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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 노터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삶의 의미와 인생의 해답을 찾아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산티아고 순례길.
세스 노터봄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읽으면서 마음은 이미 산티아고로 향하는 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다. 550페이지에 달하는 꽤나 두툼한 책 안에는 스페인에 대한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스페인의 역사, 정치, 문학, 미술, 건축, 문화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여행기는 이미 세계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여러 나라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태양과 열정의 나라로 알고 있던 스페인이 그렇게 오랜 가톨릭의 역사를 갖고 있고 그만큼 생활 속에 종교가 깊숙이 파고든 나라였다니,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 구원을 찾기 위해 그 길을 찾고 있는지 알 듯도 하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나는 안다. 돌아오는 사람 떠나가는 사람의 감정이 쌓일 대로 쌓여서 그 곳에만 가면 어쩐지 반가움도 더 부풀려지고, 아쉬움도 더 부풀려지는 듯 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 이 세상에 있음을.’
이런 서두로 시작되는 이 책은 산티아고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책장을 넘기게 한다. 하지만 쉽게 읽히는 여행에세이는 아니다. 산티아고, 그 길을 느린 템포로 걷고 있는 작가의 여정과 함께 하면서, 간간히 곁들어진 사진들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니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주를 이루는 에세이가 아니라 깊이 있는 지식을 제공하는 여행에세이여서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책을 읽다보면 노작가가 왜 그토록 스페인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 노벨문학상 후보에 자주 거론되는 세스 노터봄이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내 여행의 목적은 그 나라의 본질을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라며 제주도를 꼭 여행하고 싶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전 세계를 돌며 문학작품을 쓰는 그가 우리나라를 여행하며 어떤 느낌과 정서를 가지게 될지 궁금해진다. 스페인에 가졌던 애정만큼이나 따스한 시선으로 제주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세스 노터봄은 ‘산티아고 가는 길’은 한마디로 자신과의 싸움이며 자신과 직면하는 일이라며 그만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고된 여정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여행은 질러가는 길이 아니라 둘러가는 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산티아고 가는 길>, 이 책 한 권으로 맛 볼 수 있는 스페인 기행과 더불어 알차고 깊이있는 해박한 지식도 함께 만날 수 있어서, 책장에 꽂아두고 오랫동안 소장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열렬한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끊임없이 걸으며 고행을 감내해야 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궁금해진다. 그 길의 끝에선 진정한 생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인생을 순례하는 길.. 그 길을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