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옥스퍼드 Intro 1
사이먼 블랙번 지음, 고현범 옮김 / 이소출판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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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에 붙은 부제 그대로 꽤나 매력적인 철학 입문서이자 교양서이다.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언어보다는 최대한 일상언어를 사용하여 철학적 논제나 쟁점들을 흥미롭게 논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필요에 따라 철학자들의 1차문헌들을 인용하고 그 핵심을 논증적으로 대강 재구성한 뒤, 다소 일반적인 관점(때로는 저자 고유의 관점)에서 해설, 분석, 비판 및 평가하는 등, 기초적이고 정석적인 철학적 사항들 역시 놓치지 않고 평이한 문체로 잘 풀어낸다. 전문적인 용어들로 다소 교과서적이고 정통적으로 서술된 입문서를 찾는 사람이라면 조금 의아하거나 지겹다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외려 그런점 때문에 철학에 쌩 초보자인 사람들에게는 더욱 접근성이 높을 것 같다. 정 고민된다면 서문만을 읽어보아도 이 책이 자신에게 필요한 책인지, 자신이 읽어낼 만한 책인지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서문이 많이 인상깊었다. 


 다소 비슷한 성격의 책으로 존 호스퍼스라는 사람의 "철학적 분석 입문"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과 유사하게 철학의 하위 분야 및 주제들에 따라 철학적 논의들을 풀어가는 입문서인데, 내용의 난이도는 이 책과 비등하되 서술 측면에서는 살짝 더 전문적이고 교과서적이었던 듯하다. 철학에 전연 문외한인 사람이 입문서를 추천해달라 요청한다면, 그러면서도 철학사를 통한 입문이 아니라 철학의 하위 분야별 내지는 큰 테마별로 서술된 책을 바란다면, 거리낌 없이 이 책과 호스퍼스의 책을 추천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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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처음 읽는 철학
철학아카데미 엮음 / 동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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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점이 상당히 얽혀 있는데, 입문자든 숙련자든 학술서로서보다는 교양서로서만 읽기를 추천하고픈 책이다. 우선 구어체로 평이하게 쓰였다는 점은 가뜩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현대 대륙철학에 대한 입문서로서의 점수를 올려주는 장점이다. 각 철학자들을 연구한 비교적 신흥 학자들 복수가 한 철학자씩 도맡았다는 점 역시 글의 전문성과 접근성을 다소 높여주는 듯하다. 블랑쇼, 크리스떼바, 바디우 등 정통적인 현대철학사 서적에서는 보기 힘든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다는 다양성도 나름 신선한 장점이다. 반면 대륙 현대철학이 대체로 고중세 및 근대 철학과의 대결 내지 비판적 계승이라는 쟁점을 두고 전개되기에, 철학적 지식이 전무한 쌩 초보자가 읽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철학사에 다소 숙달된 독자들이 읽기에는, 제시되는 내용이 파편적이거나 부분적인 경우가 있어 통일되고 탄탄한 그림을 얻어가지 못해 읽는 소득이 적다고 느낄 공산이 커보인다. 그러니 초심자든 숙련자든 너무 많은 욕심을 내지 말고, 현대 프랑스 철학이 배태된 문제의식의 단초를 가볍게 맛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읽는 편이 좋겠다. 이에 구매소장은 딱히 권하지 않으며, 빌려 읽거나 중고 매물을 저렴하게 구매해서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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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언어학
ALLWOOD / H.S MEDIA(한신문화사) / 198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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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학의 기초를 다지거나 보다 깊게 이해하는 데에 유익한 전문적인 입문서이다. 영어제목을 직역하자면 "언어학에서의 논리학"이지만, 언어학을 전문적으로 익히지 않았더라도 논리학에 대한 배타적민 관심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낼 수 있게끔, 논리학 자체가 중심으로 삼아져 서술되어있다. 공리체계라든가 추론규칙 등 논리학의 실질적인 테크닉보다는, 그것들을 떠받치고 있으면서도 논리학의 실질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기초적인 사안들을 간명하고 평이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논리/언어철학적으로 논쟁이 될만한 사안에는 깊게 천착하지 않고 여차여차한 쟁점들이 있다는 정도만을 언급하고 넘어가는바, 초심자가 지치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게끔 균형잡힌 입문서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이런 점으로 인해 논리학 초심자가 기술적인 논리학 교재와 병행하여 활용하기에 좋고, 논리학을 형식적이고 기계적으로만 숙달한 사람이라면 부실하다고 여겨졌던 기초를 튼튼히 다지거나 꼼꼼하게 재고하기에 매우 좋다. 다만 초심자라면 기초적인 명제/술어논리 및 그 예비사항들이 다뤄지는 6장까지만을 읽어낼 수 있을 듯하다. 6장 이후의 장들은 기초논리 이외의 확장/파생 논리학, 내포논리, 형식의미론 등이 다뤄지는 등 다소 심화된 부분이기에, 논리학, 논리철학, 언어철학, 언어학 등에 대한 선지식을 다소 갖추고 있어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번역은 분명 직역투이지만, 짐작건대 원서 자체가 내용이 평이하고 전달력이 탁월했던 탓인지, 직역임에도 뭔소린지 알아먹을 수 없는 정도로 형편없지는 않다고 여겨졌다. 워낙 옛날에 출간된 책이기에 역어선택이 생소하거나 어색하다는 점, 그래서 본인이 알고 있는 개념임에도 자칫 간파해내지 못하여 놓칠 수 있다는 점 정도만 주의하면 되겠다. 


