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 VS 와스프

 

나만 불편했던 거야?

 

어제 요즘 핫하다는 <앤트맨 VS 와스프>를 감상했다. MCU 10주년이라고 아예 뽕빨을 내려고 하는지 <블랙 팬서>부터 시작해서 <인피니티 워>를 거쳐 <앤트맨 VS 와스프>에 이르기까지 정말 쉴새없이 몰아 붙이는 구만 그래. 그렇지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표현 대로 아주 지대로 작업 중인 마블 스튜디오 짝짝짝.

 

계속해서 마블에서 찍어내는 실사 영화들을 보고 있지만, 연관성은 잘 모르겠더라. 사실 <앤트맨>도 기대를 하지 않고서 본 작품이라 그런지 그 전편에서 스캇 랭(폴 러드 분)과 호프 반 다인 양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그리고 영화 속에서 허구헌 날 독일에서 어쩌구 저쩌구 타령을 해대는데 아마 소코비아 협정 건으로 어벤저스 대원들끼리 독일 공항에서 한 판 뜬 걸 말하는 것 같다. 그 때 앤트맨이 등장했던 것 같은데, 행크 핌 박사님의 개미남자 슈트를 말도 하지 않고 가져다 쓰는 바람에 사단이 났던 모양. 어쨌든 발모가지에 가택연금 발찌를 차고(절대 성범죄자가 아니랍니다) 어린 딸 캐시와 놀아주는 부정 넘치는 아버지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의 개미남자는.

 

뭐 내용에 대해서는 태클 걸 생각이 1도 없다. 다만 마블을 집어 삼킨 디즈니에서 버리지 못하고 있는 오리엔탈리즘 사고가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불편했다.

 

첫째, 스캇 랭을 감시하는 FBI 요원 지미 우(랜들 팍 분)는 좀 어리숙한,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벙한 아시아인으로 등장한다. 우리는 FBI 필드 요원으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져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에이전트 우가 아무리 슈퍼히어로라고 하지만(그것도 슈트의 힘으로!!! 아이언맨하고 비슷한 케이스인가) 일개 범죄자인 스캇 랭의 농간에 넘어 가다니. 굳이 개미남자 스캇 랭 아저씨가 백인이라는 점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뭐 그런 거다.

 

둘째, 영화에서 개그 코드를 담당한 루이스(마이클 페나 분)의 경우를 보자. 수다쟁이 라티노의 역할이다. 왜 그렇게 말이 많은지. 영어라는 언어적 장애를 가뿐하게 뛰어 넘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게다가 구두쇠 보안회사 보스라는 걸 그렇게 굳이 강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예전에 <매리드 위드 칠드런>인가 하는 미드에서(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포레스트 검프>에서였던가) 가만 보면 전쟁 영화에서 흑인들이 가장 먼저 총을 맞고 죽는다며 신세한탄을 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이것 역시 그렇게 가는 거지.

 

마지막으로 개미남자와 와스프호프 반 다인을 몹시 괴롭히는 역할을 맡은 고스트다. 아니 악당들은 죄다 유색인종 몫인가? 그렇지 않아도 이민의 나라 대통령이 불법이민자들을 갈구는 현재 대통령의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 판에 디즈니 역시 문화사절단으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읽고, 영화판에서조차 프로파간다에 나서고 있는 게 아닌지 그런 의심이 마구 들었다. 게다가 디즈니의 인종차별적 시리즈의 역사는 유구하지 않은가.

 

마지막 제목에 등장하는 와스프는 또 어떤가. 와스프(WASP)가 단순히 호프 반 다인 씨가 극 중에서 맡은 말벌이라고 주장한다면 또 할 말이 없겠지만, 미국 주류 사회 구성원들을 지칭하느 화이트 앵글로 색슨 프로테스탄트의 줄임말이라는 건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솔직히 두 번째 쿠키영상은 대실망이었다. 하나만 보고 자리를 나서도 전혀 무방할 듯. 첫 번째 쿠키는 왜 개미남자가 <인피니티 워>에 나오지 않았는가를 절절하게 설명해 준다는 점에서 좀 억지스러울 달까나. 뭐 그렇다구.

 

[뱀다리] 맙소사, 개미남자 폴 러드가 1996년에 레오디카와 클레어 데인즈가 주연한 영화 <로미오+줄리엣>의 초반 무도회 장면에서 줄리엣의 파트너 패리스 역할을 맡았었다고 한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유투브로 돌려 봤다. 진짜였다. 정말 놀랍군.

 

[뱀다리2] 호프 반 다인 양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미셸 파이퍼, 정말 나이 많이 먹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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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7-08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전 인종에 관한 감수성이 그야말로 꽝이었군요....

그나저나 첫 번째 쿠키를 보고 개미남자가 왜 <인피니티 워>에 나오지 않았는지가 이해가 되셨어요?? 전 이 자식이 도대체 타노스가 장갑 정비하고 손가락 튕길 때까지 내내 어디 숨어 있다가, 마침내 손가락 튕기기 1분 전에도 세상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러고 있는 건지 잘 이해가.....

레삭매냐 2018-07-09 09:19   좋아요 0 | URL
개미남자는 2편에 나오는 것처럼 애인(?)의
어머니 재닛을 구하러 양자 세계 탐험과
다른 차원의 악당들과 싸우느라 어벤저스팀
에 합류하지 못했구나 전 뭐 그렇게 이했습
니다만.

제가 지나치게 민감한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네요.
쩜 불편했어요.

마블의 짠돌이 사장놈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죠.
(케빈 파이기는 절대 아닙니다, 이름이 기억안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