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페 - 전쟁터에서 돌아온 여자
주디스 바니스탕델 지음, 김주경 옮김 / 바람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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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은 주로 도서관에서 보곤 한다. 지난 주말에 빌려온 유디트 바니스텐달의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을 읽고, 다른 책도 보고 싶어졌다. 우리동네 도서관에서 멀리 있는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다. 거까지 가기가 버겁다. 이럴 때 이용하는 게 바로 상호대차다. 어제 바로 연락이 왔다, 책이 도착했으니 가져가라고.

 

닭갈비로 저녁을 먹고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발자크의 빌려서 못 읽고 결국 산 책 하나랑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은 반납하고 희망도서 두 권과 <페넬로페> 그리고 발자크의 <루이 랑베르>를 빌렸다. 분명 집 어딘가에 있을 텐데... 도무지 못 찾겠어서.

 

아직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읽지 않아서 오디세우스의 귀환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보니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의 마누라 이름이었던가. 태양의 신의 소를 잡아먹어, 오디세우스의 동료들은 모두 죽고 혼자만 살아서 이타카로 귀환했다지. 그래픽노블의 주인공 브뤼셀에 가족들이 서식하는 페넬로페 역시 시리아 내전의 아비규환 속에서 집으로 귀환한다. 자신이 수술을 집도하다가 죽은 소녀의 유령을 매달고.

 

섬뜩하다고? 뭐 그럴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주변에 죽음의 그림자는 어디에나 있다. 최근에 벌어진 참사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은가. 페넬로페는 시리아에서 4년 만에 돌아왔다. 그동안 십대 소녀 딸 엘렌은 생리를 시작했고, 페넬로페보다 5분 먼저 태어난 언니 마야(미아?)는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남편의 외도를 외면한다. 그리고 시를 짓는 남편 오토와의 관계도 서먹서먹하기만 하다.

 

가족들의 걱정과 염려에도 불구하는 페넬로페는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황소고집 같은 뚝심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을 고향에서 이역만리 먼 땅에서 실천하다. 내전으로 산산조각이 난 땅에서 죽어가는 이들을 살리는 일에 전념한다. 인류를 위해 이바지하는 위대한 외과의사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렇다고 면제 받는 건 아니라는 말을 작가는 하고 싶었던 걸까.

 


3개월의 휴가 끝물에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본인은 원하지도 않는 명절을 가족들과 보내는 시늉을 하고, 모두 해산하자 드디어 언니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낸다. 딸 엘렌은 그전에 머라이어 캐리의 유명한 캐롤송에 자신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엄마에게 송신한다. 남편 오토는... 잘 모르겠다. 지난 십년 동안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는 삶에 대해 그는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뭐 우리네 삶은 그렇게 흘러가는 거겠지. 누군가는 인류를 위해 그런 이바지를 하고, 또 누군가는 도서관에서 저녁 시간을 그래픽노블을 보면서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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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0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1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2-11-11 0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저 인가요? ㅎㅎ
오뒷세우스가 아닌 페넬로페가 집을 떠나는 내용이군요~~
자신의 대의를 위해 가족은 희생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누구나 자신만의 선택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2-11-11 09:21   좋아요 2 | URL
앗 그렇네요 !!!

오뒷세우스 대신 그래픽노블의
주체가 페넬로페라는 점에서
가치 전복적이지 싶습니다.

가족과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
각하는 인류애/대의를 중시하
는 주인공의 비애가 인상적이
었습니다.

mini74 2022-11-14 17: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가 계속 옷감을 짜듯, 산산이 조각난 나라를 다시 잘 이어붙이는 듯 한 생각도 들어요 ㅎㅎ

레삭매냐 2022-11-14 17:37   좋아요 0 | URL
오오 외과 의사 페넬로페가
내전으로 조각난 나라를 이어
붙이는 주체로도 해석될 수
있겠네요.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