삼 년 전 동네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별 생각 없이 심드렁하니 읽어나가다가, 일고 보니 내용이 워낙 좋아서 집중하여 독파해낸 기억이 새롭다. 검색해보니 절판된 책이어서, 중고매물을 찾아내어 언젠가는 꼭 구매소장해야겠다고 다짐짓했다. 당시엔 내포논리와 형식의미론이 다뤄지는 후반부가 너무 어려워 대충 훑고 넘어갔는데, 해가 몇 번 지나 다시 읽어보니 그 부분도 흥미있게 읽혀졌다. 감회도 새롭도 얻은 것도 많았던바 재밌고 뿌듯한 독서였다. 뻔하고 조악한 논리학 교재들만 그나마도 간간히나 나오는 마당에, 이 분야에서 학술적으로 양질인 이런 모양새의 책들이 절판되지 말고 외려 자꾸자꾸 새로이 출간되었느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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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철학 - 배중률에 대한 철학적 반성 건지학술총서 2
양은석 지음 / 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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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어렵지도 않고 무턱대고 평이하지도 않지만, 주제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그에 강하게 관심하는 사람에게 한번쯤 읽어보라 권해볼 만한 책인 반면, 책의 구성을 감안한다면 일반적인 독자층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제목은 ˝논리철학-배중률에 대한 철학적 반성˝인데, 배중률의 지위에 관한 현대의 철학적 논의가 수학철학 및 언어철학 분야와도 밀접히 연관되다보니, 그 분야에 대한 내용의 비중도 꽤나 높은 편이다 그런데 기초적인 개념, 논제 등이 상세한 설명 없이 논의에 바로바로 등장하거나 원용되기에, 적어도 논리주의, 직관주의, 그리고 비트겐슈타인 후기철학 등에 대한 선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수월하게 읽어내기 어려울 듯하다 반면 기초가 다소 다져져 있다면, 지엽적인 사항에 매몰되지 않고 배중률과 얽힌 논의의 흐름에만 오히려 집중할 수 있겠으니, 배중률의 논리철학적 지위에 관해 의문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읽는 소득이 있을 것이다
지적하고픈 단점은 책의 구성이다 저자가 발표해온 복수의 글들을 추려서 단행본으로 꾸린 듯한데, 그래서인지 모든 장들을 통틀어 일이관지하는 논지가 없다고 느껴졌다 특히 고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이 다뤄지는 1부 두 개의 장과, 비트겐슈타인 후기철학에서 초일관성의 실마리가 논구되는 7장에서 이러한 점이 두드러진다 내용 자체가 저자의 관점이나 논증을 제시한다거나 혹은 주제를 저자의 언어로 정리 및 해설하는 게 아니라, 여타 군소 학자들의 논문을 끌어들여 간략히 확인 및 논평하는 식이어서, 더욱 갈피를 잡기 어렵고 읽기도 지루했다 일반적인 독자층보다는 해당 주제를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에게나 읽는 의의가 있을 법하다

