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 독일 여행을 갔었다. 그전에 들른 빈 베스트반호프 부근의 민박집에서 만난 동생을 며칠 뒤 야밤의 잘츠부르크에서 다시 만났고, 그 때부터 짧은 동행으로 여행길에 나섰더랬다. 디즈니 캐슬에도 같이 갔었고, 뮌헨까지 동행했다. 그 친구는 아마 프라하로 넘어 가는 길이었었는데 뮌헨의 그 유명한 뢰벤브로이 호프를 찾았다. 술을 실컷 마신 기억이 난다.
션한 비루 생각이 나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동네슈퍼로 향했다. 역시나 만원에 네캔하는 행사가 있었다. 500ml 짜리 뢰벤브로이 2깡 그리고 버드와이저 2깡을 사서 전리품 마냥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지금 콸콸 붓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는 마냥 비루를 마실 수 있었는데 이젠 그런 자유조차 사라져 버렸다. 오늘 아침에 친구가 사는 낙이 없다고 하던데, 난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자조하면서 마신다. 하지만 친구에겐 나도 사는 낙이 없다고 구라를 쳤다. 친구가 죽상을 하고 있는데, 나는 살맛 난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어제 서가파먹기 프로젝트 2탄으로 에라스무스를 읽었다. 싸이러스님의 츠바이크 전작읽기 썰에 혹해서 집구석에 고이 모셔져 있는 츠바이크의 책들을 시선이 쫓기 시작한다. 일단 예전에 읽었지만 리뷰로 기록을 남기지 못한 인문주의자 카스텔리오를 핍박한 독재자 칼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다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와 소설 <초조한 마음>이 눈에 띄었다. 전자는 무지 열심히 읽은 모양이다. 포스트잇이 수두룩하게 붙어 있는 걸 보면.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 <초조한 마음>은 처음에 조금 읽다만 모양이다. 책갈피가 10쪽에 가서 꽂혀 있다.
어제는 기분 드러운 일이 하나 있었다. 네이버에 올린 <신의 대리인, 메슈바> 리뷰가 멍청교회 세습을 거론했다는 이유(개인적 추정)로 “명예훼손 (게시물로 인해 피해를 주장하는 단체로부터 게시중단 요청 접수)” 때문에 게시중지되었다는 것이다. 나 원 참, 살다 보니 별 거지 같은 일을 다 겪는구나 그래. 블로그 개설 이래 활동 중에 이런 일은 또 처음이다. 그런데 세습에 대한 비판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나 같은 일개 블로거의 글까지 집요하게 추적해서 막는 걸 보면. 다행히 알라딘에서는 게시중지를 먹지 않았다. 아직 그들의 마수가 뻗치지 않았나. 혹시라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링크를 걸어 본다.
[신의 대리인 메슈바] http://blog.aladin.co.kr/723405103/10373973
500년 전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당에 95개의 반박문을 걸면서 시작된 종교개혁은 수백년의 시절을 지나 한국땅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당시 교황과 기득권 계층이 나무장작으로 자신과 반대편에 서 있는 인간과 그 인간의 생각 그리고 책을 태워 소멸시킬 수 있다고 착각했다면, 한국의 메가처치들은 랜선 시대에 보잘 것 없는 일개 블로거의 글을 ‘게시중지’라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대중으로부터 차단을 원하는 모양이다.
구시대적 검열로 자신들의 부끄러운 짓거리를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네들의 깜찍한 생각이 얼마나 웃긴지 모르겠다. 술이 술을 부르는 밤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