22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아직도 3개월이나 남았다니 크허-

저도 이번에야말로 아이맥스루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