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 4 - 제1부 대망 4 첫 출전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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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13년에 걸친 오와리 아츠타 그리고 슨푸에서의 인질 생활을 경험한 마츠다이라 모토야스가 장수로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할 차례가 되었다.

 

우선 모토야스의 기구한 성장기는 신화에 등장하는 전형이다. 훗날 신군으로 추앙받는 천하를 평정한 천하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려서 간난신고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전 세대 작가의 고정된 사고로 추정된다. 그만한 인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만한 캐릭터가 없을 것이다. 할아버지 키요야스는 오다 가문과의 전쟁에서 25살의 나이로 전사했고, 아버지 히로타다는 가신에게 시해당했다. 미즈노 가문 출신의 현명한 어머니 오다이는 미카와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이마가와 가의 압박으로 타케치요를 낳고 이혼당했다. 한 마디로 고아 신세가 된 소년 타케치요는 천지사방에 의지할 데가 아무 데도 없었다.

 

게다가 그의 영지인 오카자키는 오다 가와 이마가와 가 사이에 낀 요충지였다. 교토로 상경을 꿈꾸는 이마가와 요시모토에게 오다 가를 상대하는 최전방에 위치한 곳으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관례도 올리고 츠루히메와 결혼하면서 요시모토의 조카 사위가 된 모토야스에게 드디어 기회가 주어진다. 오와리 전선에 최전방에 위치한 오타카 성에 군량보급 작전의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오카자키의 이웃 오와리에는 오다 노부히데의 사망 이후 일족의 통일과 이코잇키의 반란을 평정하던 오다 노부다가라는 호랑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난세였던 센코쿠 시대에 천하인이 되기 위해서 교토로 진출하려던 구름 속의 용 요시모토에게 노부나가는 반드시 굴종시키거나 아니면 전쟁으로 이겨야할 그런 상대였다. 당시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던 백만석 다이묘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25,000명의 병력과 유력한 가신단 및 휘하 장수들을 총동원해서 1560512일 대군을 이끌고 오와리 정벌에 나서게 된다.

 

이 때, 이마가와 군의 선봉에 서게 된 것이 바로 오카자키의 마츠다이라 일족이었다. 교토가 목표였던 요시모토에게 오와리만 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자신의 부대가 아닌 일종의 용병 부대로 오카자키의 사나운 호랑이 같은 전사들을 화살받이로 내세운 것이다. 이런 요시모토의 대부대에 대항해서 노부다가가 동원할 수 있었던 병력은 고작 5,000명 정도였다. 북쪽의 미노를 비롯해서 사방에 적으로 둘러싸인 노부다가의 형세를 절망적이었다.

 

오다 가문의 가신들은 자신들의 주군이 가문의 멸망을 앞두고 정신이 나갔다며 절망하지만, 희대의 영웅 노부나가는 나름대로 치밀한 계산으로 아군과 적을 모두 속이고 있었다. 우선 정찰 부대를 조직해서, 오다군이 주성인 키요스에서 농성작전을 기획하고 있다는 허위 정보를 퍼뜨린다. 이마가와의 초전 선전도 냉정하고 치밀한 전략가 요시모토를 방심하게 만든 원인 중의 하나였다.

 

게다가 상당히 비만이었던 요시모토는 말 대신 가마를 타고 전장으로 이동했다. 잇따른 오와리 영지 백성들의 이마가와에 대한 충성 맹세와 공물 헌납도 총대장의 주의를 흐트러뜨리는데 성공했다. 한편, 계속된 정찰대의 보고를 통해 전선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오다 노부가와는 오케하자마 부근에서 요시모토의 본대가 숙영 중이라는 정보를 얻고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부대와 나미타로 도령의 노부시들까지 독려해서 건곤일척의 승부에 나선다.

 

키요스 내전의 주인으로 아들에게 살해당한 사이토 도산의 딸이자 노부나가의 정실 노히메는 풍전등화 같은 운명을 뒤로 하고, 출진한 남편이 전사할 경우를 대비해서 여러 가지 준비에 나선다. 노부나가의 소실들이 낳은 아이들을 미노로 도피시키거나 혹은 농성전으로 일족 최후를 준비하는 비장한 결기를 선보인다. 훗날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부인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세나/츠키야마 마님과는 정말 다른 행보이지 않은가.

