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하루 - 어제처럼 오늘도, 알콩달콩 노닥노닥
미스캣 지음, 허유영 옮김 / 학고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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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그리고 쓴 저자의 이름은 미스캣, 한자를 보니 묘소저 우리말로 하면 고양이 아가씨 정도 되겠지 싶다. 책을 읽기 전에 고양이 관찰 일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책을 펴보니 인간의 자리를 고양이가 대신하고 있더라. 특이하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고양이의 하루>의 공간적 배경은 대만이다.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대만. 언젠가 가보고는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열렬하게 가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만 역사 전공자라 고궁박물관에는 가보고 싶다. 그걸 다 보려면 최소한 6개월은 걸린다고 하던데, 그럴 만한 시간도 금전적 여유도 없겠지만.

 

미스캣 씨가 그리는 고양이들 혹은 대만 사람들의 일상은 푸근해 보인다. 어디까지나 나는야 이방인, 아마 내가 대만에 가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겠지. 나의 고향을 떠나는 순간 나는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운명이니 말이다. 이제는 우리 곁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정겨운 풍경들이 <고양이의 하루>에는 오롯하게 담겨 있다. 살풍경한 시멘트로 만들어진 아파트 숲에서 이웃과 정겹게 자리를 하고 수박을 쪼개 먹는 일 따위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된 지 이미 오래다.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가 끝나는 대로 학원에 내몰려 놀이터에 가봐도 한산하기만 하다. 대만의 고양이들은 거리를 누비고, 오래된 나무를 타며 아주 자유로운 삶을 즐긴다. 예전에 주전부리를 팔던 점빵 혹은 구멍가게들은 모두 마트 혹은 편의점으로 바뀌었다. 그나마 아파트 언저리에는 자잘한 눈깔사탕이나 맛나 보이는 불량식품을 취급하는 구멍가게들이 있었는데 그나마도 모두 24시간 편의점으로 바뀌어 버렸다. 유리병 속에 든 사탕을 빼먹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니 오래전 연탄불에 쫀드기를 구워 먹던 시절 생각이 나더라. 지금도 가끔 레트로를 표방하는 술집에 가면 그 시절 쫀드기를 서비스로 주던데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아마 나이가 들어서 그런 모양이다.

 

이 책을 보면 볼수록 소소하지만 행복해 보이는 고양이의 일상을 저격하는 게 미스캣 씨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대중목욕탕처럼 보이는 커다란 욕조에 들어가 씻고 닦고 몸을 지지고 물장난을 치고, 대가족들이 한 데 모여 생선요리를 해먹고, 거리의 국수가게에서 닭국수를 먹는 흥겨운 순간들을 고양이 아가씨는 절묘하게 잡아낸다. 생뚱맞게도 시원하게 닭육수를 우린 고양이들이 즐기는 닭국수가 먹고 싶구나.

 

예전에 카페의 빙수 장수 아저씨가 손으로 수동 빙수기계를 돌려 솨솨솨솨빙수를 갈아 만들어주시는 빙수를 맛본 적이 있다. 난 이상하세도 어려서부터 팥을 싫어해서 지금까지도 팥은 그냥 그런데 빙수에 들어가는 팥은 그나마 좀 먹는 편이다. 그리고 보니 이번 여름에는 빙수를 한 번도 못 먹은 것 같다. 인근에 무슨 도쿄 빙수인가하는 가게가 있던데 만날 그 앞을 지나가면서도 결국 못가봤다. 내년까지 그 가게가 있다면 빙수를 한 번 먹어 보리라. 그리고 대만에서도 길에서 오징어구이를 파나 보다. 내가 알기로 전 세계에서 오징어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하고 이탈리아 사람(칼라마리) 정도라고 했는데 대만 사람들도 오징어를 즐기는 듯. 예전에는 아구가 다 나가도록 오징어를 뜯었는데 이제 이도 시원치 않아 말랑말랑한 반건조 오징어가 난 좋더라.

 

그나저나 바니안나무는 우리나라에도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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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19-11-07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별 걸 다 읽으십니다. 보기 좋네요.

레삭매냐 2019-11-07 17:39   좋아요 0 | URL
원래 잡식성 독서가라서요 :>

자기계발서 말고는 가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