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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경찰 Mooncop
톰 골드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에디시옹 장물랭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평일에는 일용할 양식을 벌기 위해 피곤하고, 또 주말에는 주말대로 힘들고 피곤하구나. 오늘은 도서관을 두 곳이나 들렀다. 누가 보면 책에 미친 사람인 줄 알겠다고.
알라딘 서재/북플은 책읽기를 강제(?)하는 무언가가 숨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투비 어쩌구까지 생겨서 더더욱 사람을 붙들어 두게 생겼다. 알라딘 동지분의 서재에서 본 톰 골드의 그래픽 노블 두 편을 도서관에서, 앉은 자리에서 순삭의 속도로 읽었다. 먼저 만난 <골리앗>은 분명 예전에 읽은 기억이 나는데 리뷰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그냥 읽고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모양이다. 이래서 기록으로서의 리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때 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와 비교해 볼 때 책읽는 즐거움이 배가가 되지 않나 그런 착각에 빠져 보기도 한다. 모든 게 다 일장춘몽이다. 심지어 책읽기까지 말이다.
<골리앗>을 다 읽고 나서 13분 만에 <달과 경찰>을 쓱싹 읽었다. 점심으로 고등어구이를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다른 일행들이 나를 재촉한다. 얼마 남지 않았는데 빨랑 읽어야지 하는 마음에 조급해진다.
문캅은 달에 거주하는 경찰이다. 당시 아마 대략 12명 정도의 달주민이 살았지 아마. 그러다가 달에 사는 게 지루해지는지 하나둘씩 달을 떠나기 시작한다. 달에는 경찰을 필요로 하는 사건 사고도 발생하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어제와 같고 조용하고 무료해 보인다. 그래도 그런 곳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지 않던가.
사람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공간이 되지 않은 달의 모습은 왠지 사람들이 점점 떠난다는 시골 마을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이 떠나고, 그 사람들을 상대할 상점이나 서비스가 같이 사라지면서 시골 아니 달의 황폐화는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참, 다시 경찰 업무 이야기로 돌아가서 달에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사건해결률 역시 100%다. 참 이상한 통계수치가 아닐 수 없다. 아예 사건이 없으니 사건해결률이 100%라...
문캅은 아침마다 도너츠 가게에 들러 커피와 도넛 한 개를 주문한다. 그런데 점점 사람들이 사라지니, 도너츠 가게 마저 문을 닫을 판이다. 그나마, 루나도너츠에 새로 부임한 점원이 생기면서 문캅의 위로가 되어 준다. 그렇기 우리 닝겡들은 자고로 그런 위로가 필요한 존재들이었지. 참 기묘하다. 사람들이 득시글대는 건 싫은데, 그의 부산물로 발생하게 되는 의료나 각종 서비스는 또 아쉽다. 어쩌란 말인가 그래.
문캅이 살던 아파트에는 모두 12명이 살았다. 그러다가 8명이 떠나고 꼴랑 4명만 남게 된다. 달에는 무언가 기상천외한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집 나간 댕댕이를 찾는 일 정도랄까. 문득 그렇게 황량한 지구를 바라보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아마 그런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달로 떠나지만, 결국 그곳 역시 지구별처럼 그다지 살만한 곳(?)이 못된다는 생각에 다시 지구별로 귀환하게 되는 모양이다.
문캅 역시 서장에게 전근을 요청하지만, 대체자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된다. 그러니까 나의 의지와는 1도 상관없이 이제부터 나는 달에 머무르게 생겼다. 왠지 마음이 답답해진다. 일용할 양식을 벌기 위해,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노동을 팔아야 하는 숙명이 엇비슷하게 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나.
그래도 뭐 딱히 문캅은 불만이 없는 모양이다. 루나 도너츠의 우수점원과 드라이브를 나가기도 하고, 나름대로 달에 사는 이유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다. 삶에 어떤 이유를 만들어 내는 거야말로 삶의 큰 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딱히 무엇이 좋다고 말하기 쉽지 않지만, 그냥 마음에 들었다. 디테일보다 심플하게 구성된 캐릭터들을 묘사한 그림이며 달 분위기들이 물 흘러가듯 마음을 적셨다고나 할까. 이렇게 간단한 설계로도 충분히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거면 됐지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