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철학 - 배중률에 대한 철학적 반성 건지학술총서 2
양은석 지음 / 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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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어렵지도 않고 무턱대고 평이하지도 않지만, 주제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그에 강하게 관심하는 사람에게 한번쯤 읽어보라 권해볼 만한 책인 반면, 책의 구성을 감안한다면 일반적인 독자층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제목은 ˝논리철학-배중률에 대한 철학적 반성˝인데, 배중률의 지위에 관한 현대의 철학적 논의가 수학철학 및 언어철학 분야와도 밀접히 연관되다보니, 그 분야에 대한 내용의 비중도 꽤나 높은 편이다 그런데 기초적인 개념, 논제 등이 상세한 설명 없이 논의에 바로바로 등장하거나 원용되기에, 적어도 논리주의, 직관주의, 그리고 비트겐슈타인 후기철학 등에 대한 선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수월하게 읽어내기 어려울 듯하다 반면 기초가 다소 다져져 있다면, 지엽적인 사항에 매몰되지 않고 배중률과 얽힌 논의의 흐름에만 오히려 집중할 수 있겠으니, 배중률의 논리철학적 지위에 관해 의문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읽는 소득이 있을 것이다
지적하고픈 단점은 책의 구성이다 저자가 발표해온 복수의 글들을 추려서 단행본으로 꾸린 듯한데, 그래서인지 모든 장들을 통틀어 일이관지하는 논지가 없다고 느껴졌다 특히 고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이 다뤄지는 1부 두 개의 장과, 비트겐슈타인 후기철학에서 초일관성의 실마리가 논구되는 7장에서 이러한 점이 두드러진다 내용 자체가 저자의 관점이나 논증을 제시한다거나 혹은 주제를 저자의 언어로 정리 및 해설하는 게 아니라, 여타 군소 학자들의 논문을 끌어들여 간략히 확인 및 논평하는 식이어서, 더욱 갈피를 잡기 어렵고 읽기도 지루했다 일반적인 독자층보다는 해당 주제를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에게나 읽는 의의가 있을 법하다

개인적으로는 자데라는 인물이 대안논리로 제시한 퍼지논리(fuzzy logic)를 8장에서 처음 접해볼 수 있어서 신선했다 다소 간략하고 형식화된 채로 제시되기에 깊이 있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2가원리를 받아들이는 고전논리로는 포착되지 않는바 자연언어에서 인간 사고와 추론이 드러내는 모호성을, 고전논리와는 다른 철학적 근거에 기대어 형식화하고자 한 것이, 퍼지논리를 비롯한 여러 대안논리의 핵심 기조였다는 철학적 사안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에겐 적잖은 소득이었다 기초적인 논리학 및 논리학사를 더 숙달한 뒤, 동 저자의 여타 저서인 ˝논리와 구조˝를 통해 더 심화시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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