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는 이번 주에는 열심히 티모시 스나이더의 <블러드랜드>를 읽고 나서 나도 리뷰 대회에 참전하고자 했으나... 다 틀려 버렸다.
지난주에 인천에 갔다 오면서 데불고 온 책들에 그전에 도서관에서 <블러드랜드>와 같이 빌린 책들 그리고 <블러드랜드>를 통해 알게 된 바실리 그로스만의 편역책 <코미짜르> 마지막으로 앤터니 비버의 <아르덴 대공세 1944>에 빠져 <블러드랜드>는 결국 못 읽을 것 같다. 절망적이군 그래. 호기롭게 시작은 하였으나...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그린 이태리 작가 파올로 코시의 <메즈 예게른>을 근 10년 만에 다시 읽었다. 책을 읽었으니 리뷰도 써야 하는데... 어제 <사피엔스> 그래픽 노블 리뷰를 쓰고 진이 빠져서 일단 보류 중. 빨리 쓰지 않으면 결국 못 쓰게 될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써둬야겠다 나의 기록을 위해서.
내가 애정하는 작가 마누엘 푸익의 몇 권 되지 않는 국내 출간도서 중의 하나인 <천사의 음부>는 을유문화사 세계문학 첫 10권 중에 하나로 나온 책이다. 아마 그 시절에 사둔 것 같은데 여적 안 읽고 버티고 있었다, 놀랍군. 책이 다 바래졌더라.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절판이 되었다고. 그 책을 산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역시 나의 기대작은 바로 히틀러의 마지막 발악이었다는 <아르덴 대공세 1944>다. 밀덕들의 추앙을 받는 앤터니 비버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니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책들은 비싸고, 그래서 바로 절판되는 수가 있기 때문에 살 수 있을 적에 사두어야 한다. 냉큼 주문장을 날렸다.
소련이 혼자서 다 싸운 2차세계대전이 종반으로 치달을 즈음, 영국과 미국은 결국 스탈린이 그렇게 목 놓아 외치던 제2전선을 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서부 유럽 해방에 나섰다. 일단 상륙작전은 성공했지만, 연합군의 진격을 지지부진했다. 아마 스탈린이 동부전선에서 바그라티온 작전으로 독일의 중부집단군을 궤멸시키지 않았다면, 연합군은 더 큰 위기에 봉착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말썽쟁이 조지 패튼이 이끄는 미 3군의 노도와 같은 진격이 시작되고, 팔레즈 포위전으로 서부 전선의 독일군들이 궤멸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마침내 독일의 심장부로 향하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보급이다. 파리를 필두로 해서 독일군의 점령 하에 있던 각지를 해방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진격에 꼭 필요한 연료와 방대한 양의 물자 부족은 연합군 진격에 큰 문제를 유발했다.
패튼의 전차부대와 몽고메리의 영국군 앞을 가로 막는 장애물은 라인 강 정도였다. 저자가 ‘정치군인’이라고 매도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전쟁의 승리보다는 그동안 유럽대륙에서 나치 독일에 홀로 맞서 싸운 영국군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그것은 아마 전후 유럽의 새로운 질서 개편에 있어 영국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치적 고려가 작동한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후방의 든든한 보급과 물자수송을 위해 보다 안전한 항구 확보보다 오로지 진격 레이스에서 라이벌 패튼을 이기겠다는 오만에 가득했던 영국 육군 원수 몽고메리는 대담한 도박에 나서는데 그게 바로 노르망디 상륙 이래 놀고만 있던 연합군 1공수전단을 좀 써먹어야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마켓가든 작전>이었다. 영국의 붉은악마 1공수, 미국의 82공수 101공수사단을 동원해서 네덜란드로 향하는 일련의 다리들을 점령하고 영국 전차부대를 투입해서 전쟁을 1944년 크리스마스 이전에 끝내겠다는 몽고메리의 야심찬 계획을 정치군인 아이젠하워는 승인한다.
가장 큰 문제는 연합군 공정부대들이 목표로 한 다리들이 너무 멀었다는 점이다. 영국군 전차부대가 중요 목표인 아른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려 104KM를 돌진해야했다. 게다가 연합군 정보부는 작전 목표 부근에서 휴식과 재정비하고 있던 독일 두 개의 SS기갑사단의 존재를 무시했다. 영국의 붉은 악마들은 악전고투 끝에 아른험 대교의 일부를 장악하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재정비를 마친 독일군 기갑사단들이 출동하면서 결국 전멸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몽고메리의 도박이었던 마켓가든 작전은 엄청난 사상자 수만 남기고 실패했다.
독일군은 비록 팔레즈 포위전에서 엄청난 수의 피해를 입긴 했지만, 연합군의 상륙예정지롳 예상했던 파드칼레를 지키던 15군이 성공적인 철수를 해서 네덜란드 방어에 나서고, 마켓가든 작전을 저지하면서 전선을 교착상태로 접어들었다. 한편, 연합군은 벨기에의 중요한 항구인 앤트워프를 장악하고, 독일군들이 항구를 쓰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기뢰나 갖가지 장애물들을 제거하면서 비로소 물자보급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다음 전투의 무대는 아헨이었다. 아헨이 갖는 정치적 중요성은 대단했다. 그 이유는 바로 아헨이 독일 본토의 도시라는 이유에서였다. 히틀러 총통의 절대 사수라는 명령에도 불구하고, 나치 정예사단이라는 친위대 부대들이 앞 다투어 미군의 공세를 앞두고 동쪽으로 철수하는 장면은 베어마흐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모습이었다. 여기까지 내가 읽은 것들을 정리해봤다.
앤터니 비버 작가는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팔레즈 포위전, 마켓가든 작전 그리고 아헨 전투와 휘트르겐 숲 전투까지 다룬 다음에 본격적인 아르덴 대공세 썰을 풀 모양이다. 서두가 길기도 하구나. 하긴 그런 전반적 상황들을 이해해야 어떻게 해서 히틀러가 마지막 도박에 나서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테니. 그나저나 앤터니 비버의 최신작이라는 <아른험>(2018)도 출간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충성스러운 밀덕들을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