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5월 16일
안녕 코르시카 그리고 제발트 안녕
드디어 제발트 작가의 마지막 책이 출간된 모양이다. 올해 제발트 전작읽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애를 먹이던 <아우스터리츠>도 읽고, 특별한 인연의 <공중전과 문학>도 다시 읽고 리뷰도 마침내 썼다.
이제 아직 읽지 못한 시집 하나, 그리고 읽었지만 리뷰로 기록하지 못한 현기증 정도가 남았는데 이제 마지막 책이 나왔다고 하니 한편으로 쓸쓸한 마음이다.
동시대 작가에 대한 기대는, 계속해서 그가 책을 펴낼 거라는 기대감인데 이제 고인이 된 작가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
그래서 4편의 산문 그리고 14편의 에세이가 담긴 <캄포 산토>는 찬찬히 조금씩 야금야금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책욕심에 벌써 천재전략가 나폴레옹이 나고 자란 아작시오에 대한 첫 번째 산문을 읽어 버렸다. 바로 두 번째 <캄포 산토>(이태리 어로 교회 묘지를 뜻한다고 한다)를 읽기 시작했다. 주제 사라마구의 책처럼 띄어쓰기가 부족해서 좀 답답하다.
이번 주말에는 캄포 산토와 함께 하는 그런 시간들이 될 것 같다.

5월 18일 추가
어젯밤에 잠이 오지 않아 결국 캄포 산토를 다시 집어 들었다. 초반의 코르시카 이야기는 아름다웠고, 14편의 에세이들은 강렬했다.
자신의 인생을 통해 꾸준하게 비판했던 전후 독일문학인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맥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제발트의 다른 책들을 모두 읽은 이들이 읽어야 할 책이었다. 아우스터리츠, 공중전과 문학 등등... 우리나라에는 아마 아직 소개되지 않은 카자크의 소설과 노사크의 에세이들, 페터 바이스의 수사에 이르기까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독일문학의 한계는 과연 어디일까. 독일문학에 제발트의 존재야말로 축복이다, 우리의 누군가와는 달리.
페터 바이스의 <저항의 미학>은 역시나 1권만 사서 읽다 말았는데 이번 기회에 아마도 다시 읽어야지 싶다. 아, 파스빈더와 뉴저먼시네마를 이끌었던 알렉산더 클루게의 소설집도 을유문화사에 나왔다는데 이 책도 한 번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세상은 넓고 읽은 책들은 역시나 부지기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