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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
이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몇년간 참 즐거운 것 하나가, SF라는 장르의 대중화다.
사실 장르 소설, 대중 소설이라 할 수 있는 SF가 대중화가 되고 있다.. 라는 말 자체가 매우 어감이 이상하지만, 사실 마니아 취향의 장르로 천대(?)받았고, 특히 국내에서는 그 사정이 훨씬 더했으니까.
특히 광서방으로서는 '여성들'이 특별히 천대한다는 느낌이 정말 싫었다. 이렇게 매력적인 소재와 매력적인 소설들이 말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다양한 '블록버스터'급 작가 혹은 감독들이 SF를 만들어가면서 점점 여성 동지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즐거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SF라는 태그 없이, '재미있는 컨텐츠, 매력적인 컨텐츠'로서 말이다. '프린지'같은 드라마, '2012'같은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같은 애니메이션 등이 바로 그런 작품들이 아닐까 한다(위의 세 작품을 굳이 예로 든 것은, 실제로 SF라면 우선 거부하고 보는 모 여성께 실험(?)해본 결과 매우 재밌다는 반응을 얻은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도 마찬가지. 사실 '공상과학'이라는 누가 붙인지 모를 마음에 안 드는, 선입견이 팍팍 생길만한 장르명처럼, 선입견을 빼고 보면 정말 재미있는, 사전 지식 등이 별로 필요없는 것들도 참 많은데 유독 소설은 더욱 큰 선입견을 갖게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유명 작가' 혹은 '블록버스터'의 힘이 아닐까 하고.
소설, 카산드라의 거울은 그런 의미에서 참 의미있는 작품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국내에서도 참 인기가 많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SF니까. 그리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여성들에게 참 인기가 많기도 하고.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우연히 송파'여성'문화회관에 들렀다가 발견하고 빌린 것이라는 생각하면 정말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작가라는 증명이 아닐까?(아니면 말고~)
물론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소설로서 이 '카산드라의 거울'이 최초의 SF는 아니다. 이미 '파피용' 같은 책도 있었고, '상상력의 작가'라고 불리는 그인만큼, 어쩌면 SF가 참 잘 맞는 작가가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생각도 해 본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위와 같은 즐거운 생각을 했던 것은 지금까지 그의 작품들을 통틀어, 아니 웬만한 SF 소설들을 뒤져봐도 이, '카산드라의 거울' 같이 다양한 소재, 깊숙히 관통하는 SF적인 상상력과 관념들이 짙은 책을 찾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디스토피아, 윤회, 인간 두뇌 조작, 확률, 미래적 기기 등 전체적인 스토리 내에 정말 다양한 SF적 요소들을 품고 있다.
주인공 카산드라는 현대 프랑스를 살아가는 인물. 하지만 과거 트로이의 예언자였던 카산드라를 통해, 그리고 현 인류의 무분별한 낭비에 가까운 소비와 자연 파괴로 인한 처절한 미래상을 통해 번민하고 괴로워는 가운데 현대를 어떻게든 바꿔보려는 또 한 명의 예언자다. 하지만 전혀 와닿지 않는 미래에의 걱정보다는 달콤한 현대를 선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속에서 끊임없는 좌절과 극단적인 행동을 맛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워낙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의 글솜씨 덕분에, 어쩌면 참 처절한, 그리고 굉장히 지저분한(대부분의 분량은 쓰레기 하치장에서 벌어진다), 그리고 깊은 SF적 요소들이 산재해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금방 읽히며 또 즐겁게 읽힌다. 물론 SF를 굉장히 좋아하는 광서방의 말이기 때문에 신빙성이 좀 낮을 수 있겠지만, 뭐, 주위의 몇몇 여성 동지 그리고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서평에서도 그런 의견들이 가득 했으니 인정해주셔도 될 것 같다.
전체적인 소설적인 재미를 뽑자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들 중에서 중간 정도라고 느껴지지만, 반대로 개인적인 만족도 면에서 보자면 가장 높았던 책이었달까. SF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식 사회 비판과 SF적 세계관, 그리고 그의 글발이 자아내는 스릴러를 한 번 즐겨보는 시간이 참 즐겁지 않을까 하고, 그렇지 않은 분들이라면 책을 놓기 힘든 즐거운 스토리와 매럭적인 캐릭터들을 즐기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SF라는 세계관의 매력'을 음미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한다.