 

결국 키노시타 토키치로(훗날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조력과 전광석화 같은 판단력으로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본진을 습격하는데 성공한 오다 노부나가는 수하의 핫토리 고헤이타와 모리 신스케의 활약으로 적장 요시모토의 수급을 베고, 총대장의 사망으로 혼돈에 빠진 이마가와 군을 섬멸한다. 센코쿠 3대 야전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오케하마자 전투에서 절대 열세의 병력으로 우세한 상대에 승리를 거둔 오다 노부나가는 단박에 전국적 명성을 얻게 된다.

 

자 그렇다면 우리의 주인공 마츠다이라 모토야스의 운명은 과연 어땠을까. 우선 오케하자마의 승리로 사기가 충천한 오와리 군을 상대할 실력이 모토야스에게는 전무했다. 그렇다고 해서 세나와 카메히메 그리고 장남 타케치요가 있는 슨푸로 돌아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난세를 다스리던 행운의 여신은 다시 한 번, 모토야스에게 미소를 지었다. 오카자키 성을 마츠다이라 가문을 대신해서 다스리던 이마가와 부대가 자발적으로 병력을 빼서 슨푸로 퇴각한 것이다. 이마가와 패잔부대의 일원이었던 마츠다이라 부대는 자신들의 본거지에 무혈입성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마가와 군이 대패한 오케하자마 전투의 최대 수혜자는 오와리의 호랑이가 아닌 너구리모토야스였던 것이다. 9대 오카자키의 성주 모토야스는 재빨리 자신의 거성을 접수하고, 충성스러운 가신단을 동원해서 백성들을 위무하고 이웃 오와리의 지배자 큰형님을 흉내내서 선정을 베푼다. 물론 토리이 영감이 이때를 위해 대비한 대량의 무기와 군자금이 성을 개축하고 미래의 전쟁을 대비하는데 유효하게 쓰인 것은 물론이다. 이 모습은 마치 뜨내기 장수로 전장을 누비던 유비가 형주에 자리를 잡고 웅비하던 시절과 비슷하게 다가왔다.

 

사슴뿔 투구로 전장에서 용맹을 떨쳤다는 십대 소년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는 마츠다이라 가문을 위해 전장에서 목숨을 바친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모토야스의 말고삐를 잡고 전장을 누비기 시작한다. 패기 넘치는 혼다 미망인의 활약도 대단했다. 자신의 목숨을 사리지 않는 마츠다이라 가신단의 충성이야말로 다른 가문의 일족과는 다른 오카자키의 자랑이었던 모양이다. 개인의 성공과 안위를 위해서라면 주군을 시해하고, 아버지를 죽이며, 비굴한 정략결혼도 마다하지 않고, 인질을 비참하게 죽이던 난세에 피어난 현대식 사고로 보자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무사도에 대한 야마오카 소하치 작가의 칭송이 마냥 편치는 않았다.

 

이후에 마츠다이라 가문은 이마가와 가문을 배신하고, 상승일로의 오와리의 오다 가문과 동맹을 맺는다. 마츠다이라 일족의 번영과 미래의 천하인이 되기 위해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변신을 거듭하는 마츠다이라 모토야스의 팔색조 같은 기회주의적 변신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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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8-04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상경이 ‘오와리의 바보‘ 노부나가에게 그처럼 어이없게 좌절될 줄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반면, 이마가와의 선봉대로 소진될 것으로 생각되었던 모토야스와 가신들의 운명도 급격히 바뀐 것을 보면 세상일은 참 모를 일입니다... 동시에, 이마가와 가문의 급격한 몰락이 가정 내의 불화를 가져오고, 이로 인해 훗날 장남 노뷰야스의 할복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 반드시 좋은 일로만 여길 수는 없어 보입니다... 커다란 행운은 그만한 크기의 그림자도 함께 가져온다는 사실을 새삼 느낍니다.

레삭매냐 2020-08-04 11:46   좋아요 1 | URL
바로 그 지점이 야마오카 소하치가
노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사, 아무도 알 수가 없다 !

새옹지마라는 말이 도쿠가와 이에야스
만큼 적용되는 게 있을까요.

자신의 보호자였던 이마가와의 몰락이
전화위복으로 작용되어 독립의 계기와
기반을 갖추게 되었으니 말이죠.

5권에서는 츠루야마 마님과의 불화가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하더라구요.
드라마 뺨치는 이야깃거리의 보고가
아닐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