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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최효찬 지음 / 예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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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서평.

아이를 기르는 부모라면 한번쯤 읽어봤을 법한 책이 바로 자녀 양육에 관한 지침서일 것이다. 부모 되기는 쉽지만 부모 노릇 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연년생 남매를 키우는 엄마가 되고 보니 하루하루가 전쟁이요. 악몽일 때가 많기도 많지만 때로는 과연 내가 잘 해내가고 있는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 우울해질 때도 적지 않다.

숱하게 많은 자녀교육서 들이 부모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아이의 교육적인 것을 강조하거나, 심리적인 것을 강조하거나, 인성 쪽 내지는 인간관계를 중시해서 펼쳐낸 서적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어떤 책을 선정하는 것은 부모의 관심도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오지만 분명한 것은 부모는 자식을 보다 면밀히 알아가기를 원한다는 데 있는 것도 같다. 함께 부딪치면서 배우고 깨달아가는 가운데 부모와 아이 둘 다 성장하게 되는 게 아닐까.

최효찬 저,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은 교육, 인성, 인간관계를 통합적으로 이야기 한다. 이 책의 근본으로 깔려있으면서, 바탕이 되는 것은 ‘전통의 교육관’으로 보인다. 이것은 저자가 이야기하듯 격대교육(할아버지가 손자를 가르침)에 잘 드러나 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변해가지만 옛것에서 찾게 되는 가치를 완전히 배재 할 수는 없는 일이기도 하며 더욱이 저자는 옛 선조들의 자녀교육의 초점을 맞춰 현대에 응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피력한다.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장에는 저자가 선정한 명문가의 자녀교육 이념과 실 예 그리고 후손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류성룡 종가, 이상룡 종가, 이함 종가, 허씨 허현 가문, 이황 종가, 윤선도 종가, 정약용 종가,호은 종가 윤증 종가 최부잣집이 등이 소개되고 있으며, 명문가의 소개가 끝나면 그 내용을 요약하면서 저자의 생각을 함께 싣고 있는 요약, 설명 부분의 장이 따라온다.

어떤 종가, 어떤 명문가가 됐든 간에 중요한 것은 그들 나름대로의 법규를 세워 준수해왔다는 점이며, 이는 이 책의 핵심이다. 그 나름의 법규는 일종의 고집과 같은 것이며, 사명이요, 때로는 목숨보다 더 귀한 그들의 명제로서 지금까지 오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독서교육을 사명으로 했던 류성룡의 종가, 독립운동으로 몇 세대가 숨 가쁘게 살아온 이상룡의 종가, 무엇보다도 소신을 중시했던 윤증 종가가 그 증거로 소개된다.

굳이 전통을 논하지 않고서라도 양육에 관한 책들은 많이 있을 진데 왜 전통을 논하는가, 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번 명문가의 교육에 관한 책은 부모의 긍정적 교육관과 더불어 역사를 읽어낼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선왕조 오백년을 한권으로 읽는 것에서 얻는 역사적 지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조상들의 세세한 집안 이야기까지 덤으로 읽을 수 있으니 그 재미를 더하는 셈이다. 그러나 저자의 또 다른 책도 그러하거니와 이와 비슷한 형식의 다른 저자의 책에서도 중복되는 감이 없지 않아 이미 다른 책을 접해본 이라면 조금은 식상하지 않을까, 라는 가벼운 염려증이 도져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책을 읽을 때나, 서평을 쓸 때나 늘 반복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주관을 갖고 책을 읽으며, 글을 써야 한다는 데 있었다. 그것은 저자의 생각과 느낌과 말소리에 귀 기울이되 독자는 개인적으로 독자 나름의 주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죽을 먹을지언정 더 넓은 세상으로 유학을 보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한양 조씨, 호은 종가의 이야기를 서술하면서 저자는 끊임없이 ‘유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해방직후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에 한 마을에 한집 건너 집마다 유학생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는 요즘 들어도 놀라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유학을 통해 신학문을 접하고 돌아와 대한민국의 건국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조기 유학의 열풍과 함께 그 이면의 어두운 면이 종종 드러나는 현시점에서 나는 왠지 저자에게 불만 하나가 생긴다. 유학만이 대세인가? 라는 딴지를 걸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낀다. 차라리 가문 안에 ‘조선 최초의원스톱 영재교육 프로그램’이라 소개되었던 ‘종학당’ 이야기가 이 책의 주제와 제목에 더 부합한 소재이며, 앞서 소개된 명문가의 자녀교육론을 종합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기능을 했다는 데에 있어 더 큰 의미부여를 하고 싶어진다. 

