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 개정판
법정 지음 / 이레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오두막 편지

-살아가는 길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앉아서 책 이야기를 한다. 분위기에 잘 맞는 음악도 선정했다. 다만 낡은 컴퓨터인지 새로 바꾼 스피커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지직, 지잉, 하는 잡음이 신경에 거슬릴 뿐이다.

 

법정 스님의 조언대로 하자면 이 또한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지나가야 하는 것을. 나는 여전히 마음을 비우기는 어려운가보다. 웃자고 하는 말이긴해도 어딘지 씁쓸함이 돈다. 이 책 스님의 오두막 편지를 읽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자리를 틀고 앉는다. 나도 그처럼 사람 발길 드문 곳에 들어가 작고 아담한 오두막 하나 짓고 혼자만의 생각을 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

이는 욕심일까? 스님은 모든 것을 비우고 정진하는 삶을 위해 오두막을 짓고 산중에 들어갔는데, 왜 내게는 그러한 삶을 꿈꾸는 것조차 욕심이고 사치로 다가오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스님과 내가 속한 현실과 선택한 길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답일지도 모르겠다. 스님은 스님의 삶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길이고, 나는 내가 속한 삶을 살아가는 중이기 때문이겠지.

오두막을 지으며 벽지와 바닥 온돌을 올리고 아궁이를 옮기는 작업까지 세세하고 꼼꼼한 작업과 일정을 기록하며 일상을 정리해가는 법정 스님의 이야기 안을 좀 들여다보면 어떨까.

스님이 글을 썼을 무렵은 아마도 97년도 IMF가 있던 시절이었는지 위급했던 경제상황과 위정자들의 부조리와 그에 따른 민초들의 어려운 삶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스님의 진지한 일상도 함께 기록되어 있다.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책임과 의무. 더불어 한없이 무거운 삶의 무게를 어떻게 짊어지고 걸어가야 할지에 대한 스님의 이야기는 때론 죽비소리처럼 시원스레 명징하기도 하고, 때론 뜨끈한 구들처럼 따뜻하며 온화해 부드럽다. 이렇게 표현하고 보니 스님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쓰는 글도 어쩐지 스님의 글이 풍기는 분위기를 배워가는가도 싶다.

 

각설하고 책은 계절의 흐름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삶을 살아가는 이치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많은 이야기들 속에는 자연에 대한 진리와 흐름이라고 할까. 내가 혹은 우리가 접하고 사는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는 어쩌면 인류가 태어나기 그 이전부터 그들만이 지녀왔던 생명력이 있었기에, 이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부터가 삶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했던 부분들도 많았던 것 같다.

하찮은 사물에 의미를 부여해 친구가 되고, 의지하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나름 큰 힘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자주 하지 않았을까.

딴은 그러기 위해서는 말이다. 내가 가진 것을 비워내야 하는 것이고, 내 주머니가 가벼워야 하는 것이며, 그 가벼운 주머니 역시 곱디고운 게 아니라 거칠고 투박해야 한다는 의미를 스님은 책을 통해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런 생각도 든다.

 

세상의 모든 생각과 그 느낌들이 봄, 여름. 그리고 가을 겨울 안에 들고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은 새삼 소중해보였다. 달과 별과 나무와 새와 이 모든 것을 품어내는 공기와 하늘이 그저 그런 것들이 아니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부터가 바로 내 안의 화두를 만날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세상은 이렇게도 의심스럽고 수상하며, 수선스럽고, 위태하고 위험하기까지 하지만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흔들리면서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흔들림 속에서도 잡아줄 수 있는 힘과 의지는 결국은 내 안에 있는 나를 믿는 수밖에 없다는 의미. 책은 그 의미를 말해주고 있었다.

 

-움직임이 없으면 그건 바람 일 수 없다.P48-

-우주의 호흡과 같은 이런 움직임과 흐름이 없다면 사람 또한 살아갈 수 없다. 이 세상에서 멈추거나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멈춤과 고정됨은 곧 죽음을 뜻한다.

그러니 살아가고자 한다면 그 움직임과 흐름을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것은 변화를 거치면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P49-

 

-‘나는 누구인가?’ 하고 안으로 진지하게 묻고 또 물어야 한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들어 있다. 때때로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일이 없다면 우리 마음은 황무지가 되고 말 것이다.

명상하라. 그 힘으로 삶을 다지라.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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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27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찮은 사물에 의미를 부여해 친구가 되고..˝ 새롭게 다가오네요. 중요한 것들과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쉽게 부여되어지는 의미들. 소소한 것과 하찮은 사물에게로 확장되면 친구의 폭도 훨씬 넓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월천예진 2021-01-27 13:0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멀리 계신 곳에서 꼭 건강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