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엔가 훌루에서 제작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시리즈를 봤다. 충격 먹었다. 뭐 이런 거지 같은 나라가 다 있나 싶었는데, 길리아드의 모습이 괴상한 대통령이 나라를 통치하는 현실과 그것과 정말 많이 다르지 않구나 싶은 생각에 뭐 그럴 수도 있지 싶었다. 하도 이상한 일들이 잇달아 벌어지는 나라에 살다 보니 그런 일 정도는 대수롭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 현상이라고나 할까.
몇 명의 커맨더들이 종교적 신념으로 여성들을 억압하고, 통제 감시하는 나라가 바로 길리아드다. 가임기의 여성들은 모두 국가의 재산으로 간주되어, 커맨더들에게 분배되어지고 커맨더들의 집안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재생산(re-production)에 투입된다. 기묘하게도 커맨더들의 아내들은 하나 같이 임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녀들의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도 멀쩡한 자신들의 와이프가 보는 앞에서. 기괴한 장면에 그만 압도되어 버렸다.
미니시리즈에서는 오프레드의 준 시절을 회상하며 모든 것이 자유로웠던 시절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다 직장에서 여성들이 퇴출되기 시작하고, 은행계좌가 동결되고 남편 아래 종속되어 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이조 육백년으로 되돌아간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들었다.
미니시리즈 <시녀 이야기>에는 시리즈 각본에도 참가한 원저자 마거릿 애트우드가 등장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사실 시즌 1만 보고 2는 보지 않았다. 시즌 1이 방영 중일 때는 나오는 대로 영어 자막으로 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었는데. 그리고 나서 원작 소설을 만났다. 아무래도 영상이 주는 충격 때문이었는지 어쨌는지 소설은 복기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 그 때쯤 마거릿 애트우드가 속편을 쓰고 있는 소식이 들려왔다. 환장할 노릇이군 그래. 그리고 책이 본토에서 출간되기도 전에 부커상 롱리스트와 숏리스트에 올랐다는 더욱 기묘한 뉴스가 들려왔고 마침내 책이 나온 모양이다.
원서로 책을 읽을 실력이 전혀 되지 않기에 그저 <가디언> 지에 신속하게 실린 리뷰를 훑어봤다. 출간 전에 배포된 책의 내용에 대해 엄격하게 비밀엄수를 하라는 조건이 붙었었다고 어느 유투버가 자신의 방송에서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 정도라는 말이지. 아마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는 <시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노후 걱정은 하시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망상이 들기도 했다.
전작의 주인공이 시녀 오프레드/준의 시점에서 전개된 이야기라면 이번에는 모두 세 명의 젊은 여성들이 등장한다고 한다. 앤트 리디아, 길리아드에서 자라 커맨더와 결혼할 운명의 아그네스 그리고 캐나다에 사는 데이지 이들이 주인공이라고 한다.
자그마치 35년을 기다린 팬들에게 <시녀 이야기>의 시퀄 <테스타먼츠>는 과연 전작에서 풀리지 않은 이야기들에 대한 시원한 사이다가 될 것인가. 전작으로부터 15년이 지난 뒤 길리아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전작이 완전히 암울한 다크 디스토피아의 전형이었다면 속편은 좀 더 희망적인 면이 있다고 했던가. 아주 조금.
아무래도 <테스타먼츠>가 번역되어 출간되기 전에 <시녀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읽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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