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모험이 있는 일러스트 세계 명작 동화 - 금발 머리와 곰 세 마리 외 7편 일러스트 세계 명작 동화
스콧 구스타프손 지음, 토마스 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어제 책이 도착했다. 항상 다 알고 있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세계명작 동화 8편이 정성스레 그려진 일러스트와 함께 담겨져 있었다. 옆에서 꼬맹이가 책을 읽어 달라는 성화에 주저 하지 않고 바로 책을 집어 들었다.

 

첫 번째 주자는 <금발 머리와 곰 세 마리>. 아빠곰, 엄마곰 그리고 아기곰 세 마리가 깊은 숲 속에 살고 있다. 맛있는 죽을 끓여 놓고, 식기를 기다리는 동안 곰 가족들은 산책을 나선다. 그 사이 우리의 주인공 금발머리 소녀가 등장한다. 이 녀석은 부모님이 하지 말라고 한 일들만 골라서 하기 시작한다. 우선 깊은 숲 속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건만 그렇게 했다. 남의 음식, 남의 집도 서슴지 않고 침입해서 아기곰의 죽을 다 먹어 버린다. 아기곰의 의자도 부숴 놓고, 피곤하다며 침실에까지 들어가 낮잠을 즐긴다. 아빠곰이 누군가 집에 침입한 흔적을 보고 분노하지만 금발머리 소녀는 곰돌이 가족에게 들키자 줄행랑을 놓는다. 거 참, 판단을 내리기에 아리송하다. 그나마 나쁘게 해결이 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개구리 왕자>에서는 황금공(무려 고무공도 아니고 황금공이다!)을 가지고 놀던 공주가 황금공을 우물에 빠뜨려 위기에 처하자 못생긴 개구리가 짜잔하고 등장해 공주를 도와준다는 간단한 스토리다. 꼬마 공주는 앞뒤 잴 것 없이 황금공을 찾겠다는 생각에 개구리의 소원을 모두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덥썩 하고 만다. 이에 잽싸게 황금공을 찾아준 개구리는 공주에게 같이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그런 친구가 되어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늘어 놓는다. 못생긴 개구리에게 그런 약속을 지킬 마음이 조금도 없었던 공주는 냉큼 달아나 버린다.

 

못생긴 개구리가 그렇다고 포기할 리가 없지. 끝까지 공주를 따라가, 공주에게 계약을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공주의 아빠 왕은 아주 현명한 태도를 보여준다. 그러니까 간단하다, 약속을 지키라는 명령을 내린다. 공주는 못생긴 개구리가 얄밉지만 자신이 내뱉은 약속을 지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리 꼬맹이들에게 그래서 약속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못생긴 개구리를 혐오하던 공주가 개구리에게 대한 감정이 획기적으로 변하면서 짜잔하고 개구리는 멋진 소년 왕자로 변한다. 마녀의 저주를 받아 그동안 개구리로 살아야 했다나 뭐라나. 뭐 해피엔딩이 싫은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시라.

 

‘재투성이 아가씨’란 의미의 신데렐라도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내용과 사뭇 달랐다. 병으로 자신의 부인을 잃은 소녀(훗날의 신데렐라)의 아빠는 소녀를 위해 새장가를 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신의 외동딸을 위해 내린 결정은 소녀에게 가장 불행한 원인이 되는 단초를 제공한다. 세상의 모든 새엄마들은 다 그럴까? 신데렐라를 엄청 구박하기 시작한다. 마음씨 착한 우리 신데렐라는 새엄마와 새엄마가 새로 시집오면서 데려온 언니 둘을 지극정성으로 봉양한다. 아니 이럴 수가! 신데렐라는 마음씨가 보살인 모양이다.

