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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ㅣ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평점 :
무라카미 라디오 그 세번째 이야기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위한 포스팅
무라카미 하루키의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가 드디어 나왔습니다.
제목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알려드리면,
"졸리지 않은 밤은 내게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만큼이나 드물다 (p.12)"..라는 통통 튀는 하루키 식 문장에서 나왔습니다.
책이 도착하자 마자, 다른 책을 다 제쳐두고 읽었습니다. 저는 하루키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제가 하루키를 많이 좋아합니다.
찾아보시면 정성스레 쓴 관련 포스팅이 몇개 있습니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을 위한 포스팅 : http://blog.naver.com/meushar/140163250005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위한 포스팅: http://blog.naver.com/meushar/140152546246
이 책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어느 정도 예상과 기대는 했지만, 역시나 너무 재밌습니다.
가령, '기본 정책이 없는 정부는 화장실 없는 맥주집 같습니다.'같은 기가막힌 비유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읽는 재미를 배가 시켜줍니다.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잡지 -[앙앙]에 쓴 연재 에세이를 모은 것이라 감각적이고 세련되고 토실토실 살찐 상상력이 가득한 에세이집입니다. 읽는 내내 유쾌하고, 몇 년은 젊어진 느낌입니다.
힘을 빼고도 이런 글을 써내다니, 대단합니다.
하루키씨 말대로 재미있고 즐겁게 글을 쓴 분위기를 작품집 내내 맛볼 수 있습니다.
뭉크에게는 그 밖에 [멜랑콜리]라는 제목의 그림도 있는데, 그 주인공 얼굴이 나와 아주 닮았다는 말을 몇 명의 노르웨이인에게 들었다. 오슬로 미술관에 가서 실물을 보고 싶기도 한데, 으음, 그렇게 닮았을까? (뭉크가 들은 것-p.151)
이 문장을 읽고 욱씬거리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찾아본 뭉크의 [멜랑콜리]라는 그림. 우와, 과연 하루키씨랑 닮았네요.ㅋ
전 조개나 소라, 고동 껍데기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요. 이 처럼 예쁜 조개 껍데기를 보면 꼭 구입해야 합니다.
사진 상에 보이는 조개는 하트 모양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접혀 있는 '천사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어서 냉큼 구했습니다.
모든 수집이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어떤 것을 모으다 보면, 시간이 지날 수록 까탈스러워져서 무턱대고 모으기보다는 나름 가치를 따져서 냉정하게 구하기 마련입니다.
하루키의 책들도 제가 수집하는 것 중 하나인데, 이번에 새로 출간된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역시 하루키 책 수집을 하는 사람으로서 소장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하루키가 가장 최근에 쓴 에세이라 점과 오하시 아유미 씨의 귀여운 동판화가 누락되지 않고 그대로 함께 수록된 원본에 아주 가까운 책이란 점에서 높은 점수를 매기고 싶습니다.
어느새 날씨가 꽤 더워졌는데요, 이렇게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조개와 함께 책을 찍어보니 시원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최근에 구한 하루키의 책 두 권입니다. [해변의 카프카] 영어 판본과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영어판본의 책입니다. [달리기를 말할 때..]는 하루키의 에세이 집으로는 예외적으로 영어번역이 되었군요.
하루키 책]을 수집하는 사람의 견지로서, 비채에서 나온 이 세 권의 책은 무척 수집가치가 높다고 생각됩니다. 책의 만듦새도 아주 좋고, 하루키의 개인적인 삶을 엿보기엔 이 책들 만한 것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루키 좋아하는데, 으아, 이렇게 3권 선물 받으면, 정말 기쁠 듯 싶군요.
하루키가 젊은이들로 부터 '문장 공부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문장 운운은 나중 일이고, '어찌됐든 살아가는 일 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 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 살 것 인가 하는 문제와 대충 같다.'라고 말한 적인 있는데, 이 에세이집은 그런 하루키의 철학이 잘 드러나 있는 듯 보입니다.
일상의 하루키를 통해 방향 감각이 분명한 그의 문장들이 살아 숨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라는 제목에 맞춰서 샐러드와 함께 한 컷 찍었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샐러드 (야채)를 좋아하는 하루키의 에피소드를 담은 글도 들어 있습니다.
'슈퍼 샐러드'라 할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전에 호놀룰루의 할레쿨라니 호텔 수영장 근처의 레스토랑 'HWAK(House Without a Key)'에서 아주 훌륭한 샐러드를 만났다. 마노아 레터스와 쿠라 토마토와 마우이 어니언을 넣었을 뿐인 단순한 샐러드였지만 맛있어서 늘 점심으로 먹었다. 따뜻한 롤빵과 이 샐러드-그리고 차가운 맥주-가 있으면 더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 (p.46-슈퍼 샐러드를 먹고 싶다)
샐러드를 하루키가 맛있게 먹듯, 저도 그의 글을 맛있게 냠냠 먹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쇤브룬 동물원의 사자'라는 제목이 달려있는 에세이인데, 저도 동물원을 좋아하는지라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동물원 이야기'는 첫번째 무라카미 라디오인 [저녁무렵에 면도하기]에도 실려있죠(이상한 동물원).)
적절한 말을 고르는 데, 시간과 품을 들이며 글을 정성스럽게 쓰는 하루키의 문장들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극히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문장을 쓸 때 친절심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되도록이면 상대가 읽기 쉬우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시도해보면 알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알기 쉬운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생각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거기에 맞는 적절한 말을 골라야한다. 시간도 들고 품도 든다. 얼마간의 재능도 필요하다. 적당한 곳에서 "그만 됐어."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다.p. 23-사랑은 가도)
작년에 나왔던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와 함께 찍은 샷. 무라카미 라디오의 시리즈에 맞춰서 비슷한 풍으로 만들어져 통일감이 있습니다. (이렇게 통일감 있게 나와주면, 역시 수집욕구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ㅎ)
무라카미 라디오 첫 번째 편인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도 곧 나왔습니다. 역시 기대되는 책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