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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그녀의 마지막 여름 - 코네티컷 살인 사건의 비밀
루앤 라이스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7월
평점 :
완벽한 그녀의 마지막 여름
새벽 세시까지 책을 잡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다. 범인이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이겠지. 작가 루앤 라이스의 장편소설 ‘완벽한 그녀의 마지막 여름’은 제목처럼 더운 여름밤을 잘 견디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다. 새벽까지 책을 읽는다는 건 십년 전만큼 익숙한 패턴이 아니다. 그러나 범인이 누구일까? 라는 호기심과 의문은 십 년이 지나도 이십 년이 지나도 포기할 수 없는 궁금증인가보다.
비교적 부유한 마을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어느 미술관을 둘러싸고, 미술관과 관계된 한 가족에게 펼쳐지는 사건은 처음부터 트릭에 가까운 설정이었다. 과거에 어느 시점에 엄마와 두 딸이 괴한에 의해 지하실에 감금되었던 사건이 남편이자 아버지의 교사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설정은 사실 소설의 전개에 대한 작가의 의도였다. 이 트릭에 깊이 몰입하면 끝까지 그것만 생각하게 되는 실수를 범하게 될 것도 같다. 그런데 친절하게도 책은 독자들이 사고를 확장시켜 펼쳐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시한다.
등장하는 인물로는 베스와 케이트(자매) 와 그녀들의 친구들인 룰루와 스코티, 경찰인 코너와 그의 형 톰, 그리고 주변인물들이다. 소설이 독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단순히 부유하고 평범한 사람들 속에 숨겨진 가족사 같은 것일까?
소설은 베스의 죽음부터 보여주고 있었다. 임신한 몸으로 두개골이 부서지고 교살된 채 성폭행이 연상되는 모습으로 발견된 베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작가는 베스의 죽음이 과거 그녀들과 엄마의 지하실 감금사건과 연결고리가 있다는 설정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고착화시키는데 성공하는 듯하다. 크게 봤을 때는 소설의 중심을 이루는 것으로 사랑과 배신 그리고 불륜이라는 요소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동성애가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랑과 우정이 불러오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성이 질투와 분노가 등장한다는 데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작가와 함께 두뇌싸움을 하기 위해는 말이다.
사실 진짜 범인이 등장하면서부터 눈에 띄게 되는 것은 바로 인간의 불안한 심리. 그 안에서 격동적으로 몰아가는 분노와 피해의식의 망상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아. 그런데 여기에서 범인을 언급하면 고약한 스포일러가 되는 것이기에 무척이나 조심스러워진다.
책을 읽으면서 범인을 예측했었을까. 단지 의심은 갔지만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라는 안일함으로 인해 범인을 찾지는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설정 내지는 과정들을 두고 무슨 말로 정의내릴 수 있을까. 대부분의 범죄에 있어 범인이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은 사실 높은 확률로 적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것도 같은데 말이다. 따지고보면 작가는 그녀의 처음 의도를 너무 과하게 밀어붙이고 있었기에, 한편으로 독자들의 상상력을 다른 방향으로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인물마다 포커스를 맞추고 서술해가는 방식이나, 죽은 베스가 유령의 존재로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면 등은 지루하지 않는 분위기를 선사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마무리가 좀 아쉬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범인의 살해 동기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동기부여와 인과관계가 장편소설치고는 조금 허술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까닭은, 어디까지나 생각하기 좋아해서 잡생각이 많은 그저 그런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