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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의 역설
야마오카 에쓰로 지음, 안소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평이하게 읽히면서도 전문적인 사항을 얻어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교양서이다. 우선 해당 주제에 선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끈기있게 붙든다면 읽어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 쓰였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논리학, 논리철학, 언어철학(및 화용론)적인 사항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를 형식적이고 테크니컬한 언어보다는 자연언어로 최대한 쉽게 풀어쓰고자 기도한 원저자의 노력이 많이 드러난다. 이렇듯 평이하게 서술되었으면서도 역설과 관련된 이론, 논제, 개념 등을 입문 수준으로 접해볼 수 있으니, 학술적인 면에서도 분명 소득이 있다. 역자가 철학계 종사자가 아니어서 읽기 전에 살짝 걱정했으나, 막상 읽고 보니 언어적으로도 학술적으로도 크게 문제될 만한 곳은 눈에 띄지 않았다(근데 후자의 경우는 원서 자체가 교양서인 탓일 수도 있겠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각 철학자들의 이론이나 해결법을 최대한 쉽고 간명하게 소개하려다 보니, 읽는 이에 따라서는 조금 아쉽거나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10, 12, 13장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내가 생각하기엔 이 책에 소개된 이론들 중 가장 형식적인 이론들이 다뤄지는 장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듯하다).
그러니 본디 해당 주제에 관심해왔거나 이 책을 읽고 흥미를 강하게 느꼈던 사람이라면 이 책만으로 끝나는 독서가 될 가능성은 적다. 동일한 주제를 더욱 심도있게 다루는 전문서로서 송하석. "거짓말쟁이 역설에 관한 탐구"가 출간되어 있으니, 마저 해결되지 않는 부족함이나 궁금증을 느껴 심화된 내용을 원한다면 이 책으로 입문한 뒤 송하석의 저서를 독파해보는 것도 좋겠다. 다뤄지는 인물들도 일부 겹치는바 타르스키나 러셀 같은 고전적인 인물들부터, 크립키, 스트로슨, 마티니치, 프리스트, 시먼스, 야블로, 소렌센 등 비교적 최근의 인물들이나 생소한 인물들의 이론 역시 송하석의 책에서 다뤄진다. 일전에 그 책을 읽었다가 너무 어려워서 거의 건성으로 훑어버리고 말았는데, 차제에 나도 이 책을 발판삼아 그 책에 다시 도전해보아야겠다. 책 한 권을 읽으면 외려 과제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