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편의점 : 문학, 인간의 생애 편 -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이시한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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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고전 맛보기


정말 편의점에서 지식을 살 수 있을까. 실은 말이다. 어제도 나는 편의점에서 도시락 두 개와 햄버거를 샀다. 물론 그 중에 내가 먹은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문득 생각하기를 정말 편의점에서 내게 맞는, 내가 좋아하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면 다소 과장된 상상일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행복해지기보다는 조금은 많이 우울해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걸 두고 소심한 변덕이라고 해야하는 걸까.


말이 그렇다는 거다. 책을 쓴 저자 이시한의 생각을 엿보고 싶어진다. 어렵게 다가오는 고전을 이해하기 쉽게 요약하고 설명해줄 수 있는 어떤 방법? 아니면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와 세상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저자의 책 ‘지식 편의점’은 시리즈물이라고 했다. 이쯤에서 욕심을 내보면 지식 편의점 한권을 읽었으니 이제 그의 남은 책을 내친김에 마저 읽어보고 싶어진다.


독서라는 행위는 어떻게 보면 정말 외로운 순간들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의미의 ‘혼밥’ 같은 표현처럼, 독서의 과정 역시 오롯하게 혼자 읽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혼자만의 독서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독서의 과정도 일정부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교만한 독서로 멈추지 않기 위함이다. 하나의 작품을 읽고 평가함에 있어 나의 생각은 이렇다, 라고 했을 때 자칫 내 생각이 만들어낸 틀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혼자만의 독서가 갖는 필연적인 한계가 아닐까싶다. 어쨌든 이런저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끔은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듣고 싶어지더란 말이다.


이번 책 읽기는 이런 나의 소심한 불안증과 궁금증 그리고 무엇보다 무형의 한계가 갖는 중압감을 천천히 풀어주는 역할을 잘 해주었던 것 같다.

그의 책은 친절했다. 저자 이시한은 사변적 측면을 포함한 다양한 주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각각의 문학작품을 소개한다. 아직 책으로 접해보지 못한 이들을 위한 작품의 줄거리 소개도 잊지 않는다. 각 작품은 그가 정한 주제에 맞게 재구성 되어 있으며, 저자는 이 주제 안에서 작품을 분석해 함께 생각할거리(숙제)를 독자에게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전체적으로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와 대화하는 듯한 구어체로 쓰고 있어, 친근감이 도는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때문에 부담 없이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다가온다.


책에 대한 처음 끌림은 친근감이었다. 읽어본 작품들이 대거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더 이시한의 생각이 궁금해졌다고 적고 싶어진다. 나와 다른 그는 어떤 생각으로, 어떤 해석으로 작품 안으로 들어갔던 것일까.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내가 품었던 의문들 한가운데 서 있기도 했고, 살짝 비켜가기도 했다.


실은 그랬다. 이시한 역시 수많은 독자 중에 한 사람이고, 누구나 그렇듯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개개인의 철학을 겸비한 개성만큼이나 ‘독자적’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했던 것도 사실이다. 읽어가는 동안 때로는 그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때로는 조목조목 비교하며, 때로는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려 거리감을 두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저자 이시한이 소개하고 있는, 지식 편의점이 품어내는 가치에 조용히 잠식되었다고 말하려던 참이다. 작품 중에는 이미 읽어본 책들도 있었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도 있었다. 이전에 먼저 읽고 기록으로 남긴 작품들에 대해서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기록한 것들을 같이 펼쳐두고 읽어나갔다.


밀란 쿤데라의[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한나 아렌트의[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니코스 카잔차키스의[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한 저자 이야기에 더 집중했던 까닭은, 나 역시 이 작품들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어떤 요소에 더 집중해서 읽느냐에 따라 작품에 대한 해석은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다. 늘 인간이라는 존재에 몰입해 책을 보는 내게 있어서, 인간존재라는 주제는 또 하나의 한계로 다가선다. 어떻게 보면 나는 이런 나의 한계를 즐기면서도 힘들다고 칭얼거리는가. 어쨌든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이야기는 분명한 투정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각설하고 책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이시한의 이번 책은 정치, 사회, 문화, 인간 등 많은 분야에서 만나게 되는 쟁점들을 편안하게 접근하고 있기에 흥미롭고도 유쾌하다.

그가 소개하고 있는 책 중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 중 유독 ‘곰스크로 가는 기차’가 시선을 붙잡는다. 누구나 곰스크로 가고 싶은 욕망이 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어쩌면 누군가의 ‘실현되지 못한 이상과 현실적 욕망’ 사이에서 생겨나는 갈등의 심연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걸까. 저자의 바람처럼 이십여 년 전 읽었던 상실의 시대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이시한의 책과 함께, 책 속에 소개되어 있는 작품까지 꼭 찾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나선 길을 더 밝게 밝혀줄 등불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한 책 읽기 즉 ‘독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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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6-05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평집인가보네요. 같은 책을 읽어도 다양한 생각과 느낌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참 재밌는 것 같아요. 독서 자체에 대한 즐거움도 있지만 책을 읽은 후에 사람들과 함께 서로의 소감을 나누는 것도 그 재미를 확장시켜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

월천예진 2021-06-05 20: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함께 하는 책읽기도 큰 매력이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