삼백 페이지가 넘는 본문에는 다양한 사진 자료와 역사적으로 귀한 사료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장마다 주제가 있고, 그 주제에 맞게 현시대의 교육관을 접목시켜 소개함으로써 전통의 교육관과 현대적 교육관이 소통 할 수 있도록 한 저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옛 시절 과거시대의 부모나, 현대의 부모에게나 중요한 것은 부모 나름의 주관일 듯싶다.

아이는 부모를 모델로 삼고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갑자기 머리카락이 쭈볏거리며 일어선다. 익히 들어왔던 말인데 다시 생각해도 사뭇 긴장되는 말이다. 원칙을 세우고 그 안에서 일상을 사는 부모의 삶을 고스란히 배우는 아이들. 그걸 알면서도 왜 내 탓은 안 하고 아이만 가지고 야단이란 말인가.  

 

요사이 아들이 나를 흉내 내면서 어린동생에게 혼을 주곤 한다. 본대로, 당한? 대로 그대로 똑같이 한다. 일괄하고 좋은 부모 되기란 멀고도 긴 여정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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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
박태균 지음 / 책과함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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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선정했던 책이 왜 하필이면 전쟁 이야기였던가. 그 까닭은 전쟁기념관으로 나들이를 갔던 한 때의 기억 때문이었다.

한국 전쟁. 기나긴 회랑의 틈을 엿보다.

역사는 오로지 진실만을 이야기하는가. 딴은 그렇지도 않은가.

우리들 각자가 생각하는 진실의 기준은 일방적인 객관성으로 무장해서도 안 될 것이며, 또는 지독하게도 주관적인 취향의 냄새를 풍겨서도 안 된다.

진실을 바라보는 시선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것은 개인이 속한 환경과 전반적인 지식에서 차이를 두고 있을 법하다. 그러나 모든 다양성을 배재하고서라도 하나의 귀결을 이루는 것은 누구나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책을 통해 한국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살아있음에 대한 희열을 느끼기에 앞서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전쟁이란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란 소멸과 동시에 창조를 함께 동반한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아이러니하면서도 계속 기억에 남는다. 책에 대한 총체적인 생각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각도를 바꿀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 생각과 딴은 어떤 이들의 인식에 저장되어있는 전쟁에 대한 이미지들을 다시 껴맞출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박태균 저, ‘한국전쟁’은 이를테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걷고 있는 반항아적 이미지를 지녔다. 하나의 틀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가한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 반항아적 이미지를 이를 테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조금은 불안한 심리상태의 범주에서 생각해보자. 기존의 것에서 벗어나 나름대로의 목적을 가지고 쓴 이번 한국전쟁은, 지금까지 우리가 편안하게 느껴왔던 규격화되고 보편화되어 있는 지식과 사고에서 ‘이건 아이다’, 라고 반기를 드는 상황의 이미지와 분위기가 서로 닮은꼴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까닭은 저자의 중립적 세계관이 대변해준다고 볼 수 있다. 중립적 글쓰기. 그것이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맥이라고 믿는다. 아직까지 잔존하는 사상의 대립은  그것을 수용하고 해석하는 데에 많은 영향과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이를 구체적으로 논하자면 사상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사상을 논하는 것은 달가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나 역시 저자와 같은 뜻에서 어느 편으로 기울어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태균은 말한다. 좌익이니, 우익이니 사상의 잣대를 가지고 글을 쓰려 하지 않았다, 라고. 그런 까닭에 나는 읽는 이 역시 편향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필자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노력한 것은 한국전쟁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은 어떤 국가의 국민도 아닌, 한 걸음 떨어져서 좀 더 객관적으로 한국전쟁을 바라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중간생략…

 한 현대사 연구자의 입장을 견지하고자 했다. 물론 필자도 민족주의 감정에 충실한 한국 사람으로서의 입장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최대한 노력하였다. 그것만이 기존의 ‘권력’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박태균의 한국전쟁 중 맺음말 일부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마음을 다잡고 글을 써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말을 하고 싶다. 무엇을 주제로 쓰던지, 전쟁을 소재로 한 글이라면 반드시 거쳐 가야만 하는 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기존의 ‘권력’이자, 지금까지 우리 모두가 알고 지내왔던 전쟁이야기이며 동시에 그것의 오류일진데 마치 그 앞에서 추궁을 받는 꼴이 되는 셈이다. 

