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모험 - 인간과 나무가 걸어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정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난 처음에 이 책이 호프 자런의 <랩 걸>처럼 나무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쓴 책인 줄 알았다. <나무의 모험>의 저자 맥스 애덤스는 과학자가 아니라 고고학자였고, 자칭 숲사람이었다. 어린 아기를 데리고 숲에 들어가 살았다지.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겠지만 2년 있다가 아내와는 헤어지게 되었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인류에게 꼭 필요한 포도당의 분자식이 C6H12O6라는 것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나무들이 얼마나 우리에게 유용한 지 그리고 나무를 대체할 그 어떤 유기체도 없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다.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산소와 포도당을 만들어내는 생태계의 보고와도 존재가 아니던가. 나도 당장 가을에 참나무에서 떨어지는 도토리들을 그냥 줍기만 할 게 아니라, 영국의 미래를 예견하고 도토리를 심으러 다녔다는 콜링우드 제독처럼 쇠막대기로 땅을 파고 도토리를 심어야 하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아주 잠시 들었었다. 물론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겠지만.

 

<나무의 모험>이라는 제목도 한 번 잘 뽑았다는 생각이다. 원제인 <나무의 지혜>라고 그대로 번역했다면 무언가 명상을 위한 에세이처럼 느껴졌을 테니 말이다. 숲사람을 자처하는 맥스 애덤스로부터 정말 많은 걸 배우게 되었다. 목선반이라고도 불린다는 갈이틀로 자신이 사용하는 모든 도구의 손잡이를 만들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프로에(froe)라는 도두는 하도 생소해서 결국 유튜브로 검색해서 어떻게 생긴 도구인지 어떻게 사용하는 지에 대한 도영상도 봤다. 생각보다 간단한 도구였는데, 아직까지도 숲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전통 도구라니 신기했다.

 

저자는 다른 자연주의자와는 다른 각도에서 우리에게 숲의 유용성을 알리는데 노력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보다 적극적으로 숲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우리 호모 이코노미쿠스들은 숲이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다면, 무조건적인 남벌이 아니라 숲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산림 조성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예를 든 대로 인도의 비하르 주에서는 주민들의 삶을 개선시키고, 홍수나 범람을 막기 위한 방책으로 하루 만에 무려 천만 그루나 되는 나무를 심었다고 하지 않은가.

 

화석연료를 이용한 에너지 사용에 있어도 저자는 문제를 제기한다. 나무 연료를 사용한 에너지 활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이다. 게다가 적절한 나무때기를 위한 팁도 제공한다. 작년 캠핑에 가서 불멍을 하면서 느낀 감정을, 저자는 정말 인문학자답게 탁월한 문장력으로 풀어내는 장면에서는 무릎을 탁 치기도 했다. 맞아, 나도 그랬었지. 적당히 건조된 나무를 태우는 청각적 효과, 어둠 속에서 일렁거리며 타오르는 불꽃 너울은 정말 유사 이래 우리 인류의 어둠과 추위 그리고 동물들로부터 보호해준 하나의 로망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에까지 도달하기도 했다.

 

끝없는 책의 소유욕에 시달리는 책쟁이(오늘도 새달의 첫날을 맞아 제스민 워드의 신간을 주문했다)에게 분명 나무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책 구입에 대한 죄책감을 더는 데도 크게 한몫했다. 종이와 성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는 숲이 필요하다. 예전에 자연 보존에 대해 무지했을 때는 마구잡이 벌채를 했겠지만, 어디 요즘에도 그런가. 숲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책을 사라고 하니, 이건 축복이다 축복.

 

이런 축복과 더불어 맥스 애덤스는 우리에게 어쨌든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무의 모험이 들려준 긴 여정을 마무리짓는다. 토종 보존이나 생태계 순환 혹은 포리스트 가든 같이 복잡한 이슈는 잘 모르겠다. 저자의 가르침대로 인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무와 공존하는 삶을 배우게 될 것이고, 우리의 친절한 나무 친구들은 기다려 줄 거라는 점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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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8-02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숲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책을 사라는 말은 듣기 좋은데요.^^
오늘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레삭매냐님,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레삭매냐 2019-08-02 17:56   좋아요 1 | URL
너무 더워서 가만 있어도 땀이 줄줄
날 판이네요...

책 때문에 숲이 죽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역발상이 참신했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시원한 주말이 되시길 바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