개인적으로는 자데라는 인물이 대안논리로 제시한 퍼지논리(fuzzy logic)를 8장에서 처음 접해볼 수 있어서 신선했다 다소 간략하고 형식화된 채로 제시되기에 깊이 있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2가원리를 받아들이는 고전논리로는 포착되지 않는바 자연언어에서 인간 사고와 추론이 드러내는 모호성을, 고전논리와는 다른 철학적 근거에 기대어 형식화하고자 한 것이, 퍼지논리를 비롯한 여러 대안논리의 핵심 기조였다는 철학적 사안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에겐 적잖은 소득이었다 기초적인 논리학 및 논리학사를 더 숙달한 뒤, 동 저자의 여타 저서인 ˝논리와 구조˝를 통해 더 심화시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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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의 역설
야마오카 에쓰로 지음, 안소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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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이하게 읽히면서도 전문적인 사항을 얻어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교양서이다. 우선 해당 주제에 선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끈기있게 붙든다면 읽어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 쓰였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논리학, 논리철학, 언어철학(및 화용론)적인 사항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를 형식적이고 테크니컬한 언어보다는 자연언어로 최대한 쉽게 풀어쓰고자 기도한 원저자의 노력이 많이 드러난다. 이렇듯 평이하게 서술되었으면서도 역설과 관련된 이론, 논제, 개념 등을 입문 수준으로 접해볼 수 있으니, 학술적인 면에서도 분명 소득이 있다. 역자가 철학계 종사자가 아니어서 읽기 전에 살짝 걱정했으나, 막상 읽고 보니 언어적으로도 학술적으로도 크게 문제될 만한 곳은 눈에 띄지 않았다(근데 후자의 경우는 원서 자체가 교양서인 탓일 수도 있겠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각 철학자들의 이론이나 해결법을 최대한 쉽고 간명하게 소개하려다 보니, 읽는 이에 따라서는 조금 아쉽거나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10, 12, 13장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내가 생각하기엔 이 책에 소개된 이론들 중 가장 형식적인 이론들이 다뤄지는 장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듯하다). 

 그러니 본디 해당 주제에 관심해왔거나 이 책을 읽고 흥미를 강하게 느꼈던 사람이라면 이 책만으로 끝나는 독서가 될 가능성은 적다. 동일한 주제를 더욱 심도있게 다루는 전문서로서 송하석. "거짓말쟁이 역설에 관한 탐구"가 출간되어 있으니, 마저 해결되지 않는 부족함이나 궁금증을 느껴 심화된 내용을 원한다면 이 책으로 입문한 뒤 송하석의 저서를 독파해보는 것도 좋겠다. 다뤄지는 인물들도 일부 겹치는바 타르스키나 러셀 같은 고전적인 인물들부터, 크립키, 스트로슨, 마티니치, 프리스트, 시먼스, 야블로, 소렌센 등 비교적 최근의 인물들이나 생소한 인물들의 이론 역시 송하석의 책에서 다뤄진다. 일전에 그 책을 읽었다가 너무 어려워서 거의 건성으로 훑어버리고 말았는데, 차제에 나도 이 책을 발판삼아 그 책에 다시 도전해보아야겠다. 책 한 권을 읽으면 외려 과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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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2-11-01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이 책에서 거짓말쟁이의 역설 원인인 self-reference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고 구체적인지요?^^

depaysment 2022-11-02 22:21   좋아요 1 | URL
헐 아 네 안녕하세요 감사핮니다 ㅋㅋㅋ

depaysment 2022-11-02 22:35   좋아요 1 | URL
아 자기언급성이요? 어 딱 부러지게 한마디로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ㅎㅎ 14장 한 장을 자기언급성에 할애해서 그것이 역설이 성립하는 데 대한 필요조건인지 충분조건인지 여부가 논의되고 있고, 러셀이나 타르스키 이론이 다뤄지는 1, 2장이나 러셀의 집합론 역설을 다루는 부록1에서도 러셀의 악순환원리라든가 비-가술적 술어 개념 등과 더불어 자기언급성 개념이 환기되고 있고, 화용론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인물들이 다뤄지는 장에서도 ‘내 명령을 따르지 마라‘와 같은 식의 자기언급적 발화행위가 과연 진정한 발화행위로서 성립하는지 살펴보는 등, 분명 자기언급성 개념을 다각도로 조망해주고 있긴 합니다. 그래서 자기언급성이란 게 과연 무엇인가, 그게 왜 문젯거리인가 등에 대한 논의를 입문 수준에서 접하게 해주는 데는 충분한 거 같습니다. 근데 본글에서 썼듯이 모든 논의들이 최대한 간결하고 평이하게 해설되어 있어서, 아주아주 상세한 논의를 원하신다면 이 책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실 거 같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22-11-03 17:49   좋아요 1 | URL
긴 답글 감사합니다. ^^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ㅎㅎ

depaysment 2022-11-03 18:40   좋아요 1 | URL
네네 감사감사ㅏ!@#

북다이제스터 2022-11-03 19:22   좋아요 1 | URL
자기 지시성 문제가 거짓말쟁이의 역설과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와 맞다있고 그에 따라 세상은 필연성이 아닌 우발성으로 움직이며, 그래서 인간 자유의지 여부와 연관되어 여쭤봤습니다. ^^
요즘 제 관심 사라서요. ㅎㅎ
감사합니다. ^^

depaysment 2022-11-03 19:46   좋아요 1 | URL
아아 그렇군요 많이 어려운 주제인데다, 논라학뿐만 아니라 형이상학에도 닿아있네요 화틩화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