나름대로 한국사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했었던 내게 한국전쟁이란 책은 내가 지녔던 자만과 편견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던 것 같다.

흔히 말하기를 역사란 진실을 기록한다. 하지만 때로는 왜곡된 역사의 기록도 잔존한다. 임의적으로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진실이 거짓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으며, 허를 실로 둔갑시키기도 하는 경우도 있으나 후대의 사람들은 말한다. 증거가 없으니 확실히 알 수가 없노라고.

물론 증거가 없이는 그 어느 것도 확정지을 수가 없다. 단지 추측만을 가지고는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내보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분명히 있어왔던 사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증거 없이, 감춰지고 숨겨져 그 존재가치에 대해 사람들의 인지가 거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또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저자는 왜곡되고 감춰졌기에 사람들에게 잊혀진 사실들을 이 책에 기록하고 있다. 한국전쟁의 원인과 전쟁과정에서 우리가 몰랐던 사건과 그 사건의 원인결과 그리고 그 후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의 수집과 함께 자세한 설명을 더함으로써 독자에게 보다 쉬운 접근을 허락한다.

책을 읽어가면서 이런 일이 있었던가, 의아해하게 되는 몇 가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쟁 발발 직후 이승만의 북침야욕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전쟁은 북한에서 먼저 내려왔다는 이야기는 초등학교 때문에 무던히 들어왔던 이야기이다. 우리는 그냥 앉아서 당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바로 그 이야기인데. 기실은 그 무렵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북한을 먼저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설이 있다. 그 외에도 전쟁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이승만 정부와 미국. 전쟁의 시작과 전쟁의 주도, 마무리까지 겉으로 드러났던 미국의 영향력과 뒤로 감추어진 채 뻗어나갔던 또 다른 미국의 압력. 한국과 미국의 알력 역시 잘 알려지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런 까닭에 이번 책읽기는 묘한 끌림이 더했던 것도 사실이다.

박태균의 ‘한국 전쟁’은 방대한 자료의 일목요연한 정리는 내용의 이해를 보다 쉽고 용이하게 도와주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저자가 직접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생각하고 교감하며 만든 자료를 토대로 구성된 이번 책은, 보통 사회과학 분야에서 느낄 수 있는 딱딱하고 다소 건조한 멘트의 분위기가 아니다. 소설가 박완서의 소설을 예로 드는 경우나, 몇 개의 단원이 끝나는 부분에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하는 부분들이 들어가면서 경직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그것은 어쩌면 그가 마무리 글에서 남겼던 것과 같이 학자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글을 진행하고 싶었다는 내용의 글과 코드가 맞게 떨어지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으로 아쉬움을 토로한다. 아직도 못 다한 이야기가 많기에 다음을 또 기약한다는 말도 남겼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뭐가 그리 많기에, 몇 백장이 넘도록 이야기를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할 말이 남았을까.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워왔던 한국전쟁에 대한 일부 내용을 다시 수정해야 하는 숙제를 저자는 무심하게 던지고 돌아선다. 그것을 풀어서 이해하는 것은 이제 독자의 몫이 되어버렸다. 사상의 문제를 떠나서 알지 못했던 일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알아 간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다보니 이 글이 ‘한국전쟁’이란 책을 읽으면서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과 전쟁의 연계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이념 내지는 저자의 중립적인 사상 쪽으로 자주 치우친 감이 없지 않아 보인다.

책을 어떻게 읽고 받아들이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수정주의니, 좌익이니, 우익이니 하는 거북하고 무겁고 답답한 이야기는 잠시 보류하고 책을 접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까지 분단국가인 현실에서 한번쯤은 읽어 보고, 생각도 해볼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어렵지 않고 쉽게 서술된 것이 이 책의 큰 힘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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