 

그 다음 레퍼터리는 모두가 아시는 바대로 진행된다. 왕국의 왕자가 결혼할 때가 되어 색시감을 구하기 위해 댄스파티를 주최하고, 왕국에 사는 모든 결혼적령기의 아가씨들이 초청을 받는다, 우리의 신데렐라만 빼고. 신데렐라는 댄스파티에 나갈 기대에 부풀어, 나아가 어쩌면 왕자님의 색시로 간택되는 영광에 눈이 먼 언니들을 위해 머리단장을 도와주고, 멋진 레이스까지 달아준다. 스드메의 완성인가? 신데렐라는 타고난 스타일리스트였나 보다. 암튼 신데렐라도 요정의 도움으로 댄스파티에 입성하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던 원작소설과의 결정적 차이는 왕자님이 주최한 댄스파티가 1회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있었다는 것이다. 요정은 언제나처럼 터부를 한 가지 제시한다. 자정에 끝나는 댄스파티 전에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마법의 유효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다. 첫날은 경고를 마음에 새긴 신데렐라의 자각 때문에 문제 없이 넘어갔지만 두 번째 댄스파티에서는 모든 경고가 깨지기 마련이듯 신데렐라 역시 왕자님과의 댄스에 여념이 없다가 누더기 입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유명한 유리 구두 한 켤레만 남겨 두고 말이다.

 

왕자님의 시종은 유리 구두를 방석에 받든 채, 휘황찬란한 요정이 신데렐라에게 선물한 유니크한 유리 구두의 주인을 찾아 나선다. 왕자는 이미 조건의 달았다, 유리 구두의 주인이 미래의 자신의 배필감이라고 말이다. 하하하! 그러니까 조건 없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단 말인가. 신데렐라 스토리 역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자신을 구박한 새언니들도 궁으로 불러 귀족들과 짝을 지어 주는 것으로 말이다. 신데렐라 역시 보살 뺨치는 선행를 베푸는 인물로 길이 기억되리라.

 

<아기 돼지 삼형제>도 흥미롭다. 아기 돼지 삼형제의 엄마가 이제 자식들이 독립할 때가 되었다며 나가서 독립하라는 그들에게 했던가. 짚단, 나무조각 그리고 벽돌을 모두 무상으로 얻어 자신의 독립거처를 짓지만 홀연히 등장한 방해꾼 늑대에게 내몰려 코너에 몰리지만 막내 돼지의 선견지명으로 마침내 늑대의 혼쭐을 내주는 게 이야기의 핵심이 아니던가. 늑대는 가택침입 뿐만 아니라 다양한 테러와 공격을 구사해 보지만 번번히 아기 돼지 삼총사에게 당한다. 늑대가 점점 불쌍해지기 시작한다. 마침내 굴뚝을 타고 내려온 늑대를 삶아 먹었다는 장면에서는 깜짝 놀랐다. 내가 본 다른 버전에서 그런 이야기는 없었는데...

 

고전처럼 동화도 어느 시절(era)에 읽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걸까? 아이들이 보는 시선과 성인의 그것은 정말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내가 읽은 명작동화의 느낌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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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4-05 1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래동화(?) 들은 꽤 잔인한 내용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구전 동화를 글로 옮겨서 삽화까지 넣는 건 위험하다는 평도 있어요. 어른의 눈으로 봐서 그럴까요, 아이들은 늑대를 삶고 굽고 때려도 신나하더라구요;;;;;; (왜그런지 고길동 생각이 나네요)

레삭매냐 2018-04-05 17:0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제대로 동화를 들려 주면
큰 일 날 듯 싶습니다. 빨간구두도 그런 것
같아요 ~

늑대고기를 아기 돼지 삼총사가 맛나게 먹
었다는 설정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

고길동, 쵝오입니다.

cyrus 2018-04-05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 세 마리 이야기’가 ‘골디락스’ 이야기 맞나요? 책방 독서모임에 참석하는 분들 대부분이 자녀를 키우는 부모입니다. 그분들을 자주 만나서 그런지 어린이 동화를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

레삭매냐 2018-04-05 19:57   좋아요 0 | URL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맞네요 골디락스~
골디락스가 금발머리 소녀를 뜻한다고
하네요.

무슨 경제용어와도 관계가 있구요.

1837년에 처음 쓰인 동화라고 합니다.

2018-04-05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5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